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리즈가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BMW의 타협없는 '친환경' [르포]

편은지 2025.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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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뮌헨 재활용 분해센터(RDC) 방문기
30년째 개발과정서부터 재활용·재사용 고려
전기차 배터리도 뚝딱… 분해 후 업체에 재판매
BMW그룹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부품과 와이어링 하네스를 분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BMW코리아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아플 겁니다."

BMW 5시리즈 한 대가 굴착기에 매달려 무자비하게 내동댕이쳐졌다. 굴착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00km에 달하는 길이의 와이어링 하네스(전기 배선)를 스파게티 면 말듯 빼냈고, 비로소 철판 껍데기만 남은 5시리즈는 커다란 기계 속에서 직사각형 고철 덩어리로 처참히 구겨졌다.

보기만 해도 가슴 저린 이 광경은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이뤄지는 재활용 단계의 마지막 작업이다. 이 곳에선 시중에 판매되는 BMW그룹의 차량은 물론 콘셉트카, 방탄차 등 특수 제작차량까지 연간 1만대의 차량이 낱낱이 분해된다. 차량이 분해되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하다.

이렇게 분해된 재활용, 재사용 가능한 부품과 소재들은 SK TES 등 오랜시간 협력한 소재 업체들에게 재판매된다. 처음 원자재를 공급받아 차량을 만들고, 이후 시간이 지나 폐차된 차량에서 빼낸 원자재를 다시 해당 업체에 재판매하는 순환고리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BMW그룹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모든 분해 작업을 마친 차량. ⓒBMW코리아

독자적으로 구축한 재활용 노하우를 다른 재활용 업체에 전수하기도 한다. 최근 '탄소중립'과 함께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BMW가 RDC를 통해 순환 경제를 생각한 건 무려 30년 전부터다.

랄프 해틀러 고객 지원 애프터세일즈 부사장은 "'순환성'은 고객과의 가장 중요한 접점이며,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실천해야 할 책임"이라며 차를 처음 만들 때 재활용과 재사용을 생각하고 만든다. 놀랍게도 이 원칙은 30년 전 수립됐다"고 말했다.

BMW그룹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고전압 배터리를 분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BMW코리아

RDC의 차량 분해 과정은 놀랍도록 체계적이고 신속했다. '쓸모 있는 건 최대한 살린다'는 단순한 철학이 과정 곳곳에 녹아들어있다. 그대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부품과, 원자재로 되돌릴 수 있는 '재활용' 부품을 빠르게 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터리 분리 과정에서는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를 분리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차량 하부를 훤히 드러낸 i5가 공중에 매달려있고, 작업자는 숙련된 기술로 순식간에 배터리 팩을 떼어냈다. 눈 깜짝할 새 배터리 분리가 가능한 건, 차를 처음 만들 때부터 재활용 과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리된 배터리팩은 분석을 거쳐 분해되고, 협력사 SK TES로 전달된다. 이후 수화학적 공정을 통해 원자재가 회수되고, 다시 새로운 배터리 셀 제작에 투입된다. BMW는 이를 '완벽한 사례'라 부른다.

BMW그룹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유체를 빼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BMW코리아

주목되는 건 단순히 엔진, 도어, 변속기 등 주요 부품 뿐 아니라 생각보다 더 많은 부품의 재사용이 가능하단 점이다. 평균 차 1대당 100L의 유체를 빼내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여기서 빼낸 기름은 물과 입자를 분리한 후 대부분 재활용된다.

이후의 분해 단계에서는 개별 부품의 재활용을 우선시한다. 상태가 양호한 기능 부품은 폐기하지 않고 재판매할 수 있도록 공식 딜러에게 전달한다. 특히 파워트레인에 사용되는 구리 등의 금속은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촉매 컨버터에는 가치가 높은 귀금속이 포함돼 별도로 분해하면 경제적 효율이 높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수익원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차량의 나머지 부분을 기계적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는 특수 설계된 굴착기를 사용해 와이어링 하네스에 함유된 구리 등 특정 재료를 분리한다. 통상 차량 1대에서 나오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약 100km로, 구리는 약 30kg 가량 추출된다. 엔진 블록과 기어박스까지 제거된 차량은 외부 재활용 시설에서 압축하고 파쇄한다.

BMW그룹 RDC(재활용 분해센터)에서 부품과 와이어링 하네스를 분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BMW코리아

차를 만들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BMW의 철학과 30년 간 쌓인 노하우는 앞으로 탄생할 신차들에도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지난 7일 공개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신형 iX3는 재활용과 재사용의 정점에 있는 차량으로, 제품 개발 단계부터 35%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내는 데 성공했다.

코발트·리튬·니켈 등 배터리 원료의 50%를 재활용 했고, 시트 소재와 엔진룸 등 차량 전반에 걸쳐 재활용 원료가 사용됐다. 심지어 iX3를 생산하는 헝가리 데브레첸 신공장은 100%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최초의 공장이기도 하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타협없는 친환경 철학이 반영된 만큼, 향후 10~20년 뒤 수많은 iX3를 비롯한 신차들이 RDC로 입고되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순환 구조가 갖춰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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