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미국의 진짜 경쟁력

미국 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를 신청할 때 드는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대폭 올린다는 발표가 나온 후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미치오 카쿠가 과거에 했던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약 15년 전, 일부 의원들이 이 비자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했을 때 그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설명하면서, “H-1B 비자야말로 미국의 비밀 병기”라고 했다. 그는 그 비자를 “천재들을 불러오는 비자”라고 하면서, 그것 없이는 구글은커녕 실리콘밸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학생의 절반이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분야에 따라서는 100%가 외국에서 온 학생들로 박사과정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H-1B가 없으면 미국의 첨단 산업이 무너진다”고 했던 카쿠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H-1B 비자를 가진 직원을 가장 많이 채용하는 기업들은 아마존과 MS, 메타, 구글 같은 기업들이다. 이번 발표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발표 내용도 정확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현재 비자를 가진 사람도 매년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다가, 앞으로 취업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수수료는 한 번만 낸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내용이 많아서 업계에서는 상황을 파악 중이다. 이건 트럼프 행정부가 일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이후에 디테일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다급한 기업이나 외국 정부와 거래를 시도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중요한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 애초에 외국의 부자와 인재들이 미국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려워 할 필요 없이 안정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게 미국의 진짜 경쟁력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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