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핵화 현실적 방안 모색"…핵 보유만 인정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서 처음 밝힌 대북 구상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단계로 구성된 로드맵이다. 다만 E-N-D 순서대로라면 북한이 핵을 가진 상태로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는 북·미 수교뿐 아니라 북·일 수교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기조를 고수하는 만큼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비핵화를 추동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END 이니셔티브’의 각 단계가 이미 제시한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폐기)’의 3단계 비핵화 접근법과 어떻게 맞물려 진행되는지 부연하지 않았다.
다만 E는 기본적으로 제재가 완화돼야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기반으로 하는 대북 제재 체제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제외한 대부분 교류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서 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만으로도 제재 완화가 가능하고, “잠정적 응급 조치로서 핵 개발을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ND 이니셔티브를 이런 맥락에서 적용할 경우 동결 상태에서 E·N 단계를 실행하는 건 ‘선(先)보상·후(後)조치’가 될 여지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 전 보상만 챙기고 다시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이를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이는 결국 북한의 핵 보유로 이어질 수 있다. N이 비핵화 전에 이뤄지면 미국이나 일본이 핵을 가진 북한과 수교하는 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과거 북핵 협상 국면마다 비핵화 조치의 이행 시기와 순서는 번번이 문제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도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배경을 두고 “시간과 순서들(timing and sequencing)과 관련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최종 상태(end state)에 합의해야 제재 완화와 수교 등 보상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구상’에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를 앞에 두되, 북한의 실제 이행 여부에 상응해 마지막 단계에서야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추진하는 구조를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담대한 구상은 한국 정부의 초기 조치와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 도출→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상응 조치 →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경제 협력, 북미 관계 정상화의 순이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관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한 뒤 비핵화를 하겠다는 접근법은 이전의 진보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실질적 비핵화 달성이라는 목표는 사실상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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