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아들과 며느리 출근길에 꼭 건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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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텀블러 사용 경험을 얘기합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기자말>
[신혜솔 기자]
아침이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내 몫의 커피가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의 출근길을 위한 커피다. 큰 텀블러 두 개에 갓 내린 커피를 담아 건네준다. 두 사람은 그것을 들고 출근길에 나서고, 직장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텀블러를 이용한다. 카페에 가서도 텀블러를 내밀어 음료를 받는다. 일회용 컵을 거절하는 작은 습관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텀블러를 쓰는 작은 습관
집에 남은 나는 로리와 함께 텀블러를 챙긴다. 텃밭에 갈 때도, 산책을 나설 때도, 도서관에 갈 때도 각자 자기 텀블러를 가방에 넣는다. 여름 내 물을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밖에서 한 번도 일회용 컵이 필요했던 적은 없다. 텀블러만 있으면 도서관에서도 물을 받을 수 있고 종이컵을 뽑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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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텀블러 좋아요 로리가 좋아하는 하얀 텀블러에 물을 마시고 있다. |
| ⓒ 신혜솔 |
한국에서만 해마다 수십억 개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는데,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바다로 흘러간 컵과 빨대는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결국 우리의 식탁을 거쳐 몸속으로 돌아온다. 이렇듯 일회용 컵은 '한 번 쓰고 버리는 편리함'을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텀블러를 사용하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내가 매일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반복 사용 가능한 그릇 안에서 순환을 이룬다. 텀블러 사용은 쓰레기를 줄이는 일을 넘어, 지구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내는 확실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텀블러를 꺼낼 때마다 뿌듯함이 함께 따라온다. 작은 습관이 지구의 환경을 위한 확실한 길이 되기 때문이다. 외출이 즐거워진다.
달라진 설거지 풍경
온 가족이 텀블러를 쓰니 설거지할 때의 풍경도 달라졌다. 싱크대에 줄지어 놓인 텀블러들을 헹구다 보면 문득 흐뭇한 마음이 든다. 내친김에 나는 집에서도 물컵은 각자 전용컵을 정해 사용하자고 했다. 물을 마실 때마다 새로운 컵을 꺼내기보다, 자신이 사용한 컵을 계속 쓰자는 제안이었다. 설거지를 할 그릇의 개수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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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에서도 텀블러 사용. |
| ⓒ 최은경 |
물론 일이 하나 늘었다. 매일 아침 커피 두 잔을 텀블러에 담아주는 것은 내 몫이다. 하지만 그 일은 부담이 아니라 뿌듯함이다. 작은 실천을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구에게 줄 수 있는 소박한 선물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더 많은 가정이 우리처럼 텀블러를 생활화 한다면 어떨까. 카페마다 내밀어지는 텀블러들이 늘어나고, 쓰레기통에 쌓이는 일회용 컵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날이 오면 지구는 숨을 좀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가족에게 텀블러는 그냥 물병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약속이자 서로를 향한 다정한 배려다. 오늘도 우리는 텀블러를 챙겨 집을 나선다. 꼬마 짝꿍 하나가 지구와 미래 세대의 짝꿍이 되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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