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를 진짜 '리치 맨'으로 만든 뮤직비디오 감독




Q : 엘르와의 두 번째 만남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A : 보시다시피 계속 작업하면서 지냈죠.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땐 임신 중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웃음) 제 아이 도호와 함께하고 있어요.
Q : 감독으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어때요?
A : 저는 몰랐는데 주변에서 더 여유로워졌다고들 하더라고요.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은 더 안정된 것 같아요.
Q : 태교 음악이 올데이 프로젝트 ‘Famous’였다고요
A : 임신 중에 프리 단계랑 촬영을 하고, 출산 후에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막 홀로서기를 시작하던 때라 불안했는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 고마운 작업이죠.
Q : 어쩌면 소속사 관계자 외에, 가요계에 오랜만에 혼성 그룹이 나온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접하지 않았을까요
A : 처음엔 소속사에서 아티스트가 누군지 안 알려주더라고요. 여자 그룹인지, 남자 그룹인지 물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죠(웃음). 킥오프 미팅 때 혼성이라는 걸 알고 ‘이거 진짜 재밌겠다’ 싶었어요.
Q : 특히 어떤 부분이 재미있던가요?
A : 멤버들의 서사를 담아내는 거요. 팀으로 모이기까지 각자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직접 멤버들 인터뷰를 요청해서 각자가 보여주고 싶은 걸 들었어요.
Q : 예컨대 어떤 이야기가 있었어요?
A : 베일리 님이 영화 〈테넷〉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영화 메시지가 ‘운명이 아무리 비틀어져도 결국 내가 가야 할 자리에 가게 된다’는 건데, 본인 또한 댄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결국 가수가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베일리 님 시퀀스는 모두 거꾸로 흘러가게 연출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멋있는 영상일지언정 속엔 진짜 이야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Q : 메시지에 화려한 CG까지 얹히니까, 보는 입장에선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A : VFX 슈퍼바이저 제임스 최가 정말 고생 많았죠. 특히 하이힐 바닥에서 도시로 전환되는 장면은 제가 30번 넘게 수정 요청을 했는데 끝내 멋지게 완성해 줬어요. 에스파 'Rich Man'도 그렇고요.

Q : 그런 면에서 전소미 ‘EXTRA’는 감독님의 필모에서 특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CG가 거의 없던데요
A : 맞아요. 일부러 클리닝 정도 빼고는 CG를 거의 쓰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저를 CG를 잘 쓰는 감독으로 기억하긴 하지만, 사실 그게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계속 변화하는 것 자체가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순간, 제 스타일이 사라지는 거겠죠.
Q : CG를 줄이는 대신 집중한 게 있었다면요?
A : 공간이요. 가사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사랑 얘기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는 소외감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이잖아요. 이런 메시지는 보통 인물 간 충돌로 표현하는데 저는 공간으로 풀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호승 미술 감독님과 함께 의미 있는 공간을 설계했죠.
Q :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이었나요?
A : 큰 소방 훈련장을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을 곳곳에 넣었어요. 사실 그곳은 모든 게 다 가짜잖아요. 구조 대상도 사람이 아니라 더미고요. 그런데도 주인공은 그와 닮으려고 애쓰는 거죠.


Q : 아티스트는 이 곡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던데, 감독님은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A : 사춘기를 겪는 모든 사람들. 사실 성인이 돼서도 사춘기는 오잖아요. ‘나는 왜 이럴까’, ‘왜 남들과 다를까’ 고민하는 분들. 기자님도 그럴 때 있지 않으세요?
Q :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위로받았어요. 이런 작업은 아티스트에게도 특별할 것 같아요
A : 뮤직비디오 때 모습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드셨더라고요. 저한테 먼저 보여줬어요. 자기가 이 뮤직비디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겠다며(웃음). 어떤 여자아이돌이 손으로 스파게티를 집어 먹겠어요. 근데 소미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제안했고, 할 수 있었어요.

Q : 에스파 ‘Rich Man’도 일반적인 여자 아이돌에게서 흔치 않은 모습이어서 신선했어요
A : 제가 생각하는 ‘멋있는 여자’를 구현한 거예요. 소속사에서도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셔서, 진짜 멋진 여자가 필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달리는 여정을 그리고 싶었죠. 무언가에 열망이 타오르고, 죽을 만큼 달리고, 또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그런 과정이요. 사실 진짜 여유로운 사람들은 쉴 때 명품 쇼핑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별장이나 농장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Q :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에는 아티스트의 역할도 특히 중요하겠어요
A : 필릭스 님과 탬버린즈 캠페인 영상을 찍을 때였어요. 개껌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필릭스 님이 애드리브 연기를 하시자마자 모두가 환호하면서 “됐다!”를 외쳤어요. 개껌을 꽉 깨무시더라고요.

A : ‘Rich Man’ 농장 씬을 촬영할 때 카리나 님이 어떤 포즈가 좋을지 고민하시더라고요. 제가 ‘상여자의 휴식’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다리를 차셨죠(웃음). 이런 주저 없는 과감함이 장면을 완성하는 힘이 돼요.
Q : 이쯤에서 궁금해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멋있는 여성’은 누구예요?
A : 줏대 있는 여자. 어떤 상황이 와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Q : 감독님이 절대 굽히고 싶지 않은 줏대는 뭐예요?
A : 뮤비를 만들 때 늘 고민돼요. 음악을 직관적으로 풀지, 아니면 완전히 틀어버릴지. 결국 후자를 택하기로 했어요. 여태껏 안전한 해석은 많이 해왔으니까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도 그 장면이 왜 존재하는지 논리가 확실하니까 자신 있어요. 또 그런 해석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요.
Q : ‘Rich Man’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조각된 명예의 벽이 걷히며 시작됩니다. 만약 ‘윤승림’이라는 이름의 벽화를 만든다면 어떤 그림을 넣고 싶으세요?
A : 음, 엄청 큰 차안대를 쓴 경주마요. 20대 때 저를 두고 주변에서 그렇게 불렀어요. 뭐든 남들보다 절반 시간 안에 해내려고 달렸었죠. 각자 인생마다 맞는 페이스가 있다면 그게 제 페이스인 것 같아요. 중간엔 무척 힘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한 단계 성장했거든요.
Q : 그냥 말도 아니고, 엄청 큰 차안대를 쓴 말이라는 게 포인트네요
A : 목에 깁스까지 채울까 봐요(웃음). 기수가 떨어지고 있어도 재밌겠네요. 전 그냥 레이스가 시작되면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목에 깁스를 채워지고 기수가 떨어져도, 끝까지 제 페이스대로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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