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나르던 그 길, 걷다 보면 눈이 맑아지는 곳
[노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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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탄고도에서 걸어가면 이 광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언제까지나 펼쳐질것을 상상한다. 기억에 소중한 광경이 담긴다. |
| ⓒ 노태헌 |
바흐친은 사람은 소통형 존재라 했다. 삶이 언어라는 층위에서 상대와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타인과 춤을 추고 때로는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니,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진심을 담아 마음을 표현해도 오해를 살 때가 있다. 오해가 오해를 낳을 때도 있다. 그래서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발끈할 때도 있다. 인생이 더디고 힘들고, 나아가지 않을 때는 부지기수다.
이때가 걸을 때다. 그러나 길을 걷는 것이 바로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걷는 행위는 일차적으로 우리 몸의 무게를 가볍게 한다. 옷을 챙겨 입고 운동화 끈을 묶고 길에 오르는 일은 분명 귀찮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밖으로 나갈 의지를 내어, 번잡하지 않은 길을 찾아본다. 가까운 산책로나 공원도 좋고, 사람이 많지 않은 해안가나 산길도 좋다. 걷다 보면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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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탄고도의 폐광 마지막 광도. 마지막 사람. 마지막 석탄. |
| ⓒ 노태헌 |
함백산 정상 인근에서 시작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운탄고도. 하이킹과 트레킹의 중간 정도 길이로, 이 길은 1980년대까지 '정선, 사북, 태백, 고한' 지역에서 석탄을 나르던 길이었다. 탄광을 매개로 경제 단위가 이루어진 이 지역은 50년 전까지만 해도 석탄이 가장 중요한 산업 기반이기에, 한국 경제에 상당한 역할과 책임을 가진 바 있다.
석탄은 각 가정에 온기를 불어넣는 연료로 쓰였고, 연탄 나르기(사람이 줄을 서서 연탄을 주고 받는 과정을 상상해보라)는 1990년대까지 종종 하곤 했으니 그리 사용된 지 오래된 화석연료가 아니다. 그러나 이후 석탄 산업은 쇠퇴했고, 마지막 탄광도 문을 닫았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석탄을 나르던 길의 보존과 백두대간의 허리를 걷는 길로서의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지금의 길이 생겨났다.
해외에도 산업의 쇠퇴 이후 활용된 폐광과 같은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 루르 공업지대와 뉴욕의 하이라인이 있다. 루르 공업지대는 한때 유럽 최대의 석탄·철강 산지였지만 산업 쇠퇴 이후 거대한 탄광, 공장, 수로, 철도망 등을 예술·문화·생태 복원 공간으로 되살려냈다.
졸퍼라인 탄광처럼 산업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이자 산책로·공연장·박물관이 된 사례가 있고, 우리도 그런 장소를 계속 물색해 나갈 것이다. 오래된 굴뚝은 전망대로, 공장 건물은 예술 작업장이나 행사장으로, 실내외 공간 전체가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 재생의 매개가 된다면 죽었던 공간은 다시 살아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권이 덜 개입된 재개발과 재건축의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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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의 운탄고도 여름의 마지막 자락에서 |
| ⓒ 노태헌 |
이런 길보다 훨씬 좋은 길이 한국의 운탄고도다. 절경이 펼쳐지면 산이 70%인 나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뻗어가는 대한의 정기를 가슴 안에 품을 수 있다. 산이나 바다 앞에 서면 소유의 개념은 무색해진다. 산이 있어 오르고, 바다가 있어 바라본다. 삶은 단순하다. 생명들은 움직이고 물결치며 태양의 기운을 담아낸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진실과 거짓, 애쓰지 않아도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이 몸으로 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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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킹과 하이킹의 중간 운탄고도 걷는길 |
| ⓒ 노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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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 같은 곳 운탄고도에서 |
| ⓒ 노태헌 |
덧붙이는 글 | 만항재 가는 길 청량리역 - 기차 - 고환역 또는 정선역 도착, 버스(57번) 또는 택시로 만항재까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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