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 [신간]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5. 9.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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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
맥스 베이저만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2만원
과거 할리우드 영화계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성공을 갈망하는 여배우나 모델을 성희롱하고 성폭행까지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투 운동’이 촉발하기 전까지, 영화계에는 와인스타인의 성범죄에 협조하거나 침묵하는 문화까지 형성돼 있었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왜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을까. 할리우드 사례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를 살펴보면, 누군가 묵인하거나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물론 악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협력하는 공범도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잘못된 신념을 품은 경우, 권위나 기존의 관행에 순종하는 경우, 부도덕한 행위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경우, 구조적 특권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까지 자기도 모르게 범죄나 부정행위에 연루되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자의든 타의든 이런 침묵을 ‘공모’로 간주하고 공모가 조직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공모자가 타인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가담하는 현상을 행동윤리학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은 복잡한 사건에 단순한 설명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주로 주범의 행동에 주목하고 공모자 역할을 간과하곤 한다는 것. 인간은 간접적으로 해악을 일으킨 사람에게 책임을 온전히 묻지 않으려 하고, 특정 목표가 강조되면 다른 가치를 고려하지 못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기보다는 하지 않으려는 부작위 편향도 있고, 부도덕한 행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더 쉽게 수용하는 경향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심리적 기제 탓에 누구나 언제든 부당한 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서 저자는 ‘명백한 공모’와 ‘일상적 공모’의 일곱 유형을 통해 비즈니스, 조직, 정치,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범죄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들과, 잘못된 행동을 무시·묵인·지지하게 될 수 있는 심리적 함정들을 살피고 피할 전략을 제시한다. 또 윤리적인 조직을 설계하고 제도를 수립하며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8호 (2025.09.24~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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