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4차 배출권거래제, 규제 아닌 실질 감축에 초점 둬야

최근 환경부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개편 계획안을 발표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누적된 잉여배출권을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을 사고 팔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이번 유상할당 비율 상향은 3차 거래제의 실효성 부족을 만회하는 방향이다. 낮은 배출권 가격은 기업 감축 투자를 어렵게 했다.
그렇다고 규제 강화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현실적 감축 유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환 부문과 산업 부문의 특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 전환 부문의 유상할당 대폭 확대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유럽연합(EU)과 달리 독점적 시장 구조에서 전력 가격을 통제하는 국내 현실에서 유상할당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될지 의문이다. 제조업 전기요금 인상과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8년 이후 급증하는 전환 부문 감축 목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제반 여건 마련과 전방위적 정책수단 도입 없이는 현실적 어려움과 기반 미비로 달성이 어렵다. 이렇게 여건이 미성숙한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징벌적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
산업 부문, 특히 감축이 어려운 업종에 대한 지원책도 절실하다.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소재 산업은 국가 공급망과 경제 안보에 필수적이다. 이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과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
유상할당으로 증가할 기후대응기금의 투명하고 효과적인 운용 역시 필수다. 기금 수익이 단순히 정부 재정을 메우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 감축이 어렵고, 감축 기여가 높으며, 기금 재원 기여가 높은 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다만 전기요금 지원 방식은 행정 비용과 가격 신호 왜곡을 초래한다. 저소득층이나 에너지 취약 계층 지원,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연계해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산업 부문에 과감한 탄소차액계약 자금을 투입해 탄소중립 기술 상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소액 분산 지원보다는 효과가 있는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는 규제 강화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유지, 에너지 안보 확보,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낼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각 부문의 특성을 반영한 차등적 접근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금 운용을 통해 실질적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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