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무실점 대승'하고 야유받은 김기동, '0-3 대패'하고 박수받은 이정효

김희준 기자 2025. 9.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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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FC서울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FC서울이 광주FC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그런데 양 팀 감독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경기 결과와 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0라운드를 치른 서울이 광주에 3-0으로 이겼다. 서울은 승점 43점으로 리그 5위까지 올라섰고, 광주는 승점 41점으로 6위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은 명확한 컨셉을 갖고 광주를 상대로 승리했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린가드 대신 둑스를 기용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측면에 크로스가 좋은 선수들이 있다. 상대는 센터백 두 명 외에 신장이 작다"라며 이번 경기에는 높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은 세트피스에서 광주의 제공권 열세를 이용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후반 23분 김진수가 멀리서 올린 프리킥을 광주 수비가 경합 상황에서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오는 공을 둑스가 가슴으로 받은 뒤 발리슛을 해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5분에는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이승모가 타점 높은 헤더로 돌려놔 추가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후반 39분 문선민의 쐐기골을 더해 서울이 3-0으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서울이 광주의 장점을 잘 제어하며 약점을 공략해 결과까지 얻은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 후 팬들의 반응은 결과와는 딴판이었다. 경기 후 광주 선수단은 서울 원정을 온 팬들에게 인사했고, 광주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정효 감독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분명 최근에 비해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광주 팬들은 이 감독을 굳건히 믿는 듯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1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다. 또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라며 "광주 팬들은 알 거다. 경기 승패에 관계 없이 우리를 응원해주신다. 오늘도 경기 보셨겠지만 지고 있다고 주눅들지 않고 골을 넣기 위해 끝까지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팬들이 느끼지 않았나 싶다"라며 선수들과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 팬들이 응원석에 내건 구단 비판 걸개. 김희준 기자

반면 김 감독은 승리했음에도 서울 팬들의 야유를 감당해야 했다. 이날 서울 응원석에는 김 감독의 현 성적을 질타하는 현수막이 1층과 2층에 내걸렸다. 경기 중에도 득점이 터질 때 김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면 서울 팬들은 곧장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후에도 선수들은 서울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지만, 김 감독은 '김기동 나가'라는 비판 구호를 들어야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는 돼있다. 감독이란 자리는 고독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해야할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그게 팬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FC서울을 위해서 축구만 생각하고 달려왔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예전에 98% 축구, 1% 가정, 1% 골프라는 얘기를 했다. 지금은 서울을 위해 뼈를 갈아넣고 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고 우승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향상된 성적으로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두 감독에 대한 상반된 반응이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팬들의 기대치 차이다. 광주는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기보다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구단이 발전하는 걸 우선순위로 삼는다. 그 중심에는 이 감독이 있고, 이 감독은 이미 선수 성장과 구단 발전을 시키는 동시에 성적까지 잡아냈다. 광주 팬들 사이에서는 이 감독과 함께라면 광주가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돼있다.


서울은 광주보다 더 높은 목표를 삼는다. 서울 팬들은 우승을 원한다. 서울은 2016년 K리그1 우승 이후로 10년 가까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포항스틸러스를 이끌고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한 김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5년 만의 파이널A로 실력을 일정 부분 입증했고, 올 시즌도 파이널A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2년 연속 우승에서 멀어진 상황은 서울 팬들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양 팀의 지원 차이다. 이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전폭적인 지원을 할 만한 재정 여력이 없다. 오히려 재정 적자가 발생해 에이스를 매 시즌 판매해야만 했고,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납으로 대표되는 행정력 부족으로 다가오는 겨울 선수 등록도 금지됐다. 어려운 와중에도 이 감독이 가진 선수단에서 최대치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광주 팬들은 이 감독에게 더욱 지지와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그래도 원하는 선수를 수급할 만한 경제력은 갖췄다. 이번 시즌에도 겨울에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둑스를 자유계약으로 품었고, 여름에는 클리말라, 안데르손, 천성훈, 정태욱(임대) 등을 품에 안았다. 자유계약이라 하더라도 국가대표급 자원을 영입한 건 성적과 재정이 뒷받침 된 덕이며, 여름에는 K리그1 최고의 크랙인 안데르손까지 합류했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기성용, 윌리안, 김주성 등이 나간 걸 고려하더라도 전력 누수가 있었다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서울 팬들은 우승 경쟁이 아닌 2위 경쟁에서도 한 발 물러서 있는 팀의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된 것이다.


이번 시즌 서울과 광주는 순위표에 나란히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전 서울이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것과 달리 광주가 중하위권에 머물 걸로 예상됐음을 감안하면 두 팀 모두 기대치와는 다른 성적을 받아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서울이 승리, 광주가 패배했음에도 양 팀 팬들이 정반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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