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옆동네서 벌어진 일... 어쩌다가 안면 트고 인사까지
<오마이뉴스>와 노동-시민사회의 연대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솔라시 조직위원회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체적 현실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례로 보는 대안 정책'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권인호 기자]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은 1993년 대전 엑스포 시기 개발된 지역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충남대가 있는 궁동과 카이스트가 있는 어은동 사이의 어정쩡한 공간은 어궁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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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어궁동 비스트리트 지도 창업, 연구, 실험 등 다양한 동네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 |
| ⓒ 윙윙 |
이런 새로운 변화의 시작에는 2010년 시작된 '테드엑스 대전(TEDx Daejeon)' 활동이 있다. 테드엑스는 18분 간의 발표로 인사이트를 나누는 테드(TED)의 지역별 콘퍼런스다.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기획하면서 모인 청년들은 새로운 커뮤니티와 모임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어은동에 벌집(Birlzip)이라는 이름의 공유 공간이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는 대전 유성구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함께 지역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던 기존의 상인들과 새로운 청년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인사하기 시작했다. 주민총회를 통해 '안녕마을'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안녕축제라는 이름의 마을축제를 만들어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상인 십계명, 차 없는 거리 등의 합의를 통해 마을의 유대관계를 만들어 갔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은 주민공동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축제와 플리마켓에서 마을로 자원이 축적될 수 있도록 '꿀'이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었다. 골목을 찾는 이들의 경험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도록 '안녕가게'의 앞치마와 나무 입간판을 만들어 방문하는 이웃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어궁동의 혁신적인 생태계의 기반에는 청년과 지역 상인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만든 '마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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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재생사업 과정에 함께하는 주민들 |
| ⓒ 권인호 |
이러한 시도는, 어궁동에서는 새롭게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마을의 자산을 축적해 가는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어떤 사업이든 행정적인 사업의 틀로 바라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마을의 힘과 자산을 축적해 갈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고민했다.
'상권'이 아니라 '창조권'!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2022년에는 청년 기업 '윙윙(Wingwing)'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창업가를 위한 마을자산화를 시도했다. 부동산 조각 투자 공모를 통해 카페와 창업 공간이 있던 건물을 '함께 소유하는 형태의 공간'으로 전환한 것이다. 공모 첫날 '창업 스페이스'라는 이름의 건물은 완판되었다. 공모 총액 9억 1천만 원, 총 수량 18만 2천 주였다. 1층에는 카페, 2,3층에는 청년 창업가를 위한 공유 오피스가 입주했다. 동네 가게를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더해졌다.
어궁동의 마을자산화는 프롭테크(PropTech=property+technology, 부동산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를 통해 마을이 새로운 시도와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었다. 마을자산화는 함께 소유하고, 향유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스페이스 건물은 프롭테크 기술을 통해 공동의 소유 구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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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들이 함께 소유하는 창업스페이스 부동산 조각투자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함께 소유하는 창업스페이스 |
| ⓒ 윙윙 |
도시재생 사업의 지속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결국은 마을은 애정을 가진 주민들이 가꾸어 나간다. 창조성과 열정을 갖고 마을을 계속 가꾸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결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마을의 힘과 자산을 축적하기
어궁동의 도시재생과 마을자산의 사례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동네를 오랫동안 지켜온 상인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은 우연히 만나 쇠퇴했던 마을을 새로운 안녕의 마을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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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자산화 설명을 듣고 있는 주민들 |
| ⓒ 윙윙 |
해외에서 답을 살펴보자면 영국 런던의 사례가 있다. 런던의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SCB)는 대규모 도시개발 과정을 막기 위한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과 주민의 공동자산이 더해져 인상적인 도시재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런던에서 보았듯, 어궁동의 혁신적인 사례도 결국 다양한 부처와 영역의 지원사업과 기금을 어떻게 마을과 동네 중심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창조성과 역동성을 가진 마을 조직과 공동체가 행정의 틀을 벗어나 지역의 자산과 고유한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주민의 성장과 발맞춰 제도의 발전이 필요
어궁동의 경우, 초기에 청년 기업과 가게들이 입주하면서 비스트리트 동네캠퍼스 골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마을의 창조적인 역동성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업관을 가진 이들의 창업을 촉진하고, 또 이를 위한 사회적 금융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 금융은 대규모 대출보다는 소액 대출을 통해 다양한 실험, 비영리활동을 이끌어 낸다. 마이크로 파이낸스(Microfinance), 근본적인 사회문제 해결 중심의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Social Impact Investment), 지방정부의 주도성과 지역 간 금융 격차를 해소하는 지역개발금융(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등이 사회적 금융에 속한다.
지역을 위해 지역에서 축적하는 자산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마을기금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진다. 마을기금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주민공동체는 사회적협동조합 등의 조직을 통해 마을 커뮤니티 공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일시적으로 수탁받거나 인건비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기금을 마련하여 공간을 운영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사회적금융), 주민자치기본법안(마을기금, 주민공동자산)이 각각 2020년, 2021년에 발의되었다가 폐지된 바 있다. 주민조직이 대표성과 합법성을 갖고 안녕센터와 같은 커뮤니티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기회가 아쉽게 무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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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이 주인공인 안녕거리 성과공유회 |
| ⓒ 권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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