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① "단돈 40만원이 없다기에 아예 구단주가 되기로 했죠" 아프리카 작은 섬 팀 구단주 된 23세 창박골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어려운 환경에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축구를 하던 선수들이 더 이상 축구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이 사람들의 여정을 여기서 끝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구독자 7만 명 유튜버이자 23세 대학생이 아프리카 팀을 인수해 구단주가 된 이유다.
축구 여행 유튜버 '창박골'은 이미 축구팬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 됐다.그는 지난 6월 아프리카 말라위의 작은 섬 치주물루에 있는 조그만 프로팀의 구단주가 돼 화제를 모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축구팬들은 유명 축구 게임을 빗대며 '23세 한국 대학생이 아프리카 팀으로 현실 FM을 하게 됐다'라고 관심을 가졌다. '풋볼리스트'는 창박골과 대화를 나누며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구단주로서 책임감 그리고 꿈을 들을 수 있었다.
'창박골'로 알려진 23세 이동훈 씨는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2022년 겨울부터 여행 유튜브를 시작한 이 씨는 지난해 해외 변방 축구리그 탐방으로 노선을 틀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구단주 창박골'을 있게 한 말라위 치주물루유나이티드를 만났다.
"축구 콘텐츠를 시작하고 나서 대학생 신분이다 보니 여름 방학에 방문할 나라를 찾았다. 여름에 리그를 하는 나라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추춘제인데 말라위는 특이하게 춘추제다. 어떤 팀이 특이하고 콘텐츠 삼기 좋을까 하면서 말라위에 있는 모든 팀을 다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인구 6,000명 정도 되는 치주물루섬에 축구팀이 있다는 걸 접했다. 울릉도보다 훨씬 작은 섬 구단이 당시 2부리그에 참여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축구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가게 됐다."


아프리카 남부 내륙 지역에 위치한 말라위는 인구 2,200만 명 정도의 매우 가난한 나라다. 부존자원이 없고 농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상 중앙 행정부를 제외하면 제대로된 국가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말라위 북부주 리코마현 치주물루 섬을 찾아가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고생 끝에 당도한 치주물루에서 마침내 축구팀을 찾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발 디딜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배 위에서 4~5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정말 많은 아프리카 나라를 가 봤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열악했다. 운동장은 모랫바닥에 돌부리들이 들어차 있었다. 선수들은 제대로 된 축구화도 없고 골대는 파이프로 형태만 있었다. 훈련용 콘 대신에 페트병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2024년 6월, 3박 4일간 치주물루 선수들과 함께 생활한 이 씨는 지독한 원정길에도 동행하며 깊은 인연을 쌓았다. 말라위를 떠나기 전 치주물루에 사비 100달러를 기부하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귀국 후에도 1년 동안 꾸준히 구단 측과 소통을 이어간 이 씨는 치주물루가 리그 참가비 약 40만 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했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한 끝에 치주물루 구단주를 맡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축구를 통해 꿈을 꾸고 있는 그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가비가 없어서 리그에 참여를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 봤던 그 어려운 환경에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축구를 하던 선수들이 더 이상 축구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이 사람들의 여정을 여기서 끝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가비를 지원해줬고 단발적인 지원은 결국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구단주가 돼 팀을 운영해 보자고 결심했다."

이 씨는 국내 기업들에게 프로젝트 제안서를 돌려가며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7개 기업들이 치주물루 지원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고 자금 및 현물 지원에 동의했다. 심지어 몇몇 스폰서는 취지에 감동받아 무상으로 유니폼 제작을 도와주고 선물이나 현금을 너그럽게 쾌척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약속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스폰서 유치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금도 이 씨의 핸드폰은 치주물루를 돕겠다는 업체들의 연락 메시지로 가득하다.
"다들 너무 이 프로젝트를 좋아해 주셨다. 다들 어떤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프로젝트 자체의 재미, 낭만을 중요시했고 돕고 싶은 마음이 강하셨다. 유니폼 디자이너분께서도 원래라면 돈을 받으셔야 했는데 무상으로 프로젝트에 동참해 주셨다. 지금은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면서 프로젝트가 커질 수 있었다."
스폰서를 자청하는 연락은 다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미팅이 매주 이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축구 관련 회사들이 많은 문의를 해 온다. 치주물루 계좌가 있는데 직접 후원해 주는 사람도 많은 덕분에 이번 시즌 운영비는 문제가 없다며 이 씨는 웃어 보였다. 구단의 더 오랜 생존을 위해서는 장기적 후원도 필요한데, 이 점도 낙관적이다.
"아직 장기적으로 합의된 건 없다. 그러나 다들 현 상황에 되게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가 화제도 됐고 스폰서 홍보나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많이 되기 떄문에 다들 장기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한곳은 내년에 스폰서를 들려고 적금을 해놨다고 말씀주신 곳도 있다.(웃음) 확실히 내년에는 더 큰 규모의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씨의 구단 운영을 도운 건 일반 사업체뿐만이 아니었다. K리그1 FC안양도 안양팬으로 알려진 이 씨의 낭만적인 행보를 돕겠다고 나섰다. 창박골이라는 채널명부터가 안양의 한 지명이다. 유튜브 영상 속 이 씨는 치주물루섬 현지에서 물품을 전달할 때 'K리그 구단 안양에서 훈련용 축구공을 지원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전말을 들어보니 치주물루를 지원하는 업체 중 세 곳이 안양 공식 스폰서를 겸하고 있으며, 한 스폰서를 통해 인연이 닿은 안양 구단이 물품 지원을 해 줬다.
"내가 안양팬이다 보니 안양 팬 커뮤니티에서 이 프로젝트 소속이 많이 퍼졌다. 많은 관심 속에서 안양 스폰서와 만났다. 자연스럽게 안양 구단 쪽과도 닿게 됐다. 구단에서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기에 공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당시 팀에 공이 2개밖에 없어서 좋은 퀄리티의 공을 공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K리그 공인구가 매년 달라지다 보니 마침 안양에서도 작년에 쓰던 공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했다. 말라위에서는 큰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공이기 때문에 너무 도움이 됐고 앞으로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상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창박골 본인 제공,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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