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완성된 박찬욱 프로젝트, 관객 반응이 궁금하다

김건의 2025. 9. 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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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영화 <어쩔 수가 없다>

[김건의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해고를 '도끼질한다'고 하죠. 한국에선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너 모가지야'."

25년간 다닌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가장 만수(이병헌)가 내뱉는 대사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실직한 가장의 절망적 현실로부터 시작해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박찬욱은 왜 20년 동안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까? 3년 만에 돌아온 그의 신작 속에는 분명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숨어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
ⓒ CJ ENM
박찬욱 감독의 20년 집념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이 2005년부터 품어온 프로젝트 중 하나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읽고 영화화를 꿈꿨지만 이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로 영화화한 상태였다. 그는 2009년 칸 영화제에서 가브라스를 직접 만나 리메이크 허락을 받았고 2017년 할리우드 제작을 추진했지만 투자 실패로 무산됐다. 그리고 8년이 흘러 마침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완성된 작품은 예상과 달랐다. 원제목 후보였던 <모가지>와 <도끼>를 포기하고 <어쩔수가없다>로 정한 건 변화의 신호였다. 실직한 제지업 전문가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은 이전 영화와는 다르다. 기존 박찬욱의 영화세계에서 주인공들은 개인의 복수에 사로잡힌 인물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는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다. 불가해한 상황에 직면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행위는 단순 복수가 아니라 복합적인 연유의 결과이며 가장으로서 가족을 이끌기 위한 생존 투쟁이다. 말 그대로 복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인물들의 군상극을 기대해 볼만하다. 또한 자신보다 능력 있는 경쟁자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은 현대 사회 무한경쟁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현실적인 배경에서 영화적인 설정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는 건 이병헌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이다.
 베니스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박찬욱 감독
ⓒ AFP
엇갈린 평가의 의미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어쩔수가없다>는 현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고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 토마토 100% 신선도, 메타크리틱 87점을 기록했다. 주요 외신에서는 "박찬욱의 가장 인간적이고 신랄하게 재미있는 작품", "맥스 미켈슨과 버스터 키튼의 무정주의적 융합을 체화한 이병헌의 연기"로 표현했다.

다른 평도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톤 변화에서의 실수"를 지적하며 절망적인 가장의 파토스가 기괴한 유머에 의해 희생됐다고 평했다. <가디언>은 "박찬욱의 걸작은 아니지만 베니스 경쟁작 중 최고"라고 평했다. 이런 엇갈린 평가는 오히려 박찬욱 감독이 열망했던 프로젝트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찬욱의 영화세계는 어느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방향성이 관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시선을 전달할 수 있을까?

작품은 이미 해외 선판매로 제작비 이상 수익을 올렸다. 200여 개국에 판매된 상업적 성과 덕에 국내 흥행을 향한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어쩔수가없다>는 대중성 측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9월 2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궁금한 건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다. 사전예매 30만 명이라는 수치는 박찬욱 감독의 티켓파워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다. 중요한 건 영화의 만듦새다. 해외에서 박찬욱 영화 중 가장 대중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작 <헤어질 결심>이 세간의 호평과 비례하지 않은 흥행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한국 관객들에게는 <어쩔수가없다>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영화 속 만수의 이야기는 비단 창작된 세계의 허구는 아니다. 중년 가장의 실직, 다수의 경쟁자를 상대로 얻어내야 하는 일자리 등 영화 속 갈등의 시발점은 언제든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박찬욱은 이 시대적 불안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냈을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교한 미장센과 비틀린 유머는 여전할까?

박찬욱이 오랫동안 품어온 프로젝트의 결실이자 그의 영화적 관심사가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된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처럼 여겨지는 <어쩔수가없다>의 만듦새가 궁금하다. 20년 만에 완성된 그의 일생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과연 기다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일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볼 시간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
ⓒ CJ EN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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