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서두를 일인가

지구온난화 대응과 기후변화협약 이행을 내세워 정부와 여당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놓고 논란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부처를 신설한다고 될 일인가. 단기적으로는 기존 정부 조직을 기반으로 범부처 협의체를 강화해 추진하는 것이 시행착오와 국가적 낭비를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라 본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15년 파리 협정을 체결하면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에 합의했는데,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대부분 국가는 탄소 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일부 유럽 국가는 조기 달성을, 중국·인도는 각각 2060년과 2070년을 제시했다. 주요 온실가스는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다.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탄소 중립을 추진하면 필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많이 증가하고, 미래 에너지 사용 패턴을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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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비용 증가, 정책 혼선 우려
부처 신설, 한국이 앞장설 때 아냐
‘범부처 협의체’ 강화가 더 현실적
」

국가 에너지공급 정책의 기본 방향은 에너지 안보 및 공급의 안정성, 에너지 가격, 에너지의 친환경성을 핵심요소로 한다. 정부와 탄소 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수립한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은 주로 에너지 사용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에너지 쟁점 분야를 보면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비율 확대(2024년 약 10%에서 2050년까지 수배 이상으로 증대), 수소 에너지 공급량 증대, 화석연료 발전 대폭 축소,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증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으로 요약된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한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 및 효율 증대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에너지 쟁점 분야를 추진하려면 장기간 에너지 주무 부처 역할을 수행해온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담하는 것이 정책 혼선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해 보인다. 에너지 부문 일부를 떼어내 환경부 조직과 합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유럽 국가와 호주 등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국토 면적이 넓어 재생에너지 발전이 40~50%를 차지한다. 특히 노르웨이는 수력·풍력·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10% 이하다. 따라서 현시점에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할 경우 에너지 수요·공급의 구조 전환과 비용 증대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너지 수요는 열 부문과 전기부문으로 구분된다. 열이 약 70%, 전기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재생에너지는 전기 부문에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열사용 부문 기여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 부문이 빠져나가는 경우 어느 부처 책임으로 할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한국은 최종 에너지 소비의 60% 이상이 산업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이다. 철강 생산의 경우 석탄에너지 기반의 철강 생산을 수소 환원 방식 등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경우 철강 생산의 에너지 비용은 수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 철강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를 보면 중국·미국·인도·러시아가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의 배출량이 월등히 많다. 이들 주요국이 탄소 중립 이행에 소극적일 경우 다른 나라의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중국·인도·러시아의 지속가능성도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굳이 앞장서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할 일인가.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 증가와 정책의 혼선, 전문성 약화 등이 우려된다.
탄소 중립 정책은 에너지·산업 정책과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 에너지 비용 증가를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이 핵심 요건이다. 따라서 지금의 정부 조직을 일단 유지하면서 범부처 협의체를 강화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는 것이 현실적이고 타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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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전 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환경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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