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허리가 '기역자'로... 이틀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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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튀김, 전, 생선 등 방대한 음식 준비로 허리는 점점 기역(ㄱ)자로 굽어갔다.
최근에는 재실에서 합사해 간소하게 지내거나 사라지는 추세라고 하는데 시댁은 여전히 시사(時祀)를 비롯한 다양한 집안 제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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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둘진 기자]
지난 주말은 시댁 시제(時祭)를 치르느라 이틀을 종일 불살랐다. 시제는 음력 2월, 5월, 8월, 11월에 가묘에 지내는 제사로 4대, 5대 이상의 조상께 지내는 제사다.
20명~30명의 가깝고 먼 시댁 친척 어른들이 총출동했다. 나물, 튀김, 전, 생선 등 방대한 음식 준비로 허리는 점점 기역(ㄱ)자로 굽어갔다. 해마저 지쳐 서산으로 기울어질 때쯤, 시댁 부엌이든 안방이든 장소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대로 대(大)자로 뻗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주말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내일은 나를 위해 맛있는 밥을 먹고 후식 먹듯 책을 보며 산책하듯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그 생각으로 이틀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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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를 기역자로 만든 모듬전 제사 음식(모듬전) |
| ⓒ 전둘진 |
기제사 때도 음식 간소화 등 허례허식(?)을 타파하자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의견을 내보았지만 60년 이상 지켜온 어머님의 믿음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편에게 이제 그만 조선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요청도 해보았지만 변화는 바늘로 우물 파는 것만큼 더뎠다. 옛것을 지키되 융통성 있는 변화도 수렴하면 좋으련만.
짬뽕, 짜장도 반반이 있고 절기도 반반이 있는데 제사, 시사 풍습은 왜 반반의 균형이 없는가. 4대, 5대 조상을 기리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아가는 후손의 복지와 행복도 중요하지 않은가. 자연과 계절의 공평한 흐름처럼, 제사를 비롯한 옛 풍습도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여름 열기는 사라지고 매미 소리가 멀어진 지는 오래다. 9월 23일은 여름이 가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다. 본격적인 가을 신호탄이다. 밤은 더 깊은 밤이 되고 낮은 두터운 열기를 한 겹 벗는 시기다. 한쪽은 얇아지고 다른 한쪽은 조금씩 두터워진다. 갈수록 두터워진 밤은 깊고 추운 겨울도 데리고 올 것이다. 슬픔이 지나가면 기쁨이 따라오듯이 추운 계절을 잘 견디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봄은 온다.
추분의 시작, 절기처럼 변화도 올까
춘분은 낮의 길이가 더 길어져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고, 추분은 이 날을 기점으로 기온이 서서히 떨어진다. 나무도 사람도 반팔을 정리하고 긴 옷을 꺼내 입는 시기이다. 초록 더벅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전보다 도톰한 옷을 준비하는 나무.
새벽과 밤은 한 뼘 더 차가워졌다. 한밤에도 식지 않던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여름 내내 내외하던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 덮는 계절이 왔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잠드는 가을 밤이 왔다. 낮이 길어져 새봄을 이끄는 절기도 좋고 밤이 길어져 잠시 숨을 고르는 절기도 좋다. 한시절 뜨겁던 청춘을 보내고 숨을 고르는 중년이 되었다. 삶의 반은 흘러 보내고 다가올 삶도 반을 남겨두었다.
옛것을 무조건 수호하지도, 무턱대고 배척하지도 않는 반반을 꿈꾼다. 이왕이면 실용성에 무게가 더 실어지면 좋겠지만. 낮과 밤이 적당한 비율로 찾아온 절기만큼 기쁨과 슬픔도 반반 황금 비율로 찾아오기를. 15일에 걸쳐 서서히 변해가는 절기처럼 시나브로 변화의 날도 오고 있다며 간절히 믿어보는 추분(秋分)이다.
덧붙이는 글 | 차후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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