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싼 음식 이미지 벗고 전 세계인 뒤 흔든 '소울푸드'

이준목 2025. 9.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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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벌거벗은 세계사>

[이준목 기자]

패스트푸드(Fast food)는 햄버거, 치킨, 피자 등 말 그대로 제조에서 섭취까지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을 의미한다. 싸고 빠르며 대량으로 생산되어 어디서도 똑같은 맛을 경험할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오늘날의 패스트푸드 산업은 오늘날 150여 국에 진출하며 세계인의 식문화를 바꾼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서민에서 상류층까지, 이념과 지역, 문화, 세대를 뛰어넘어 패스트푸드는 어떻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9월 23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1000조 산업, 패스트푸드의 숨겨진 역사'편이 그려졌다.

길거리 음식의 기원
 <벌거벗은 세계사>
ⓒ TVN
길거리 음식은 고대 로마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패스트푸드의 탄생에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기술혁신으로 도시에 큰 공장이 생기며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식문화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식사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들은 야외 길거리에서 빠르게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야 했고, 구운 감자, 젤리드 일(장어) 등 서민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이 시기에 탄생한 고열량 패스트푸드인 '피시앤칩스(감자와 생선튀김)'은 오늘날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길거리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는 19세기 독일 함부르크의 전통 음식인 함부르크 스테이크(한국식 함박스테이크)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다진 소고기에 양파, 소금, 후추를 넣어 납작하게 구워 먹는 음식으로 독일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까지 전해지게 된다.

1885년 미국 뉴욕의 한 박람회에서는 함부르크 출신 이민자가 많아 '햄버그'가 된 마을에서 온 상인들이 소고기 패티에 빵을 끼워서 판매했다. 그렇게 햄버거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붙인 게 오늘날의 햄버거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햄버거는 이후 현대 푸트드럭의 기원이 된 이동식 음식마차를 통하여 미국 산업혁명 시기에 대중화된 패스트푸드로 자리매김한다.

승승장구하던 햄버거는 도축과 가공육 제조 과정에서 심각한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싸구려 음식으로 한동안 이미지가 추락하는 치명타를 맞이했다. 1921년 패스트푸트 레스토랑 업체인 '화이트 캐슬'은 표준 메뉴얼 도입,직원 복장기준 정립, 조리 위생 강화 등의 혁신을 통하여, 햄버거가 더 이상 위험하고 불결한 싸구려 음식이 아닌, '균형 잡힌 식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화이트 캐슬은 1930년대까지 미국 12개 도시에서 11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햄버거 인기를 되살리는데 기여했다.

20세기 들어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대중화로 인하여 사람들이 먼 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중 먹을수 있는 음식의 수요도 증가한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운전 중 음식을 간편하게 구매하고 섭취할 수 있는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에서 차 안의 고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홉(Carhop)'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맥도날드의 창업
 <벌거벗은 세계사>
ⓒ TVN
1940년에는 미국 현대 패스트푸드 업게를 대표하는 '맥도날드'가 창업한다. 맥도날드는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여 방만한 메뉴를 효율적으로 단순화하고, 햄버거 대량 생산을 위한 주방동선 최적화에 성공했다.

또한 부작용이 많았던 카홉 서비스를 폐지한 대신 고객이 스스로 이용하는 셀프서비스를 도입했다. 초기에도 반발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빠르고 간편하게 패스트푸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고객층을 넓히는 성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는 표준화된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정립하며 햄버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끌어올린 사업가다. 본래 멀티 믹서 판매원이었던 크록은 맥도날드의 빠른 조리속도와 호황인 매장을 접하고 큰 영감을 얻어, 맥도날드에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했다. 맥도날드는 1955년 일리노이주에 첫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하며 불과 4년 만인 1959년에는 100호점을 돌파했다.

1961년 크록은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에게 약 270만 달러를 지불하고 브랜드와 운영권을 인수했다. 온전히 맥도날드를 소유하게 된 크록은 이후 프랜차이즈 확장과 매장 표준화에 집중했다.

또한 크록은 패스트푸드업계 최초로 '맥도날드 대학'을 설립하여 직원들에게 조리법과 손님 응대법, 매장 배치와 공간설계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크록의 경영 체제에서 맥도날드는 햄버거 가게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식인 '치킨'은, 18세기 미국 남부에서 노예 생활 하던 흑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서 비롯됐다. 1930년 할랜드 D 샌더스는 KFC를 설립하면서 주메뉴인 '프라이드 치킨'에 흑인 요리에서 남부 백인들의 음식으로 리브랜딩했다.

샌더스는 치킨에 '켄터키'라는 이름을 붙여서 지역 전통과 비법 양념을 강조했고,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 분위기로 부각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하여,백인 중산층도 즐길 수 있는 음식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KFC는 느린 조리와 특정 계층의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대중적인 패스트푸드로 재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세 번째 패스트푸드인 피자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유래했다. 19세기 말 들어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하여 피자는 미국으로 전파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식 피자는 토핑방식의 차이, 기계와 자동화 공정을 통한 대량생산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원조인 이탈리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1958년 설립된 피자헛은 치즈를 듬뿍 울린 미국식 스타일과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했다. 2년 뒤에는 도미노 피자가 탄생하며면서'배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이제 피자는 집에서 주문하여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간편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피자는 오늘날 햄버거, 치킨과 함께 패스트푸드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스트푸드가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여 '세계인의 음식'으로까지 성장하게 된 계기는 '자본주의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20세기 중반 들어 냉전시대를 거치며 대중문화를 통하여 미국식 자본주의의 가치와 생활양식이 전 세계에 전파되고, 패스트푸드는 자본주의의 자유와 풍요,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인식된다.

냉전 말기인 1991년 당시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에 처음으로 맥도날드 매장이 오픈한 장면은, 사회주의 국가에도 자본주의식 소비문화에 도입되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큰 화제가 됐다. 또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었던 중국과 동유럽 등에서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본주의가 허용되면서 많은 패스트푸드 산업이 진출하며 세계화의 상징이 됐다.

오늘날의 패스트푸드 산업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벤트와 마케팅 전략을 통하여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메뉴와 지역 특화 메뉴를 병행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하여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기도 했다.

한국 패스트푸드 산업 역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 한국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하여 높아진 관심과 인기를 등에 업고 'K버거' 'K치킨'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외에서도 많은 매장을 설립하고 철저한 현지화와 과감한 재해석을 통하여 이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한편으로 패스트푸드는 오늘날 세게적인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이나, 최근에는 그에 따른 환경적 책임 또한 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불어난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포장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맛과 편리함 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미래 패스트푸드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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