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리치들 주가조작해 400억 이득…李 경고한 '패가망신 1호' 사건

김선미 2025. 9. 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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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23일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사건 1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병원·학원 소유주와 금융회사 전·현직 임원이 1000억원 규모 자금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뒤 출범한 합동대응단이 잡은 1호 사건이다.

2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꾸린 합동대응단은 시세를 조종(주가조작)한 혐의를 받는 7명의 자택·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주가조작에 이용된 계좌 수십 개에 대해 지급 정지(동결) 조치를 했다. 지난 4월 주가조작 등의 혐의가 있는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뒤 적용한 첫 사례다.

김경진 기자


합동대응단 조사 결과 이들 7명은 친·인척 또는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먼저 종합병원·한의원·대형학원 등을 소유한 자산가 4명이 법인 자금과 주택담보대출 등을 이용해 1000억원대 자금을 만들었다. 이 돈을 가지고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인 금융 전문가 3명이 직접 주가조작에 나섰다.

이들은 코스피에서 하루 거래량이 적은 ‘DI동일’을 목표로 삼았다. 거래량이 적어야 가격을 높이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약 1년 9개월에 걸쳐 해당 주식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주가를 2배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종가 관여 등 각종 주가조작 수법이 동원됐다.

특히 이들 ‘작전 세력’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량의 주식을 가지고 수만 번에 이르는 가장·통정매매를 했다. 가장·통정매매는 사전에 가격과 수량 등을 정해 형식적으로만 거래하는 불법매매 방법으로, 해당 주식 거래가 활발해 보이게 한다. 이들은 계좌 수십 개로 매일 가짜 거래를 해 거래량을 늘리고 주가를 높였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는 거래임에도 굳이 비용을 들여 수만 회에 걸쳐 했다는 건 일부러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위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2023년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 때와 비슷한 수법이다.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사건 1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전 세력은 40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실제 이 중 일부를 매도해 23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합동대응단은 파악했다. 또 이들 세력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주문 인터넷 주소(IP)를 조작했고, 해당 종목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점을 이용하기도 했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전직 사모펀드사 임원은 과거 행동주의 펀드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며 “이번 주가조작과 관련이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합동대응단은 이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려 한 정황도 파악하고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확보한 증거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혐의를 받는 이들에게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DI동일은 섬유 소재와 전기·전자 부품용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업체다. 연간 매출은 7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은 수십억원 규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DI동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88% 급락한 2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태원 DI동일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주가조작과는 전혀 무관하며 피해 기업으로서 당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포함해 총 5건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이승우 합동대응단장(금감원 부원장보)은 “다른 사건도 신속하게 조사해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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