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에 대한 믿음을 시험에 들게 한다"
[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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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은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
| ⓒ 유성호 |
임은정 검사는 그 과정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검찰 조직 안에서 과거사 사건을 '진심으로' 대했던 몇 안 되는 검사였다.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의 재심에서 임 검사는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 내부 방침은 '백지 구형', 즉 구형 의견을 내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편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 검사는 이를 거부했다(경향신문, 2017년 9월 29일). 같은 해 민청학련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 박형규 목사의 재심에서도 그는 무죄를 구형했다. 결국 돌아온 것은 정직 4개월의 중징계였다.
그는 징계에 불복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은 모두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다(법률신문, 2011년 9월 28일).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그는 고립됐고, 언론을 통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는 "무죄라서 무죄를 구형했을 뿐인데 비난받았다"는 발언으로 잘 알려졌다(한겨레, 2019년 11월 25일). 또한 2019년 <시사인> 인터뷰에서는 "재심 사건은 단순한 형사 절차가 아니라,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와 인정의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시사인, 2019년 9월 9일).
이러한 태도 때문에 임 검사는 '검찰 내부의 양심'으로 불렸다. 과거사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그는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피해자와 유족들은 그를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검사로 기억했다. 그랬던 임 검사는 동부지검의 검사장으로 돌아왔다.
과거사 반성하는지 의심
그런데 최근 강을성 사건을 둘러싼 상황으로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강을성은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간첩 혐의로 구속돼 군사재판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그는 영장도 없이 연행됐고,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당했다. 판결의 핵심 근거는 고문에 의해 강제로 작성된 자백 조서였고, 다른 물적 증거는 사실상 없었다.
강을성과 함께 사건에 연루됐던 진두현, 박기래, 김태열 등은 이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태열씨는 1982년 사형이 집행된 뒤 43년 만인 2025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다"라며 국가폭력을 지적했다(조선일보, 2025년 8월 28일). 박기래씨도 2023년 12월 1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고 무죄가 확정됐다(한겨레, 2023년 12월 13일).
언론은 이들의 무죄 판결 이유가 공통적으로 불법 수사와 증거 부족, 허위 자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한국경제, 2025년 9월 5일).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이 무죄 판결들은 단지 개인의 명예 회복에 그치지 않고, 과거 국가 폭력의 실체를 인정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강을성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무죄 판결을 받지 못했다. 2022년 12월 8일 재심을 청구했고, 2025년 2월 24일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4월 2일 첫 공판이 열렸지만, 6월 11일 예정됐던 제2회 공판은 검찰(동부지검)이 "증거기록 정리 필요"를 이유로 연기 신청을 했다. 결국 9월 19일 열린 제2회 공판에서도 검찰은 "기록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라며 속행을 요청했다. 법원은 오는 10월 29일을 제3회 공판으로 정하면서 "그때까지 기록을 확보 못 하면 당일 종결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일 참석했던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기록이 확보되지 못했다면 사전에 기록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연락하며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지 않나. 기록이 확보되지 못해 아무런 변론 없이 기일을 연기할 거라면 왜 지방에 사는 유족이 긴 시간을 들여 법원에 출석하도록 하는지 모르겠다. 검찰이나 법원이 정말 과거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태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개탄했다.
검찰은 앞서 재판을 속히 진행해 달라는 유족 측의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군사재판 관련 판결문 외 다른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진두현·박기래·김태열 사건에서 동일한 기록과 자료들이 확보되어 무죄 판결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7월 31일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유족 측 변호인에게 직접 연락을 해 '이 사건 잘 챙기겠다'고 약속한 사실은 유족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9월 공판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변명만 반복한다. 임은정 검사장이라 큰 기대를 걸었고, 직접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고 해 오늘 변론이 종결될 줄 알았다. 왜 우리를 이렇게 헛걸음 시키며 재판을 지연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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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후진술서를 미리 읽어보는 유족들. 이날 유족들은 각자의 고통이 담긴 최후진술서를 몇번이나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이날 눈물로 씌여진 진술서는 결국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
| ⓒ 변상철 |
심지어 이날 피해유족들은 변론이 종결될 것을 예상하고 법원 밖에서 미리 작성해 온 최후진술서를 수차례 반복하며 읽어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가 다시 살아나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읽고 또 읽는 것을 기자가 목격했다.
이번 재판 지연의 문제는 이 지연이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재심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다. 그런데 검찰이 기록 확보라는 이유로 시간을 끈다면, 그것은 다시 한번 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억울함을 품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하루하루는 곧 고통이다.
임은정은 과거 무죄 구형을 통해 검찰의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으려 했던 검사였다. 그는 징계를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자의 억울함을 드러내려 했다. 지금 동부지검장 임은정도 같은 사람이다. 자리와 직위가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믿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강을성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태도는 그 믿음을 흔들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29일, 서울동부지법 501호 법정에서 열릴 제3회 공판은 단순한 기일이 아니다. 그것은 검찰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만약 또다시 지연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것이고, 검찰의 신뢰는 다시 무너질 것이다.
자리와 직위가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고 믿는다. 과거의 임은정이 보여준 용기와 정의감이 지금도 살아 있기를 바란다. 피해자와 유족 앞에서 했던 약속이 단순한 겉치레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에는 검찰이 더 이상 피해자들의 헛걸음을 반복시키지 않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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