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20대 단단하게 나를 지켜준 친구 떠올렸던 작품"
[장혜령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11살 처음 만난 친구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응축된 서사를 담았다. 11세, 21세, 31세, 32세 그리고 43세인 현재 10년 만에 은중을 찾아온 상연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이야기다.
극 중 '은중' 역을 맡은 김고은과 22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년의 긴 세월을 겪으며 마지막에는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을 법한 작품이 <은중과 상연>이다.
|
|
| ▲ 김고은 배우 |
| ⓒ 넷플릭스 |
또한 "저는 상연보다 은중 쪽의 사고 회로가 닮았다. 인물의 전사를 상상하는 것과 아닌 작품은 고민의 방향 자체가 다르다. <은중과 상연>은 눈으로 직접 관계의 연결성이 보인다. 상연은 변화 증폭이 크지만 은중은 일반적인 인물이라 상연보다 드라마틱한 무엇을 첨가하지 않으려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변화와 연결이 맞아떨어지도록 조심성 있게 작업했던 작품이다"라며 설명했다.
30년 동안 얽혀 온 둘의 관계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겠냐고 묻자 "어릴 때 은중이 첫눈에 반했다고 믿었다. 상연은 은중의 인생에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질투나 샘 같은 쉬운 단어 보다 동경과 부러움이 더 큰 존재다. 그래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게 상연의 발작 버튼이었을 거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이 은중을 슬프게 했고 힘들게 했을 거다"라며 은중이 상연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우정과 사랑, 질투와 동경,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성을 이어가는 상연을 향한 진솔한 마음도 드러냈다. "상연에게 은중은 가족 같았을 거다. 상연의 마지막에 남긴 이름 셋은 엄마, 오빠, 친구잖냐. 우정이란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관계다. 겉으로는 애증 같아 보이겠지만. 은중에게도 인간 대 인간의 깊은 사랑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 관계는 무조건 쌍방일 때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상연은 떠났지만 이후 은중은 잘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자기를 지킬 줄 아는 단단한 은중의 선택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가는 길, 나라면 함께
혹시 드라마를 볼 때 내 이야기 같다고 느껴진다면 성공이라며 "은중이나 상연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보시는 분들의 마음속에 은중과 상연 같은 모습이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두 인물을 이해하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하길 바랐다. 은중은 그 자체로 이해받는 인물이지만, 상연은 수고롭게 그 안을 들여다 봐줘야 하는 인물이다"라고 답하며 그 개연성을 박지현이 해냈다고 칭찬했다.
이어 "현장에서 저는 지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오히려 40대 은중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상연이란 캐릭터는 깊은 서사와 널뛰는 감정 스펙트럼을 모두 해낼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박지현이란 배우의 반짝이는 순간이 아름다웠다"며 무한 애정을 더했다.
"저는 긴 호흡을 이끌어갈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상연의 액션에 리액션을 취하는 데만 집중했다. 상연이 주는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이유가 뭘지, 내가 해내야 할 몫이 뭘지를 떠올렸다."
제작 발표회에서 돌연 눈물을 보여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고, 인터뷰 동안도 다소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 김고은은 "2023년에 촬영했던 두 작품 <대도시의 사랑법> <은중과 상연>이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시기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었다. 여전히 슬프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 그 시기의 감정을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더욱 <은중과 상연>을 만난 시기가 신기했다"라며 힘든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가까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마음의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 하지만 이내 유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둘의 깊고 긴 서사가 없다면 어렵겠지만 신장 하나 정도는 떼어 줄 수 있겠는 사람이 있다"며 1초의 고민도 없고 망설임 없이 그 대상이 조카라고 답했다. 이어 "존엄사, 안락사 같은 선택의 순간을 두고 만약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 선택에 동행 해달라면 해줄 수 있겠다"며 소신을 밝혔다.
|
|
| ▲ 김고은 배우 |
| ⓒ 넷플릭스 |
김고은은 한 작품에서 인물의 일생을 표현한 방법을 두고 "저의 20대 초반을 돌이켜 보면서 연기했다. 20대는 10대의 느낌이 가장 많이 담겨 있으면서도 성인이 된 설렘이 간직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30대는 지금의 30대를 떠올리며 말투, 분위기, 기운의 변화를 체크했다. 30대는 일 중심적인 커리어를 쌓는 나이니까 직업적인 영향력이 제 안에 담겼을 거라 믿었다. 은중은 현장 PD라서 제스처나 액션이 20대보다 적극적이며 터프함을 말투에도 담았다. 마지막 40대 고민이 가장 컸는데 제 주변을 돌아봤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넘어갈 때 외모적인 변화가 크지 않아서 기운에 집중했다. 은중이 혼자 글을 쓰는 작가로 직업 전향한 후 10년이 지났으니 30대 때보다는 차분해진 분위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상연과 은중의 애증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소중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20대의 전부를 함께 한 친구들이었고, 자존감을 지켜준 소중한 인연이었다. 인정받지 못한 순간마저도 '너는 정말 특별한 배우야'라는 말에 건강하게 20대를 버틸 수 있었다"며 힘든 시기를 함께해 준 특별한 인연에 감사했다.
<은중과 상연>은 굵직한 사건이나 플롯 보다 인물의 감정으로 쭉 끌고 간다. 어쩌면 도파민 터지는 빠른 서사에 익숙한 세대에게 낯설고 힘든 작품일 수 있다. 김고은은 이마저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은중과 상연>을 다 보고 나서 누군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저도 좋은 관계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누군가를 대할 때 자기 기준에 맞춰 주길 바라는데, 은중도 예전에 예뻤던 상연의 모습으로 끌고 오려고 했던 것 같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 상연을 받아 주려고는 안 한다. 그래서 <은중과 상연>은 온전히 그 사람을 받아주는 이야기로도 읽힌다"라며 매력 포인트를 어필했다.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작품마다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연기의 진폭 차이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힘에 대해 "작품의 재미나 서사를 구분하기보다. 인물의 상황을 어느 때보다 잘 표현할 것 같은 시기가 찾아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든다고 딱 맞는 작품이 들어오는 건 아닌데 우연히 잘 맞아떨어졌을 때 기쁘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는 늘 저 혼자만의 눈으로 보지 않고 주변에 묻고 도움받는 편이다. 저의 시선과 다른 지점을 확인하고 캐치하지 못한 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지척에서 백령도 어르신들이 매일 하는 일... 마법 같은 순간
- '안보리 의장' 이 대통령 "명암 공존할 AI 시대, 국제사회가 원칙 세워야"
- "국가 망할 뻔" 목소리 높인 장관... 법사위, '검찰청 폐지안' 통과
- [단독] 서울미술고 입시 문제, 학원 유출 사건 경찰청 송부
- "사이버 내란 뿌리는 이명박...'혐오 놀이화'로 청년세대에 침투"
- 모든 게 김용현 지시라는 노상원 "야구방망이는 호신 대책"
- 전순옥 전태일기념관장, 직원 고소 논란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총무비서관이 뭐라고... '김현지 국감' 논란
- 이 대통령,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 한·프랑스 회담은 취소
- 미 재무장관 만난 이 대통령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