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금융의 항로, 중국의 교훈과 한국의 과제

올해 중국 기술주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항셍테크 지수는 연초 대비 41% 급등했고,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같은 대형 기술주는 50~90%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딥시크(DeepSeek)의 기술 돌파가 전환점이 되었고,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화 정책과 대형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이 투자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저평가된 밸류에이션과 성장 기대감을 근거로 중국 시장으로 복귀하는 흐름이다. 물론 반도체 자급의 성과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소비 위축과 청년 실업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잔존한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 헝다그룹 사태와 지방 부동산 침체로 곤욕을 치렀던 중국 경제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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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쏠림 억제한 중 금융개혁
기술·제조업으로 자금 흐름 전환
한국도 생산적 금융 개혁에 나서
그림자금융 통제 없인 성공 난망
」
![중국 베이징의 중국인민은행 청사. [AP=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4/joongang/20250924115646768nbdr.jpg)
변화의 분수령은 2020년 말에 있었다.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편중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대출 집중도 관리제도’를 도입했다. 대형 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 중 부동산대출 비중을 40% 이하,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32.5% 이하로 제한했고, 중형 은행은 각각 27.5%, 20%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중소형 은행이 지역 산업구조상 부동산 대출 의존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규제가 금융 안정에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는 중소형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인 실물경제·중소기업 지원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에 의존해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GDP의 25~30%가 부동산·건설 부문에서 발생했고,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주택에 묶여 있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 거품, 가계부채 급증, 은행의 부동산 대출 편중이라는 ‘삼중 리스크’가 누적됐다. 특히 중소형 은행들은 특정 지역 부동산 경기에 직접 노출되어 타격을 받기 쉬웠고, 그림자금융을 통한 우회적 자금 공급까지 확대되면서 리스크는 더욱 심화됐다. 중국 당국이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강제적으로 다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후 정책의 초점은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갔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제조 강국’ 전략을 통해 AI, 반도체, 로봇, 친환경 기술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금융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인민은행은 과학기술 혁신 재대출 프로그램과 녹색금융 지원수단을 도입해 저리 자금을 공급했고, 2023년에는 첨단 제조업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특별대출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그 결과 2023년 말 기준 제조업 중장기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31.9% 증가했고, 첨단 제조업 대출 잔액은 34% 늘었다. 금융이 부동산에서 첨단산업으로 흐름을 바꾼 결과가 올해 기술주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이 이 같은 전환을 단순히 산업정책 차원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개혁의 일환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편중을 억제하고, 그림자금융을 차단하며, 정책금융을 통해 미래산업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패키지처럼 작동했다. 이는 ‘금융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라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문제를 단순히 단기 경기부양이나 자산시장 안정의 틀로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융의 구조적 개편을 통해 성장 동력의 전환을 실현한 것이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4/joongang/20250924115648053hwix.jpg)
우리에게도 중국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은행 자본 규제를 조정하여 부동산 대출 편중을 완화하고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고자 하는데, 중국식 총량규제에 비하면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위험·고수익의 혁신사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자금이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고 감시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다.
또한 그림자금융의 대표 사례인 새마을금고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새마을금고는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점에서 은행과 유사하지만, 금융당국의 직접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금융으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의 울타리 밖에 있다 보니 위험이 커져도 당국의 대응이 늦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288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1조3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상당 부분은 부동산 대출 부실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마을금고가 사실은 관리·감독 사각지대 같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 이관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역시 그림자금융을 통한 부동산 과잉대출이 부동산 과열과 금융 불안정을 키운 뼈아픈 경험을 했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부동산에 집중된 그림자금융을 금융감독체계 안으로 끌어와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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