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청소기' 사러 7만5000명 클릭…다이소 미친 가격의 이면

이우림 2025. 9.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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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방문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다이소 매장 모습. 이우림 기자


파격가 소형가전의 이면


“5000원짜리 청소기요? 이미 다 나갔어요. 언제 더 입고될 지는 우리도 몰라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다이소 매장. 휴대용 무선 청소기를 찾는 손님들에게 점원은 익숙한 질문이라는 듯 답했다. 서울 중구와 마포구 일대 다이소 매장 5곳을 더 가봤지만 역시 재고가 없었다. 사흘 뒤인 19일 온라인 다이소몰에 접속하자 7만5000명이 해당 상품을 봤다는 표시와 함께 ‘재입고 예정’이라는 안내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

다이소가 내놓은 ‘5000원’짜리 생활 가전이 완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휴대용 무선 청소기·드라이기·고데기·전동 바디 제모기 등 4종 제품이 대표적이다. 경기 불황 속에 초저가 상품을 잇따라 히트시킨 이후, 초저가 생활가전까지 내놓은 다이소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5000원이라는 파격가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간 다이소는 뷰티·건강기능식 등의 분야에서 국내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형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다이소 전체 매출의 70%가 국내 협력업체 제품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4종 제품을 포함해 생활 가전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완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업계는 생활 가전의 경우 국내 업체와 협업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제조사들이 인건비 부담이 큰 국내 생산을 줄고 있어서다. 국내 소형 가전 업체들도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 완제품을 들여오거나 현지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긴다. 한 소형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하면 운송비를 다 따져도 국내 생산 비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

저렴한 중국산 생활가전이 다이소 등 접근성 좋은 오프라인 매장에 등장하자 일각에선 안전·품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이소 판매 제품에는 KC 인증 마크가 부착돼 있지만, 다른 기기와 전파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지 전자파 적합성 여부를 확인했다는 의미다. 전기적 안전성과 내구성을 포괄하는 ‘전기용품 안전 인증’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 직류전원장치(USB C타입 고속충전기) 등을 쓰는 소형기기는 안전 인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이소 측은 “고장 시 애프터서비스(A/S)는 어렵다. 다만 제품 불량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직접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최근 2~3년 새 국내 소형 가전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인터넷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직구 이용률(만 12세 이상 인터넷 쇼핑 이용자 기준)은 2021년 15.4%에서 지난해 34.3%로 18.9%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진은 “아마존·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의 한국 시장 진입으로 해외 직구 이용 기회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소형 가전 브랜드 ‘소싱’의 김장구 대표는 “2017년 창업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며 “온라인 매출 비중이 85%, 오프라인이 15%인데 오프라인 매장은 너무 적은 데다 입점 수수료가 높고, 온라인은 중국 업체의 공세가 너무 거세다”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저가 시장은 거스를 수 없는 소비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생활가전 시장은 중국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품질 제품은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고 가전 업체가 살아남으려면 “브랜드 가치와 혁신적 제품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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