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업급여 상·하한액 역전에…상한액만 '찔끔' 올린 정부

김연주 2025. 9.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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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의 모습. 뉴스1

고용노동부가 내년 실업급여(구직급여) 상한액을 인상한다. 최저임금과 연동된 하한액이 상한액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10년 만에 나타나자 보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실업급여 하한액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계속 오르고, 실제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보다도 많다. 근본적 개편 없이 상한액만 조정한 것은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는 지난 19일 열린 제6차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실업급여 상한액의 기준이 되는 하루치 임금인 기초일액을 현행 11만원에서 11만3500원으로, 약 3.2%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실업급여 상한액(기초일액의 60%)은 하루 기준 6만6000원에서 6만8100원으로 오른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되지만, 상한액은 노동부가 심사위원회를 거쳐 시행령으로 바꾼다. 올해 최저임금이 2.9% 오르면서 10년 만에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자 노동부는 상한액을 올려 잡았다. 실제로 상한액을 조정하지 않았다면 하한액은 월 198만1440원으로 상승해, 기존 상한액인 198만원을 초과하게 될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번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한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된 구조상, 상한액을 3%가량 올려 간격을 벌려도 최저임금이 매년 2~3%씩 오르기 때문에 1~2년 안에 다시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질적인 제도 개편 없이는 상한액만 조정해 간격을 맞추는 방식을 반복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한다는 원칙이 있으나, 하한액은 높게 책정된 반면 상한액은 상대적으로 낮아 그 취지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그 결과 대다수 수급자가 하한액을 받는 실정이다.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도리어 근로자의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높아지는 왜곡도 발생하고 있다. 세금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비과세 소득인데 반해 최저임금은 세금을 떼고 받는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98만14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 실수령액(약 189만1000원)을 웃도는 이유다. 일하는 것보다 실업 상태에서 소득이 더 높아져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동부도 과거 “OECD가 한국을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하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유일한 국가로 지목하며 하한액 하향을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업급여 상한액에 비해 하한액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오르는 하한액과 달리 상한액은 노동부에서 고시하는 기초일액의 60%로 고정돼 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의 보고서 ‘변화하는 노동시장, 고용안전망의 새로운 지평’에 따르면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40세 기준 평균임금의 41.9%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상한액은 평균 임금의 43.8%에 불과해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번 6차 고용보험위원회 회의에서도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경영계는 제도의 왜곡을 막기 위해 하한액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노동계는 상한액을 인상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수급액 체계의 전면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한액은 너무 높아 근로의욕을 꺾는다면 상한액은 너무 낮아 사실상 실직자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안전망 역할은 못하고 있다”며 “상·하한액 어느 한쪽만 움직이기보다 실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하한액은 줄이되, 너무 낮은 측면이 있는 상한액은 수급 기간이나 조건에 따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재민 박사는 “실업급여의 하한을 현실화하고 상한을 높이는 소득비례 구조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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