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5일 방시혁은 왜, 그 말을 했을까
[이정환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15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오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저의 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기존 재무적투자자(FI)를 속여 거액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뜻한다.
이제까지 알려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FI들은 레전드캐피탈·LB인베스트먼트·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이고, 이들로부터 하이브 지분을 인수한 곳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뉴메인에쿼티 등(편의상 신규 FI로 표현한다, 기자 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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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6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 모습. |
| ⓒ 연합뉴스 |
지난 15일 경찰에 출석하는 방 의장을 상대로 기자들이 '기업 공개 절차 중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라고 한 게 맞느냐'거나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한 게 맞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것도 그래서다. 하이브가 기존 FI들에게는 IPO에 소극적인 입장을 전하면서, 한편으로는 IPO 필수 절차인 지정감사인 계약을 회계법인과 체결하는 등 사실상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미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글로벌 투자 유치와 상장을 병행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투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상장 중단이나 철회 가능성도 있었기에 상장 추진 여부를 공식화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신규 FI가 기존 FI 지분을 인수한 다음(아래 타임라인 참조)에도 "IPO는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다(2020년 1월 31일)"고 밝혔다. 방 의장 또한 직접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다양한 사업 전개를 위해 투자 재원 조달이 필요할 수 있는데, 최근 기업 공개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현재 결정된 내용은 없습니다." (2020년 2월 5일, 회사 설명회)
수사 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FI들 입장도 중요한데, 2020년 10월 상장 후 이제까지 기존 FI들이 고소·고발을 하는 등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5억 원을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기존 FI)의 경우 지분 매도 가격이 1151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의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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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하이브 측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위험을 감수한 약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이익분배금을 회사 경영 재원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4000억 원 중 절반은 세금으로 납부했고, 1548억 원을 유상증자 주식 인수자금으로 사용(2021년 5월)했다고 한다. 방 의장이 2022년 3월 구입한 미국 벨에어 주택도 미국 사업 거점 겸 작업 공간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에 의하면 매입 가격은 2640만 달러(약 365억 원)다. 이익분배금 사용처를 놓고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 의장과 신규 FI 사이에 체결한 이익배분약정을 상장심사를 맡았던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 하이브가 알리지 않은 사실 또한 쟁점 중 하나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 의장의 경우는 대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는 주주 간 계약에 해당하는 만큼, 중요사항으로 판단해 증권신고서에 기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IPO주관사와 대형 로펌 등의 법적 자문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주주 간 계약으로 일반 주주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에 따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IPO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 미래에셋증권 등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자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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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주가 그래프 현황판. 당시 빅히트(현 하이브) 주가는 상장 이틀만에 전 거래일보다 22.29% 내린 20만 500원에 거래됐다. |
| ⓒ 연합뉴스 |
하이브의 코스피 상장이 이뤄진 날은 2020년 10월 15일이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25만 8000원이었던 주가는 닷새 만에(2020년 10월 20일) 18만 2050원까지 하락했다. FI들의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뉴메인에쿼티(신규 FI) 등의 경우는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예수 강화 차원에서 꾸준하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다.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투자자에게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최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그 예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한 투자자가 배정받은 주식을 최소 6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은 상장 직후 단기 차익을 노리고 대량 매도하는 투자로 인해 공모가가 왜곡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 2018년부터 공론화됐다. 코스피 5000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걸림돌'이 무려 7년이 넘도록 치워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하이브 상장 부정거래 의혹 관련 타임라인을 정리한 것이다.
2017-12-18 블룸버그 "방시혁, 기업 공개 검토" 보도
2018-10-00 스틱인베스트먼트, 빅히트 지분 12.4%(1039억원) 인수
2019-04-00 김중동 전 빅히트 사외이사 등 이스톤PE 설립
2019-06-00 이스톤PE(1호펀드), 빅히트 지분 2.7%(250억 원) 인수
2019-09-00 빅히트, IPO 지정감사인 계약 체결
2019-11-00 이스톤PE·뉴메인에쿼티(2호펀드), 빅히트 지분 8.7%(1050억 원) 인수
2020-01-00 빅히트, 주요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2020-01-31 빅히트, "IPO 아직 결정된 부분 없다"
2020-02-05 방시혁 "IPO, 현재 결정된 내용 없다" (하이브 회사 설명회)
2020-05-00 빅히트, 상장예비심사 청구
2020-05-11 빅히트, 방시혁 단독대표이사 선임
2020-08-07 빅히트, 코스피 상장 예심 통과
2020-10-15 빅히트, 코스피 상장
2021-03-00 빅히트, 하이브로 사명 변경
2021-04-00 하이브, 미국 이타카 홀딩스 인수(1조 원)
2021-05-00 방시혁, 하이브 유상증자 참여(1548억 원)
2021-07-01 하이브, 박지원 대표이사 선임
2022-03-00 방시혁, 미국 벨에어 주택 구입 (2640만 달러, 350억 원)
2023-06-00 블룸버그, "하이브 미국 내 사업 확장 위해 5000억 원 조달 추진"
2024-11-29 한국경제, 방시혁 부정거래 의혹 최초 보도
2025-05-28 경찰, 하이브 압수수색 영장 신청
2025-06-00 금융감독원, 방시혁 의장 소환조사
2025-07-16 증선위, 방시혁 검찰 고발 통보 조치
2025-07-17 경찰, 하이브 압수수색 영장 신청
2025-07-24 경찰, 하이브 압수수색
2025-07-29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하이브 세무조사 착수
2025-08-06 방시혁, 사내 입장문 "사실관계 밝혀질 것"
2025-09-15 방시혁, 경찰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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