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 제국 탄생·일본 통일 이끈 ‘돌연변이’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보는 경영’]

2025. 9.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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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화승총의 경제학
일본 전국시대, 신형 무기인 화승총은 오랜 균형 상태를 부수는 ‘돌연변이’ 무기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판세를 바꿀 무기인 화승총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 마침내 역사의 승자로 올라섰다. 사진은 일본 전통문화 행사에서 에도시대 사무라이 복장을 한 재현단이 화승총 사격 시범을 보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1526년 현재 인도 수도인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도시 파니파트에서 큰 전투(Battle of Panipat)가 벌어진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바부르(Babur)가 인도를 침공하자 당시 인도 지배자였던 로디 왕조 이브라힘이 바부르의 5배 가까운 병력과 인도의 자랑인 코끼리 부대를 동원해 전투에 임했다.

상식적으로 무모한 전투였다. 지도를 펴고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영토를 비교해보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더구나 건조한 사막 기후인 아프가니스탄의 농업은 많은 비가 내리는 몬순 기후의 인도에 비해 몹시 불리해서 엄청난 국력의 차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파니파트의 승자는 바부르였다. 로디 왕조 이브라힘은 자신의 자랑인 코끼리 부대와 함께 전사한다. 결국 바부르는 인도를 차지하고 무굴 제국을 건립한다.

1575년 일본에서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전투가 벌어지는데 바로 나가시노 전투다. 현재의 나고야시를 차지하고 있던 작은 영주 오다 노부나가가 당시 일본 최강이라고 불리던 다케다의 군대와 전투를 했다. 특히 다케다 기마부대는 대적할 자가 없던 것에 반해 오다 노부나가의 부대는 거의 보병뿐이었다. 하지만 전투 결과는 오다 노부나가의 압승. 일본 최강 다케다 기마부대는 나가시노 전투에서 전멸한다. 이후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의 통일을 이루어나가게 된다. 16세기에 일어난 두 전투인 파니파트 전투와 나가시노 전투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조총 또는 화승총의 사용이다.

파니파트 전투에서 바부르는 당시 서쪽 페르시아에서 수입한 화승총과 대포를 사용해 로디 왕국 코끼리 부대를 섬멸했다. 또한 나가시노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3000개의 화승총을 사용해 다케다의 기마부대를 몰살시켰다.

자신이 쓴 일기에서 바부르는 풍요로운 경제를 자랑하는 인도 로디 왕국이 총과 대포를 구입하는 돈을 아끼는 것을 보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웃었다. 오다 노부나가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일본의 더 강력한 영주들은 신무기인 화승총을 수백정만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화승총 3000정을 마련했고 그 결과 모든 전투에서 연전연승하면서 일본을 통일해나갈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일본에서 화승총 한 자루 가격은 현재 쌀 150㎏에 해당하며 이는 일본 농부와 하급 무사의 몇 년 치 연봉과 같은 액수였다. 현재 한국 화폐 단위로 계산하면 5000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화승총 3000정을 마련하려면 현재 가치로 수천억원의 돈이 필요했다는 의미인데, 작은 영지 영주였던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목숨을 건 투자였던 셈이다.

어쨌든 바부르와 오다 노부나가는 화승총이라는 신무기에 대한 도박과 같은 투자에 성공하여 인도 대륙과 일본 열도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영화 중에 ‘머니볼’이 항상 포함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그때까지는 평생 야구만 해온 야구 전문가들이 매년 야구팀의 신인 선수를 선발했는데, 경제학적 통계 기법 발전을 인식한 오클랜드 야구팀에서 평생 야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경제학자를 고용해 통계학적으로 우수한 선수를 가려내도록 했다. 그랬더니 오클랜드 야구팀 성적이 크게 상승했다는 내용의 영화다. 실제 오클랜드 야구팀이 경제학 통계 기법의 유용함을 확인시켜준 이후 미국 모든 야구팀에서 통계 전문가를 고용해 지금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치 경제학적 통계 기법이 화승총과 같은 신무기가 된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관행이 상당 시간 지속되면 이를 균형(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정의는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현재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균형이다.

영화 머니볼에서도 오랫동안 야구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기법을 이용해 신인 선수를 평가하고 선발해온 관행 즉, 균형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단장이라는 사람이 이제부터는 야구계 전문과 경험 대신 통계 기법으로 신인 선수를 평가하고 선발하겠다고 한 순간 기존의 균형 상태가 무너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기존의 균형을 흔들어대는 화승총 같은 요소를 ‘돌연변이(mutant)’라고 부른다.

그런데 균형 상태가 흔들리면 다시 원래 균형을 회복시키려는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 야구팀의 경우는 통계학 기법이 도입되면 지금까지 존경받아온 야구 전문가들이 실업 위기에 처하게 되므로 반발이 일어난다. 과거의 균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앞서 일본 오다 노부나가 경우도 서양 화승총을 도입해 부대를 개편한다고 했을 때 오랫동안 충성을 바쳤던 부하 사무라이들의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칼과 창, 그리고 승마와 활쏘기를 연마해온 사무라이들은 지금까지는 일반인과 다른 전투 능력을 가진 전문가로서 지위를 유지해왔는데, 갑자기 돌연변이인 화승총이 도입되면 농민들이 하루이틀 사격 연습을 한 후 자신과 같이 수십 년 무예를 연마해온 사무라이를 총알 한 발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가장 출세했던 장군인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사무라이 중에서도 가장 미천한 신분이었고 그의 직책은 원래 사무라이들의 신발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화승총이 도입되면서 칼이나 활이 아니라 걸어다니면서 총을 쏠 수 있는 평민으로 구성된 보병 부대인 ‘아시가루’의 중요성이 커졌고, 어차피 낮은 신분 사무라이였던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칼과 창이나 활 솜씨가 능숙하지 않았기에 이 아시가루라는 새로운 부대를 맡아 지휘하면서 큰 공을 세워 출세했다.

또한 오다 노부나가는 화승총을 살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 관련 여러 제도를 개편했다.

그중 유명한 것이 바로 ‘쿠니지치(國質)’라는 제도의 폐지다. 당시에는 같은 마을 사람의 잘못은 마을 사람 전체가 연대 책임을 지게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같은 마을 사람이 마을 밖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외상을 준 상인은 물건을 구입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구입한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의 아무에게나 외상값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 이를 쿠니지치라고 불렀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자기 마을 사람이 외상을 졌다는 것이 알려지면 황당하게 자신의 돈을 모두 뺏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건을 판매한 사람 입장에서는 외상 대금을 받을 대상이 늘어나서 유리했지만, 쿠니지치 아래 사람들은 외부에 여행을 가는 것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에서는 쿠니지치를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불안해서 여행을 가지 못하던 다른 지방 사람들이 오다 노부나가의 영지는 안전하다고 인식하며 모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다 노부나가의 경제력은 더 높아졌다. 오다 노부나가가 화승총이라는 돌연변이가 기존 균형을 파괴하고 더 좋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화승총 도입에는 사무라이와 같은 기득권 세력 반발을 억누르고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균형으로의 이동이다. 하지만 균형의 이동은 결코 쉽지 않기에 굳은 신념이 필요하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8호 (2025.09.24~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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