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후보자, 원자력협정 개정에 “전략적 억제력 향상” 거론

진영승(56·공군 대장) 합동참모의장 후보자가 23일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농축 권한 확대와 관련해 “전략적 억제력 향상을 위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군 고위 관계자가 군사적 목적의 핵 잠재력 확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간에 민감한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진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핵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 산업, 안보 측면에서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 “원자력 협정은 외교부 소관 사안이나, 전략적 억제력 향상을 위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핵 잠재력을 높이는 사안은 핵 비확산 측면의 민감성과 경제성 등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후보자가 언급한 ‘전략적 억제력’은 군사 용어로 통상 핵 억제력을 의미한다. 미국의 핵 억제·공격 작전을 총괄하는 전략사령부(STRATCOM)는 제1의 임무로 “전략적 억제력(Strategic Deterrence) 제공”을 규정한다.
다만 비핵 국가인 한국이 군사적 용도를 염두에 둔 핵 잠재력을 갖춘다는 건 핵추진 잠수함, 더 나아가 핵무기 확보 추진 의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국제 비확산 체제의 규범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의 배경을 설명하며 “오로지 원자력의 산업경제적 이용”(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이라며 군사적 용도의 핵 잠재력 확보 의도가 아니란 점을 명확히 했다. 위 실장은 “(원자력 협정은)핵우산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 혹자는 이걸(핵무장) 섞어보려고 하는데 저는 완강하게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에서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하는 것이지 자체 핵무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진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은 이런 정부의 공식 입장과 자칫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군사적 적용 금지’ 조항이 명확하다. 협정의 공식 명칭 자체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이다. 13조는 “이 협정에 따라 이전된 핵물질 등은 핵무기 또는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협정 개정과 “전략적 억제력 향상”을 연결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답변과 관련한 논란에 진 후보자 측은 “핵 잠재력 확보 문제는 핵 비확산 측면의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무엇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는 부정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추진 시 국제 관계 내 위상, 국가 경제, 북한의 비핵화 추진, 국익 등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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