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사상 최고치 경신 중 일본 증시…상승 원동력은 GDP 증가
일본 증시로 살펴본 코스피 5000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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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편 일본
디플레 탈피, 늘어난 명목 GDP
일본 증시 고공행진 가능케 해
향후 5년 성장률 전망 따져보면
코스피 연평균 5% 상승 그칠 듯
」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은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섰다. 이 시기에 기업이 투자를 대폭 줄인 결과, 1998년부터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했다.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보다 저축한 돈이 많았던 셈이다. 1998년 GDP의 5.4%였던 기업 자금 잉여가 2003년에는 10.4%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그 이후에는 기업 잉여의 GDP 대비 비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일본 기업은 여전히 자금 잉여 주체로 남아있다.
일본 기업 자사주 매입, 85% 증가
가계는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은 경제 주체다. 여기다가 기업마저 저축을 하니 대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의 주요 은행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는데, 주식보다 채권을 주로 사들였다. 은행의 자산 중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7년 11.6%에서 2011년에는 32.4%로 급증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는데, 은행이 이를 사주면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대로 떨어졌다. 보통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는 상승한다. 그러나 1990~2010년 일본 금리와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주가를 결정하는 금리 하락 폭보다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졌고 기업의 배당 성향(15~20%)도 낮았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다. 대표적인 정책이 2014년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다. 그 핵심은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인 주주 관여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와 배당 정책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또 2015년에 도입된 독립 사외이사 비율 확대를 권고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코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었다.
최근 들어 일본 기업은 도쿄증권거래소(TSE) 주도로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구조 개선, 성장 분야 투자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우선 일본 상장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한때 일본 기업은 장기 불황과 버블 붕괴의 기억 속에 내부 유보를 쌓아두는 데 집중하며 ‘저배당·저환원’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증권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 환원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사주 매입의 급증이다.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TOPIX(도쿄 증권거래소 1부 상장 종목으로 구성한 주가지수)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18조7000억 엔에 달했다. 이는 증가율이나 규모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해 4월에서 8월 중순에도 이미 10조5000억 엔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배당 정책 개선세도 뚜렷하다. 2024 회계연도 TOPIX 기업의 평균 배당 성향은 35.6%로, 최근 3년 평균(2021~2024년·33.8%)을 상회했다. 이에 따라 순이익 대비 총 주주환원 비율은 57%로 그 이전 4년 평균(44.7%)보다 높아졌다.
일본 정부와 TSE가 기업에 ‘자본 효율성 개선’을 계속 요구하고, 글로벌 투자자가 일본 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 친화적 경영으로 방향을 튼 결과다. 과거 ‘현금만 쌓아두던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적극적으로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일본 자본 시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상장폐지 기업의 급증이다. 올해 들어 이미 상장폐지됐거나 상장폐지를 계획 중인 기업이 79개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폐지 기업 수(94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TSE와 금융청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대응하지만, 다른 기업은 외부 압력을 차단하고 장기적 경영권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선택하고 있다.
정체되던 GDP 늘며 주가도 뛰어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기업 행태를 변화시켰지만, 일본의 주가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린 힘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피와 명목 GDP의 증가라 할 수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들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한 나라 물가를 나타내는 총체적 지표가 GDP 디플레이터다. 1994년에 114.3이던 GDP 디플레이터(2015년=100)는 2013년(96.4)에는 15.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0.5% 증가에 그쳤다. 거의 20년 동안 GDP가 정체된 셈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GDP 디플레이터가 오르기 시작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경제 재건 전략으로 추진한 ‘아베노믹스’가 디플레이션 탈피의 계기가 됐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통화 완화에 있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을 위해 양적·질적 금융 완화를 통해 통화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이 외에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한 물가 상승을 유도했다. 2012년 말 달러당 86.75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2024년 6월 말에는 160.88엔까지 거의 2배나 상승했다.
이런 정책 영향으로 2014년부터 일본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112.6으로 2013년 말보다 16.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23.9% 증가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와 상관 계수가 가장 높은 경제 변수가 명목 GDP다. 실제로 1994년 1분기~2025년 2분기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두 변수 사이의 상관 계수가 0.87로 매우 높다. 인과 관계 분석을 해보아도 서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225와 상관관계가 높은 또 다른 변수는 엔-달러 환율이다. 1994년 1월~2025년 8월 사이에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0.66으로 비교적 높다. 결국 엔화 약세와 더불어 명목 GDP 증가가 일본 주가지수 상승의 근본 원인이 됐던 셈이다.

주주가치 제고 드라이브 거는 한국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출범시킨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한국 자본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국 증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반복되는 불공정 거래 사건 등이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며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것인데, 위원회가 내세운 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상법 개정이다. 상법 개정의 주요 골자는 이사의 책임 강화와 감사위원 선출방식 개선, 집중 투표제 도입이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할 책임을 지고 대주주 입김에서 벗어나 감사위원을 독립적으로 선출하며,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자본시장 개혁이다. 공시제도 선진화와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거래소 감시 역량 강화로 시장 투명성을 개선하겠는 것이다.
셋째, 세제 논의다. 배당소득은 분리과세하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현행대로 ‘종목당 보유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우리 가계와 기업,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이 1경2532조원으로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인 것 같다. 넷째,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철저한 대응과 재발 방지 장치 마련이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다.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더 많은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고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률 5% 돼야 코스피 5000 가능
이런 주주가치 제고 정책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시 제도 개선만으로 주가가 목표한 만큼 상승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더불어 명목 GDP가 증가하며 닛케이225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듯이, 우리도 GDP가 증가해야 코스피도 오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코스피와 명목 GDP가 동행하고 있다. 2000~2024년 명목 GDP는 연평균 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는 6.7% 상승했다. 필자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을 3.8%(실질 GDP 1.8%+GDP 디플레이터 2.0%) 정도로 전망한다. 이런 성장 추세라면 앞으로 5년 코스피의 연평균 상승률은 5% 정도에 그칠 것이고, 코스피 5000 달성은 쉽지 않다.
1970년대 이후 우리 경제성장률을 보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떨어졌다. 이번 정부는 ‘진짜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변화로 현재 2%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잠재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명목 GDP 성장률이 5%에 이르고 코스피 5000시대도 가능할 것이다. 진짜 성장이 실현돼야 ‘진짜’ 코스피 5000시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영익 전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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