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외인' 없는 컵대회, 배구팬들 관심 끌까

양형석 2025. 9.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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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1일 개막하는 2025년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관전포인트

[양형석 기자]

13일부터 20일까지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일정이 진행된다. 하지만 V리그 개막에 앞서 배구팬들을 만날 수 있는 컵대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배구연맹(FIVB)은 '세계선수권대회 종료 후 3주 이내 리그 개최 불가'를 이유로 컵대회 개최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한국배구연맹은 남자부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가 조건부 승인을 받아 간신히 대회를 치르게 됐다.

힘들게 재개하게 된 남자부 컵대회는 사실상 '파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고 각 국의 대표 선수들이 포함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들도 출전하지 못한다. 급기야 역대 가장 많은 5번의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선수 부족을 이유로 대회에서 중도 하차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파행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 경기는 FIVB의 승인을 받아 오는 21일부터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이다. 다만 FIVB가 외국팀의 대회 참가를 불허 하면서 초청팀이었던 베트남 구단 득지앙은 이번 컵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완연한 가을 날씨 속에 치러지게 될 여자부 컵대회는 배구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배구여제' 없이 치르는 첫 번째 공식대회
 이번 컵대회는 '배구여제' 김연경 은퇴 후 치르는 첫 번째 공식대회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는 총 34만1057명의 관중을 동원했고 평균 1.2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남자부 관중 25만7159명과 시청률 0.54%를 압도했다. 지난 겨울 스포츠 팬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여자배구였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 V리그 여자부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김연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로 해외리그에서 활동할 때부터 배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실제로 김연경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내에서 국제대회 경기를 치르면 경기장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뤘다. V리그에서도 김연경이 중국에서 활약한 2021-2022 시즌 14만8524명이었던 여자부 관중은 김연경이 복귀한 2022-2023 시즌 34만726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의 세 시즌 연속 30만 관중을 이끌었던 김연경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5번째 챔프전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독식하고 미련 없이 코트를 떠났다. 물론 김연경은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MBC의 배구예능 <신인 감독 김연경>을 통해 '감독'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제 배구팬들은 더 이상 김연경이 현역 선수로 코트를 누비는 장면을 볼 수 없다.

김연경은 코트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후배들을 위해 "앞으로도 여자배구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당부했지만 배구팬들이 김연경 없는 여자배구에 얼마나 열광할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김연경 은퇴 후 첫 번째 공식 대회가 되는 컵대회의 흥행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김연경 없이도 컵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오는 10월 18일에 개막하는 V리그의 흥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다현-고예림-임명옥, 이적생들 활약은?
 '살림꾼' 고예림은 지난 4시즌 동안 .710의 승률을 기록했던 현대건설을 떠나 같은 기간 승률 .173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V리그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총 14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5명의 이적 선수가 나왔던 2023년이나 6명의 선수가 새로운 팀으로 옮겼던 작년과 달리 올해 FA 시장에서는 단 2명의 선수만 팀을 옮겼고 11명의 선수는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하며 잔류를 선택했다(유일한 FA 미계약 선수였던 표승주는 현역 은퇴를 선언한 후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에 합류했다).

FA이적 선수는 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도 팀을 옮긴 선수들은 굵직한 이름값을 가진 스타 선수들이었다. 지난 시즌 속공(51.11%)과 블로킹(세트당 0.84개) 부문 1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이다현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5억5000만 원의 조건에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이다현은 컵대회에서 이고은 세터를 비롯한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할 것이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6시즌 동안 활약했던 고예림은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3억7000만 원의 조건에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자신의 네 번째 팀으로 선택했다. 최근 세 시즌 연속 봄 배구에 진출했던 현대건설에서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공수를 겸비한 안정적인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인 고예림의 가세는 페퍼저축은행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최근 6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베스트7을 독식하고 있는 '최리' 임명옥은 지난 4월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10년 간 활약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떠나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다현의 이적으로 미들블로커가 약해진 현대건설도 기업은행의 프랜차이즈스타 김희진을 지명권 및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황연주는 무상 트레이드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컵대회에 출전한다.

외국인 선수 불참 속 컵대회 '깜짝스타'는?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 이선우는 이번 컵대회에서도 오른쪽 공격수로 확약할 확률이 높다.
ⓒ 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의 아시아쿼터 시마무라 하루요와 한국도로공사의 타나차 쑥솟은 지난 7일 태국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일본과 태국 대표선수로 출전하면서 이번 컵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에 한국배구연맹은 각 구단별 형평성을 위해 이번 컵대회에서 외국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의 출전을 금했다. 외국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각 팀의 핵심 전력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각 구단들은 시즌 개막 한 달을 앞두고 베스트 멤버가 미리 실전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를 놓쳤지만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국내 선수들에게 컵대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의 최은지와 2022년의 문지윤(이상 흥국생명)은 컵대회에서 맹활약하며 MVP에 선정됐고 2022년 MIP 수상자 김세인(도로공사) 같은 '깜짝스타'도 탄생했다.

올해 컵대회에서도 지난 시즌까지 주전과 벤치 사이를 오갔던 여러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V리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대표팀의 오른쪽을 책임졌던 문지윤과 이선우(정관장 레드스파크스)가 뛰어난 공격력을 앞세워 '컵대회 스타'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밖에 실업배구를 거쳐 V리그에 복귀하는 박민지(흥국생명)와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한 이예림도 컵대회에서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과 강성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 무려 5명의 선수(유서연, 권민지, 이주아, 김미연, 김주향)가 다퉈야 하는 GS칼텍스 KIXX의 아웃사이드히터 경쟁도 컵대회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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