"사이버 내란 뿌리는 이명박...'혐오 놀이화'로 청년세대에 침투"
[박정우 기자]
[인터뷰①] '사이버 극우' 추적 10년의 결론..."이명박이 뿌린 씨앗, 윤석열 만들었다" (https://omn.kr/2fcni)
온라인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익명의 놀이터가 아니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혐오와 조롱이 놀이가 되고, 클릭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극우적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을 넘어 10대 청소년들까지 이런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노무현 재단 황희두 이사는 이를 "단순한 인터넷 문화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던진 불씨가 자발적 콘텐츠와 플랫폼 구조를 타고 번져나간 결과"라고 말한다. 최근 출간한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은 사이버 내란 세력의 여론 조작과 공작을 파헤치는 동시에 국가 권력이 개입한 초기 여론 조작이 온라인 공론장을 오염시킨 과정과 그 이후 청년 세대의 과격화·극우화까지 이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한 책이다. 단순한 폭로를 넘어 지금의 청년 세대를 둘러싼 왜곡된 환경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짚어내고 미래 대응 방향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황희두 이사와의 지난 첫 번째 인터뷰가 국정원의 공작과 심리전을 다뤘다면, 이번 대화에서는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의 또 다른 핵심 주제인 젊은 세대의 과격화가 만들어지는 구체적 과정과 그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지난 21일, 용산의 카페에서 황희두 이사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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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두 이사 |
| ⓒ 황희두 |
"그렇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확인된 여론조작팀만 해도 30개, 약 3500개의 아이디였다. 아고라 전담 14개 팀, 4대 포털 전담 10개 팀, 트위터 전담 6개 팀으로 나누어 관리했다. 여기에 국정원 외곽팀까지 운영했는데, 예비역 군인·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간 단위로 활동 실적을 캡처해 보고했고, 댓글 수·조회 수·추천 수 같은 정량적 지표에 따라 평가받았다.
또한 '자유'라는 단어를 내건 각종 커뮤니티와 연합 조직 등 관변단체가 이 외곽조직과 연결돼 있었다. 이것은 결코 과거의 망령이 아니다. 이들의 명단을 추적해 보면 현재 논란이 된 리박스쿨까지 같은 연결 선상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하지만 지금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그 모든 게시물이 다 조작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물론이다. 나 역시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이 공작이나 조작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극우 커뮤니티의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국가 조직의 개입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법과 제도의 방치 속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플랫폼이 이를 수익 구조와 결합하면서 결국 하나의 문화로 굳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보 유통 구조와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조작에서 시작해 자발적 콘텐츠로 확산하는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면?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콘텐츠다. 처음에는 멸칭을 붙이고, 이어 기괴한 음악을 합성한 이른바 '병맛 콘텐츠'로 이어진다. 이를 본 이용자들은 처음에는 불쾌하고 황당해하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어느 순간 피식 웃게 되고, 점차 중독된다.
사회 전체가 혐오를 금기시 하던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수가 소비하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혐오의 역치가 낮아지고, 일종의 놀이와 유행처럼 확산하며 마침내 상품으로 전환된다. 즉 '멸칭 → 병맛 → 중독 → 유행 → 상품'이라는 단계적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도 이어진다.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이 되면 일부 커뮤니티는 대문을 바꾸고 그날을 '중력절'이라 부르며 사자명예훼손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국정원이 불씨를 던졌지만,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그 불을 '유행'처럼 번지게 하는 셈이다."
- 이렇게 극우화된 온라인 공론장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가장 큰 해악은 뭐라고 보시나?
"뭐니뭐니 해도 '혐오의 놀이화'라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이나 가치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지를 나름대로 학습한다. 그런데 혐오가 기꺼이 받아들여지는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갑옷까지 입게 되면, 그 순간 혐오는 놀이로 둔갑한다.
이때부터는 안심한 채 선을 넘기 시작하고, 누군가 비판하더라도 자기 합리화를 넘어 오히려 비판자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방방봐', '쳇쳇봐', '틀딱이네' 같은 말로 제압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논란은 조회수로, 조회수는 곧 수익으로 이어지기에 더욱 빠르게 확산한다. 이런 구조에서 결국 혐오는 클릭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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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담을 넘고 있다. 서부지법 창과 외벽 등이 파손돼 있다. |
| ⓒ 연합뉴스 |
"단순히 몇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학계에서도 세대 간 구조적 불평등,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586세대에 대한 반감 등 다양한 원인을 제기한다. 그 분석들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본질을 짚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현상은 훨씬 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선 공권력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조작 세력이 공론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면서 갈등을 부추겼다. 여기에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세력들, 극우 학부모 단체 등 각종 조직이 결합했다. 이후 유튜브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페미니즘 담론을 비롯한 극우 사상들은 '수익화 콘텐츠'로 전환돼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세대별 흐름으로 보면, 성재기의 남성연대(1세대–카페), 트위터 여론전(2세대–SNS), 유튜브·숏폼 플랫폼(3세대–영상)으로 이어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 알파팀 문건의 '새로운 SNS 플랫폼을 주기적으로 선점하라'는 전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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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남동 보수 집회 현장 |
| ⓒ 황희두 |
"문재인 정부 시기에 반페미니즘·공정·능력주의 담론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며 청년 세대의 정서를 흔든 건 사실이다. 이때 온라인 여론전과 프레임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분명 뼈아프다. 또 이준석이 반페미 담론에 올라타 정치적 이득을 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기원을 추적하면 결국 이명박 정부에 닿는다. 나는 사이버 내란의 뿌리를 파고들수록, 이명박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웃음)
- 그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격상하며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투입했다. 그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페미니즘을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정부가 직접 이념을 방어하면 반발이 크지만, 페미니즘을 공격하면 진보 진영 내부에서 갈등이 폭발해 스스로 무너질 거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당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의 카페에도 '소모전이 될 수 있는 전면적인 이념 논쟁은 피하고 모든 남성이 공감할 수 있는 페미들의 만행을 성토하는 걸로 동조 세력을 늘려가자', '페미니즘을 때리면 결국 좌파도 타격을 받게 되어있다'는 식의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정부와 극우 단체가 손잡고 젠더 갈등이라는 어젠다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확산한 것이다.
- 젊은 남성들의 우경화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캐나다·유럽에서도 젊은 여성은 진보적, 젊은 남성은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이와 유사한 흐름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 추세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똑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특수한 맥락이 있다.
첫째, 분단의 특수성과 압축적 근대화가 만든 세대 간 격차가 있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시기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이 주도한 조직적 온라인 공작이 청년층의 극단화를 심화시켰다. 여기에 자유·안보·반공·반페미 같은 말이 반복·확산하면서, 낙인과 공포를 기반으로 한 감정 동원 방식이 강화됐다.
나는 이런 요소들이 청년 세대의 의제 인식과 정치 감정 지형에 깊은 상처와 왜곡을 남겼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 이사님도 한때 극우 커뮤니티에 깊이 휩쓸린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셨다. 그 경험이 이 현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통찰을 주었나?
"그들 내부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세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빠진 결정적 계기는 열등감과 공허함이었다. 현실이 초라할수록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들고 타인을 조롱하며 위로와 쾌감을 얻었다. 그러다 점차 사회적 강자에 동일시하며 약자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시절 나에게 강자는 이명박이었다. 'ㅇㅇ왕 이명박' 시리즈가 대표적이고, 나중에는 '수트핏 이명박' 짤을 보며 그를 멋진 리더라 믿기까지 했다."(웃음)
- 와… 수트핏 이명박은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웃음) 그 정도면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고 봐야겠지?(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웃음) 사실 단 한 발짝만 벗어나면 보이는 건데, 그 한 발짝이 그렇게 어려웠다. 아마 지금 극우화·과격화에 빠져있는 청년들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민주당, 문화 전쟁의 심각성 제대로 인식 못해
- 이런 문제가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 특히 민주당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2019년 내가 처음 민주당에 합류했을 때, 당은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 전쟁의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 외곽에서 조직적으로 확산하는 여론조작과 혐오 담론에도 진지한 대응 의지가 부족했고,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단순히 '인터넷상의 가십' 정도로 치부했다. 그때 이미 극우 진영은 커뮤니티·인터넷 방송·유튜브·SNS·밈 생태계를 조직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부차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물론 엘리트 코스를 밟아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과 나는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한 개인의 정신이 무너지고 회복되는 과정, 조롱이 쾌감으로 치환되는 메커니즘, 집단의 환호가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지 등을 실전으로 체험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건 2019년에 비해 지금도 큰 틀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인식이 조금씩 확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 전략을 설계하는 단계에조차 이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민주당 정치인인들이 <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을 꼭 읽어줬으면 한다.
- 설득하려는 시도는 많이 했나?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당·정·청을 무수히 돌아다니면서 시도했지만 음모론자 취급이나 받고 (웃음) 진짜 여러 사연이 많았다. 20대 대선 때도 비슷했는데, 온라인 대응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했지만 나를 마치 어디서 댓글 몇 개만 보고 과몰입하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민주당 내부를 설득하기보다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 작업의 주요 목표인 10대 청소년들을 최대한 만나자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 책을 출간한 것도 그 일환인 셈이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느려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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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2월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고3보다 안 바쁜 윤석열 당장 내려와!'라는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 ⓒ 권우성 |
"일부 청년·청소년들이 극우화의 길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결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혐오와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본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10대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미래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미 오늘의 공론장을 함께 만드는 시민이다."
-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기성 세대는 민주·진보 성향의 10·20대 남성들이 겪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공론장에서 이들은 존재 자체가 삭제된 것처럼 취급받고 있으며,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
그래서 우선 인맥·정보·자금 네트워크로 결합된 사이버 내란 세력을 법과 제도로 해체해야 한다. 아무리 선의로 커뮤니티를 조성하더라도, 그 정신적 영토는 언제든 침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도 목소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젊은 민주·진보 성향 남성들이 당당히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 즉 그들을 위한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청산과 환경 조성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아마 이 인터뷰를 보지는 않겠지만(웃음) 지금 극우화·과격화에 빠져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세상은 키보드 밖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이준석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준석에게도,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또 지금 극우 세력에 빠져있는 청년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아무리 온라인 공간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라 해도 삶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키보드 앞에서 타인의 멘털을 긁으며 얻는 순간적 만족으로는 결코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라는 걸 보여주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이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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