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태양광 소송 줄패소…尹정부 때 무리한 제재 탓?

정부가 태양광 발전 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이다가 1심에서 줄줄이 패소 판결을 받고 있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에너지 정책에 따라 소송전이 벌어지는 것은 국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태양광 발전장치 업체 약 30곳과 총 43건의 행정·민사 소송을 각각 진행 중이다.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건은 13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업체가 승소(행정 7건) 또는 일부 승소(민사 4건) 판결을 받은 건은 11건이다. 행정 소송 2건은 조달청이 승소했는데, 업체 측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1심 판결은 지난 7~9월쯤 내려졌다.
소송전은 조달청이 2023년 9월부터 태양광 업체들의 구조물 직접생산(직생) 의무, 계약 규격, 원산지 표시 등의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조달청으로부터 “관련 사안을 위반했다”고 통보받은 일부 업체는 공공조달 입찰 자격이 박탈되고, 나라장터에서 퇴출됐다. 이익금 일부가 환수조치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는 당시 직생 위반 판정 등 조달청이 내건 기준에 대해서 “모호한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조달청은 당시 주요 구조물의 범위에 태양광 설비 중 ‘지지대’도 포함된다고 보고, 이를 외주 가공해서 현장에서 조립한 경우엔 직생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업계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 설비인 발전모듈·전력변환장치 등이 구조물에 해당하고, 지지대는 단순 부품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심 판결문 9건을 보면 각 재판부는 “직접생산기준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조달청과는 달리 ‘지지대는 외주 제작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며 “구조물에 관한 정부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미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조달청이 행정지도·시정명령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강도 높은 제재 처분을 한 것은 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지대의 외부 납품은 지난 10년 간 제재 없이 사실상 허용돼 왔다고 한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업체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조달청의 제재를 두고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태양광 사업을 축소하기 위해 내린 조치 중 하나”(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라는 의심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6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를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하고, 대통령실·감사원 등을 통해 감찰을 진행한 것과 연관된 조치라는 주장이다. 같은 해 9월 기획재정부는 태양광 등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우선 구매하도록 가격을 지원하는 사업인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약 4000억원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달청은 1심에서 패소 판결이 내려진 행정소송 7건 중 6건에 대해 항소했다. 조달청은 “재판부별로 처분의 적법성을 다르게 판결하고 있어 항소를 통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지금이라도 조달청이 항소를 포기하고 업체들과 원만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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