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연애하는 기분, 이 꼬부라진 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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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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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에 딸린 작은 화단에서 키운 푸성귀들 |
| ⓒ 오순미 |
작은 화단이 딸린 아파트여서 매년 봄이 오면 몇 가지 푸성귀를 심곤 한다. 첫해엔 내민 새싹만 보고 농사에 성공한 사람처럼 으스대는 남편을 보며 그저 웃음만 흘렸다. 지난 8월 초, 시간이 지나 작은 씨앗이 형태를 갖춰 생명의 기운을 떼 지어 드러내는 걸 보며 나 또한 희망이 줄지어 몰려오는 듯해 덩달아 호들갑을 떨었다. 자연이 씨앗을 흔들어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 과정이 창조의 신비이자 진화의 여정 같아 사유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꼬부라지고 못생긴 것까지 거둔다
격년에 한 번씩 배양토를 뿌린 후 기존 흙과 섞어주면 씨앗이나 모종이 잘 성장한다. 씨앗이 발아해 뿌리가 내리려면 가볍고 통기성 좋으며 보습성 뛰어난 상토가 제격이다. 하지만 상토는 한 달 지나면 영양분이 소진돼 다른 비료를 보충해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배양토'를 섞어주었다.
배양토는 상토보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완효성 비료를 포함해 식물이 장기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다만 영양 과다가 약한 씨앗에 자극을 주어 발아율이 낮고, 병충해가 쉽게 번식해 씨앗이 썩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 흙과 섞여 영양 과다가 완화될 거라 여기며 배양토를 사용했다. 발아는 좀 늦는 듯해도 문제 되진 않았다.
올해는 부추, 상추, 치커리, 당근, 호박은 씨앗으로, 방울토마토, 고추는 모종을 심었다. 두 가지는 늘 발아가 더뎌 모종을 심는 편이다. 호박의 경우 두 개 성공하고 나머지는 자라지 못한 채 떨어져 안타까웠지만 두 개씩이나 얻은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부추는 올해 좀 늦어져 아직 한 번도 수확하지 못했으나 계란말이나 계란찜에 툭 끊어다 송송 썰어 넣으면 색감도 영양도 모자람이 없다.
입맛 없을 때 상추랑 치커리 뜯어 쌈장에 싸 먹으면 그 또한 싱그러움에 입맛이 돈다. 들락거리다 주황, 빨강, 노랑으로 익은 방울토마토가 눈에 띄면 몇 알 따 입으로 직행한다. 건강한 즙이 톡 터지는 찰나엔 몸도 건강으로 응축되는 듯하다. 줄기 굵은 것으로 뽑은 당근은 매끈하지 않아도 분명한 당근이어서 신기하기만 하다.
모종 세 그루도 튼튼히 자라 청양고추가 제법 달렸다. 청양고추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고추 중 가장 매운 품종으로 연구 및 시험 재배에 참여한 경북 청송군의 '청'과 영양군의 '양'자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은 이름이다. 남편이 맛을 보더니 적잖이 맵다며 장아찌를 담그면 맛있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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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볕에 말린 붉은 고추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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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 장아찌 담글 파릇한 청양고추 |
| ⓒ 오순미 |
고추, 양파로 만드는 장아찌
요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음식 조리법이 넘쳐나니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간편 요리, 색다른 요리들이 종종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에 그중 자신에게 맞는 조리법으로 조절한 양념을 적어두면 언제나 같은 맛을 낼 수 있어 편하다. 양파 장아찌 간장물은 그동안 마늘이나 버섯, 무, 오이, 당귀, 미나리 장아찌에 응용했던 조리법이라 고추 장아찌에도 활용하려 한다.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 고추라면 식초물에 담가 잔류 농약을 제거해야겠지만 물만 주고 키운 고추라 그럴 필요가 없다. 꼭지도 딸 때 이미 5ml 정도 남기고 가위로 자른 터라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시간이 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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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을 잘라 열탕한 유리병에 담은 청양고추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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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 장아찌와 양파 장아찌를 만든 직후와 3일 숙성 후 모습 |
| ⓒ 오순미 |
고추나 양파를 다 건져 먹은 간장물은 한 곳에 모았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고기 먹을 때 곁들이는 양파 슬라이스, 생선구이 · 생선회 · 오리고기 먹을 때 필요한 고추냉이 간장 소스, 미니 김밥이나 김채소쌈에 쿡 찍어야 제 맛인 겨자 간장 소스, 고춧가루, 다진 마늘, 깨소금, 들기름 좀 섞어 부추 샐러드나 묵 무침, 상추 겉절이 버무릴 때 양념장 등 무한 활용 가능하므로 보관하여 적절히 활용하면 편리하다.
봄에 파종한 씨앗이 햇볕과 바람결 따라 상추가 되고 고추를 맺었다. 흙을 고르고 씨를 뿌리며, 싹을 솎고 물을 주어도 결국 푸성귀를 자라게 하는 것은 사람의 힘보다 자연의 섭리가 우선이라는 걸 화단에서 알아간다.
가을 푸성귀로 풍성하게 자라기까지의 긴 시간, 거기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생명의 리듬을 느끼며 기다림도 배운다. 어수룩한 재배지만 소중한 생명, 노동의 가치, 순환의 질서를 경험하도록 이끌어서 경외심마저 든다. 소꿉놀이 같아도 수확할 때마다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 자연과 연애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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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장, 물, 설탕, 매실액, 계피, 대파를 넣어 끓인 간장물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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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찬으로 올린 고추 장아찌와 양파 장아찌 |
| ⓒ 오순미 |
2. 이 중 매실액만 제외하고 모두 섞은 후 끓여준다. 끓일 때 설탕이 녹을 수 있도록 숟가락으로 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3. 간장물이 팔팔 끓으면 중불로 낮춰 5분간 더 끓인다.
4. 끓는 간장물에 매실액을 섞은 다음 불을 끄고 준비된 고추에 붓는다.
5. 고추에 간장물이 입혀지도록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줘야 간이 잘 밴다. 처음엔 고추가 살아서 떠오르려 하지만 시간 지나 기세가 수그러들면 간장물에 젖어든다.
6. 한 김 식힌 후 뚜껑 닫아 실온에서 하루, 냉장실에서 이틀 더 숙성시키면 풍미 가득한 고추 장아찌가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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