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윌브'의 흥행 실패... 한국 콘텐츠 답보 상태 상징하나
[김건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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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동석을 필두로 한 호화캐스팅으로 주목받은 <트웰브>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
| ⓒ KBS |
<트웰브>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누구를 위한 작품인지 명확히 선택하지 못한 데 있다. 12지신을 소재로 한 히어로물은 그 기획 자체는 신선했다. 마블을 필두로 한 서구의 슈퍼히어로물이 득세했던 적이 있었기에 동양적 판타지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은 성인 관객을 위한 진지한 액션 드라마와 낮은 연령대를 겨냥한 판타지 모험물 사이에서 제대로 포지셔닝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관객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성인들에게는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에 그치고 저연령층에게는 여타 판타지물과는 별반 다를게 없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이런 애매모호함은 현재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이 고민하는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한 실패 사례처럼 보인다. 한국 콘텐츠업계는 넷플릭스에서의 큰 성공사례를 염두하면서 늘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다. 하지만 내수시장도 확보해야 한다는 선택지를 포기하지 못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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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 이후 이렇다할 성취가 없다. 그의 흥행파워에 적신호가 켜졌다. |
| ⓒ KBS |
<트웰브>의 흥행 실패에 따르는 마동석을 향한 비판은 그를 흥행시킨 캐릭터를 향한 피로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구축된 유머와 액션을 겸비한 '마동석' 브랜드는 범죄도시 이후 그렇다할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관객들은 더 이상 범죄도시라는 세계에서 벗어난 마동석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한다. 심각한 건 마동석이 제작자로도 참여하면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고 있다는 인상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검증된 공식의 반복을 선택했고, 그 결과 <트웰브>는 판타지라는 장르적 외피만 바꾼 범죄도시의 '마석도' 캐릭터를 재생산했다.
최근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물론 오랫동안 개봉을 미룬 소위 창고영화이긴 했지만, 개봉 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갈 정도로 참혹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이 작품 또한 '주먹으로 퇴마를 하는 마석도'라는 평가로 비판받았다. 마동석이라는 배우 브랜드가 특정 장르와 캐릭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관객들이 마동석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제 범죄도시 세계의 마석도 그 자체가 되어버렸고 다른 시도들은 외면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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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웰브>는 균형감을 잃어버린 한국 콘텐츠업계의 모범적인 실패사례다. |
| ⓒ KBS |
<트웰브>의 흥행 실패를 마동석 개인의 실패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집약체로 봐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다 보니 작품의 개성까지 단순화시켜버린 잘못된 선택, 명확한 타겟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전략적 실패, 제한된 자원으로 무리하게 스케일을 키우려다 작품의 핍진성까지 해치는 모순, 검증된 공식에 안주하려는 보수성 등이 모두 한 작품 안에서 폭발한 사례가 <트웰브>다.
이런 실패들은 <트웰브>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트웰브> 이전에도 비슷한 양상의 실패작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540억 제작비를 들인 <아스달 연대기>도 유사한 비판을 받으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전적이 있다. 하지만 개별 작품의 실패를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장기적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검증된 공식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시도에 대한 관용도 있어야 한다.<트웰브>의 실패는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소중한 케이스다. 마동석에게 주어진 경고장은 결국 한국 콘텐츠업계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 인식의 출발점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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