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부 관람한 '극장의 시간들'…극장 가서 봐야하는 까닭

정현목 2025. 9. 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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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시간들' 이종필·윤가은 감독 인터뷰
영화 '극장의 시간들'의 첫번째 단편 '침팬지'의 한 장면. 사진 티캐스트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20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관람한 영화 '극장의 시간들'은 영화와 극장에 관한 영화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영화는 예술영화전용관인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와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 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를 연출한 이 감독은 상업영화계에서,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은 독립예술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계의 두 축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극장과 영화의 의미를 조명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대통령이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왼쪽)과 윤가은 감독. 사진 티캐스트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는 종로구 한 극장의 영사실에서 중년의 영사 기사가 젊은 여성에게 영사 기술을 가르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세대 간의 전수를 통해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란 믿음을 상징한다.

첫번째 단편 '침팬지'는 2000년 광화문에서 우연히 만나 미스터리한 침팬지 이야기에 빠져드는 세 영화광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침팬지는 젊은 시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중한 존재를 은유한다. 감독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김대명)에게 그것은 20대 초반 자신의 감성을 지배했던 예술영화관 체험이다.

20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극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노쇠해서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동물원 침팬지 이야기는 20대 초반 방황하던 내가 직접 목격한 실화"라며 "예술영화 극장을 자주 갔던 때여서 극장 스토리에 그 체험을 녹여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 뜨거웠던 마음이 시들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극장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인공으로 배우 김대명과 가수 원슈타인(김대명 캐릭터의 20대 초반을 연기)을 캐스팅한 이유도 특별했다.

"김대명도 저처럼 20대 초반 극장 주변을 맴돌며 영화를 꿈꿨던 공통점이 있어서 친해졌어요.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가 떠올라 출연을 요청했습니다. 그의 20대 시절은 가수에게 맡기고 싶어 김대명 닮은 뮤지션을 검색해보니 원슈타인이 바로 나오더군요. '탈주' 때 인연 맺은 자이언티가 마침 그의 소속사 대표여서 바로 만나게 됐죠."

이 감독의 뇌리에 각인된 영화는 교복을 입고 봤던 영화 '해피 투게더'(왕자웨이 감독, 1998)다. "정식 개봉 전 몰래 상영하는 곳에서 봤다"며 "전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화가 끝나자마자 OST를 들으며 뛰쳐 나왔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노는 장면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감독(고아성)의 촬영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카메라 뒤에서 현장을 바라보는 듯한 카메라 앵글은 관객들에게 마치 자신이 감독이나 스태프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의 두번째 단편 '자연스럽게'의 한 장면. 사진 티캐스트

넥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맛난 음식으로 아이들을 달래고 얼러 가며 영화를 찍는 감독은 윤 감독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캐릭터다.

윤 감독은 "대사 없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즉흥적으로 찍은 영화를 통해 관객이 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 치열한 고민 속에서 어렵게 연출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봐야 영화가 비로소 완성된다는 메시지 또한 녹여 넣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가 느낀 건, 어린 배우들도 성인 배우처럼 배우로서의 정체성이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아성 또한 아역 배우 출신이기에 함께 출연한 어린 배우들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 엄마가 있는 걸 불편하게 여기고, 대사 연습은 가족들 없는 곳에서 하는 등의 답변은 고아성 배우가 아역 배우 출신이기에 끌어낼 수 있었던 거죠. 선배 배우가 후배들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전 재미있게 목격했을 뿐이에요(웃음)."

윤 감독은 또 "영화는 세상의 다양한 일과 수많은 감정을 대리로 경험하게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통로"라며 "우리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선 다양한 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단편은 뚜렷한 개성의 두 연출자가 만들었기에 결이 다르지만, 극장이란 공간에 대한 진정성 만큼은 일맥상통한다. 극장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건강한 도피처"(이 감독)이자, "개인적인 동시에 공동체적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곳"(윤 감독)이다.

두 감독은 또 "관객이 극장에 들어갈 때 마음과 극장을 나왔을 때 마음이 다르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 자신의 삶을 환기시켜 주는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정현목 문화선임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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