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③ 말라위 3부 리그에는 월급이 있을까? 한국인 구단주 '창박골'에게 듣다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치주물루유나이티드 구단주가 된 유튜버 창박골 이동현 씨는 부임 후 약 3개월 동안 말라위 축구의 현실을 몸소 경험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저소득 국가인 만큼, 현지 축구 환경 역시 매우 열악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축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지 이 씨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말라위 축구는 4부 체제로 운영된다. 최상위 말라위 슈퍼리그(1부), 올해 새로 출범한 내셔널 디비전 리그(2부), 이 씨의 치주물루유나이티드가 속한 심소 프리미어리그(3부)다. 이외 4부 리그도 존재하지만, 프로화가 되지 않아 승강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말라위 슈퍼리그, 심소 프리미어리그(북부, 중부, 남부), 이외 하위리그 3단계 구조였으나, 올 초 말라위 축구 협회가 '트랜스포밍 더 게임(Transforming the Game)'이라는 슬로건으로 리그 전면 개편을 단행했고 내셔널 디비전 리그가 2부로 신설되며 치주물루는 자동으로 3부로 내려가게 됐다.
"올해부터 리그 구조가 싹 바뀌었다. 말라위가 '트랜스포밍 더 게임'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말라위 축구 리그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1부 16팀은 유지하고 기존 1, 2부 사이에 내셔널 디비전 리그라는 전국 단위 리그를 하나 창설했다. 성적이 좋았던 기존 2부 팀 중 12개 구단으로 리그를 구성했다. 그래서 본래 2부인 말라위는 3부로 밀렸다. 3부도 팀 수가 많다 보니 주별 16팀으로 고정시켰다. 기존 북부, 중부, 남부에다 동부를 추가로 신설했다."
치주물루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주별로 팀 수가 굉장히 많다. 작년 기준 북부주만 28팀이었다. 그래서 재정 및 이동 문제가 크다 보니 작년에는 '클러스터제'라고 인근 지역 7팀이 한 조로 묶여 리그를 치렀다. 그중 제일 성적이 좋은 조별 2팀씩 8팀이 모여 또다시 1경기씩 리그를 치른 후 북부주 우승팀을 가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까운 팀들끼리 경기를 했는데 올해부터 거리 관계 없이 북부주 16팀과 경기를 치러야 하다 보니 원정 거리가 훨씬 길어졌다. 최장 10시간을 가야한다."


인프라 확충보단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역효과였다. 선진 유럽 리그를 벤치마킹한 취지였지만, 열악한 말라위의 경제·교통 여건과는 맞지 않았다. 말라위 국토 면적은 남한과 비슷해 자동차로 4~5시간이면 횡단할 수 있으나, 1인당 GDP가 523달러(약 73만 원)에 불과한 현실은 교통수단 이용에도 큰 부담을 준다. 기본적인 도시 환경이 구축되지 않는 말라위 외곽 지역에서는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극심한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씨의 치주물루는 말라위호에 있는 작은 섬을 연고로 하고 있는데 말라위 본토보다 이웃 국가 모잠비크와 더 가깝다. 이 씨는 7월 중순 약 두 달간 현지에 머물며 팀과 함께 원정을 다니며 그 고충을 직접 겪었다.
"팀이 한 번 원정길을 떠나면 한 번에 2~3경기를 묶어서 한다. 배를 타고 나가는 데 돈이 많이 들고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3경기를 전부 한다고 치면 거의 100만 원을 쓰는 것 같다. 올 시즌 원정 총 15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동 수단으로 현지 전기선들이 있다. 그런데 배가 큰 대신 시간이 너무 유동적이다. 언제 출발할지가 확실하지 않다 보니 '품바니'라고 하는 작은 목선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주간에는 아침 8~9시에 주기적으로 출발한다. 작은 배다 보니 너무 흔들린다. 멀미가 굉장히 심하다. 원정 갈 때 선수 18명과 코칭 스태프를 포함해 25명 정도가 이 배를 탄다. 2층으로 구성돼 있어 빈자리 없이 100명 정도 탑승한다. 그렇게 5시간을 나가서 육지에 도착하면 버스로 또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체감 시간이 거의 하루다. 쉽지 않다."
원정에서 숙식은 어떻게 해결할까. "굉장히 기본적인 숙박업소를 이용했다. 민박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침대 하나 화장실 하나 정도다. 우리 돈으로 약 2천 원하는 방에서 잔다. 그런데 이것조차 다른 팀들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다른 팀의 경우 그냥 지역 초등학교나 폐가에서 자기도 한다. 말 그대로 노숙이다. 그래도 우리는 올해부터 편히 잘 수 있게 원정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1경기를 치르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안타까운 환경이다. 그러나 이 씨가 구단주로 부임한 치주물루는 말라위 하부 리그 내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팀이다. 이 씨의 재정 지원 덕분에 치주물루 선수들은 공식 유니폼과 기본 훈련 장비를 지급 받을 수 있었고, 원정 비용도 안정적으로 확보됐다. 대부분 팀이 원정 경비 마련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치주물루는 일단 한 시즌을 치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게 됐다. 여기에 승리 수당이라는 파격적인 복지까지 도입했다.
"우리가 3부리그에서는 가장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는 팀이다. 우리도 수당을 많이 챙겨주는 건 아니지만, 워낙 3부리그 수준이 낮다 보니 리그 내 기본 급여를 받는 선수들이 없다. 기본적인 숙식도 보장 안 되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현재 지원에 만족하고 있다. 말라위 3부리그 최고 대우다."
전업 축구 선수는 존재하기 힘들다. "사실상 없다. 타지에서 넘어온 선수 6명이 있는데 축구만 하고 있지만, 전업 선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대부분의 선수가 생계를 위해 어업에 종사 중이다. 우리 팀의 한 선수 같은 경우는 페인트공으로 일한다. 그 밖에도 건설 노동자, 오토바이 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 씨와 치주물루는 '꿈'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붙잡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학업을 병행 중인 이 씨는 학기가 끝나는 12월 다시 말라위로 날아가 구단 운영에 전념할 계획이다. 춘추제로 운영되는 말라위 리그 일정에 맞춰 이 씨는 선수단 보강과 차후 시즌 구상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시즌 말미라 이적 시장에 깊게 관여하고자 한다. 그리고 트라이아웃을 진행할 예정이다. 말라위 현지에 소문이 다 났다. 치주물루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다. 섬과 본토에서 모두 트라이아웃을 진행해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꾸릴 예정이다."
이 씨는 치주물루를 해마다 성장시켜 지역민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를 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이른바 '풋볼 드림'을 현실로 이룬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리버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사디오 마네는 고향에 병원, 학교, 우체국 등을 세우며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세네갈의 진정한 영웅으로 불리는 이유다.

마네만큼은 아니지만 말라위에도 비슷한 축구 영웅이 있다. 바로 미국 여자축구 1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테마와 차우잉가다. 차우잉가는 지난 4월 '청정수 국제 프로젝트(Freshwater Project International)'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말라위 학교에 깨끗한 물을 보급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직접 모금 행사를 주도해 식수 및 위생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7월에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의료·위생 키트를 조립해 현지에 전달하기도 했다.
"차우잉가는 현재 나이키의 협찬을 받을 정도에 스타 선수로서 말라위 국민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이런 사례가 치주물루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지금 있는 3부가 스카우터들에게 관심을 받기 쉬운 환경이 아니니 해외 진출이 많이 어렵다. 만약 이 팀이 말라위 슈퍼리그에 진출한다면 그 누구도 상상 못 한 일이 실현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유럽이나 한국과 네트워크를 통해 말라위에 영감을 주는 선수를 배출하고 싶다."

이 씨의 여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낯선 땅 말라위에서 작은 섬의 3부 리그 팀을 이끌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도전을 넘어, 축구가 가진 힘과 꿈의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훈련을 이어가는 선수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더 큰 무대를 바라보는 젊은 구단주의 시선은 분명 특별하다. 언젠가 치주물루가 말라위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창박골의 도전은 계속된다.
사진= 창박골 본인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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