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추미애 법사위'…조희대 청문회 이어 '탄핵' 꺼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느닷없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한 데 이어 23일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와 사전 교감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법사위 독주’에 대한 당내 우려도 감지됐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같은 당 이성윤 의원도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안 나오면 처벌받는다”며 “(불출석하면 탄핵을 향한)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전날 조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한 법사위 소속이다.
이렇게 법사위에서 탄핵까지 거론하는 동안 민주당 원내 지도부 사이에선 당혹감이 흘렀다. 전날 추미애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조 대법원장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를 30일 열겠다는 내용을 미리 공유 받지 못한 까닭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실시가) 사전에 상의는 안 됐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의결된 것으로 추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그런(청문회 개최) 얘기를 (사전에) 전혀 못들었다”고 토로했다.
원내 지도부 사이에선 “추 위원장이 정청래 대표와는 소통을 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 만난 정 대표는 ‘청문회 개최를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권향엽 대변인은 “사전에 당 지도부와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 논의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만큼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법사위가 급발진을 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회 최다선(6선)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된 지난달 6일 이후 법사위는 여당 내에서도 ‘행동대장’으로 불릴 만큼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대비한 1박2일 연찬회를 개최한 지난달 27일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연찬회 자리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당 지도부와는 아직 의논하지 않았다”면서였다. 신중론이 우세했던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은 이후 민주당에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1일 여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첫 공개 충돌도 추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추 위원장은 김 원내대표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3대(김건희·내란·순직해병) 특검의 기간 연장을 하지 않는 대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야당 협조를 받기로 합의한 내용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글을 계기로 민주당 내 반대 여론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원내 지도부 합의에 반대하려면 비공개 의원총회라는 공식적인 루트가 있는데, 추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글을 쓰며 갈등을 키웠다”고 말했다.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가 보도한 통화 녹취를 핵심 근거로 하는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역시 법사위 소속인 서영교 의원이 지난 5월 국회에서 처음 공론화했다. 서 의원이 다른 제보자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열린공감TV 녹취에 인공지능(AI) 기술이 가미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회동설의 신빙성은 더욱 떨어졌다. 다만 이같은 의혹에 대해 열린공감TV 측은 23일 “(해당 제보 내용은) 조작도 AI 도 아닌 취재원 보호를 위한 음성변조였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강성 일변도로 치닫는 법사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원래 기능에 부합하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상임위의 돌발 결정이 쌓이면 결국 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간 소수당에 법사위원장을 줬던 이유는 다수당이 너무 일방적으로 법안을 컨트롤하지 못하도록 하려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지금 법사위는 점점 일방적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김나한·강보현·조수빈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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