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위기의 공적연금, 재정 전망부터 정확해야

기존 연금제도가 유지되면 노인 빈곤율이 2025년 37.4%에서 2050년에는 42.3%로 치솟을 것이라는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의 문제점을 들어 영구 비공개 처리한 것이 알려지면서, 최근 논란 끝에 내용이 공개되었다. 이 논란 직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장기재정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 해에만 국민연금은 206조원 수지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총지출이 2025년 50조원에서 2050년 322조원으로 급증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은 논란 끝에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법을 개정했음에도 모든 공적연금이 40년 안에 순차적으로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학연금도 저출생 직격탄을 맞아 교직원이 감소하면서 2047년 소진된다. 공무원연금은 206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지 적자가 0.69%로 올해보다 0.36%포인트 더 늘어난다. 올 한 해 적자 보전액 10조원의 두 배가 넘은 액수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야 한다. 사용자로서 국가가 부담하는 공무원연금 보험료 9%에 추가되는 액수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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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공적연금 부채 3300조 넘어
나랏돈 충당으로 국가채무 급증
낙관적 전망 말고 정밀 추계해야
」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8년 안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5년 안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세계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엔·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 요청으로 국내외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의 재정 전망을 수행했다. 2003년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부터 2023년의 5차 재정계산에 모두 참여했으며, 5차례 모두 재정안정 방안을 담당했다. 이 경험에 비추어보면 지난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173.4%는 꽤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판단된다.
이 전망이 실제보다 장밋빛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고 뒷받침할 수 있는 분석 자료는 적지 않다. 우선 2020년 ‘제2차 장기재정전망’(2020∼2060)에서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81.1%로 과소 추정되었다는 점을 감사원이 문제 삼았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감사원은 국가채무 비율이 이보다 두 배 이상이라고 봤다. 같은 2020년 기준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을 158.7%로 추정하고 2070년엔 185.7%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3월 국민연금법 개정에서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기로 함에 따라 후세대 부담을 더 키운 개악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의 2065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 173.4%는 지극히 낙관적인 가정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가 미적립 부채다. 미적립 부채란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를 의미한다. 연금연구회가 추정한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2060조원(GDP 대비 84.8%),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정치는 1820조원이다.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국민연금 액수가 3000조원 이상이다 보니, 적립금이 1200조원 넘을지라도 국민연금을 지급하기에 이만큼이나 부족하다는 뜻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작년 기준 1312조원으로, 1년 만에 82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사학연금의 미적립 부채는 176조원(2022년 기준)으로 가입자 1인당 5억원 넘는 빚을 지고 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빠르게 늘어날 기초연금을 제외하고도, 아무리 적게 잡아도 4대 공적연금 부채가 이미 3300조원이 넘어간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존 연금제도 유지 시 20년 뒤의 노인 빈곤율이 42.3%에 달한다는 연구 내용은 우리 사회 구성원을 혼란스럽게 한다. 모든 공적연금이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지출이 급증하는데도 노인 빈곤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고 전망해서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왜 공존하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따져봐야 할 때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 당시 정치권은 연금 구조개혁 논의를 위해 국회에 연금특위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5개월 넘게 지났음에도 특위 자문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연금 구조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연금은 지속 가능성이 관건이다. 구조개혁의 시간을 허비할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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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리셋코리아 연금개혁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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