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협회, '여성 나체' 손잡이 부채 배포했다 전량 수거하기로

윤성효 2025. 9. 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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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본부가 업체에 의뢰해 제작, 여성·노동단체 "여성 상품화" 비판... 관계자 "전량 수거해 폐기하겠다"

[윤성효 기자]

 대한산업안전협회가 만든 '여름철 폭염 온열질환 예방' 문구가 들어간 부채. 손잡이가 여성을 형상화했다.
ⓒ 윤성효
정부로부터 산업안전 교육을 위임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일부 교육장에서 나체 내지 드레스를 입은 듯한 여성 모형이 들어간 부채를 나눠줬다.

'여름철 폭염 온열질환 예방'이란 문구가 적힌 이 부채에는 "3대 기본수칙! 물, 그늘, 휴식 잊지마세요"라고 적혀 있다. 부채 양쪽에는 '대한산업협회'라고 새겨져 있다. 부채 손잡이가 5개의 막대로 되어 있는데 여성 모형이다.

18일 대한산업안전협회 창원지회 교육장에서 나눠준 부채를 받아온 한 교육 대상자는 "부채 손잡이를 보니 좀 이상하다. 여성 나체를 형상화 했다"라며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알고 싶기도 해서 제보한다"라며 부채를 보여주었다.

확인 결과, 이 부채는 대한산업안전협회 중앙에서 만든 게 아니라 부산·경남·울산을 관할하는 부산지역본부가 업체에 의뢰해 2000여 개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부채를 본 여성·노동단체는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며 당장 배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쌍순 민주노총 경남본부 여성위원장은 "해당 부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느냐.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우며 모멸감을 느낀다"라며 "여성을 성상품화 한 것이다. 부채를 잡는 손이 여성의 몸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장 배포 중단해야 한다. 논의를 거쳐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의 노동,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 하고 이를 드러내는 예방, 진단, 관리 감독의 업무를 추진할 경우 여성은 여전히 상대적 불평등, 성차별 노동의 현장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해당 부채는 당연히 폐기해야 하고, 앞으로 대한산업안전협회가 배포하는 모든 홍보 영상, 물품에 성별영향평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교육, 안전진단 및 점검, 관리감독 추진 내용의 전반적인 성평등 조치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의 성평등 인식을 향상할 즉각적이고 강력한 교육과 추진 체계를 점검 해야 다시는 이런 성차별적인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교육, 컨설팅, 안전진단 및 점검, 인증, 생활 안전까지 산업 전반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안전한 노동, 성평등 노동의 전반을 관리감독할 책무를 지닌 기관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번 폭염과 관련한 안내 홍보물을 살펴볼 때 현장에서 근로하는 사람은 남성으로 표현했고, 홍보물로 불필요한 여성 나체를 표현한 물품을 제작하여 배포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대한산업안전협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특히 교육 안내를 하는 장면에서도 실내 근무자는 여성으로, 실외 근무자는 남성으로 표현한 그림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지속되어온 성고정 관념이 결국 홍보물에서까지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되지 못하고 성고정 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홍보는 결국 안전이라는 중차대한 분야에 불평등을 야기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경옥 경남여성회 회장은 "부채를 펼치면 손잡이 부분이 여성 나체로 보인다. 일상 곳곳에 여성을 성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라며 "여름철 폭염 온열질환예방 홍보용 부채인데도 마치 남성만 일해서 온열질환예방을 해야하는 듯 홍보한다. 여성들도 밭에서 일하고, 한증막 같은 조리실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시거나 온열 질환 사고를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성평등 인식도 떨어지는 홍보물이다"라고 지적했다.

창원지회 관계자 "관점에 따라 다르다... 여성 상품화 의도 아냐"
 대한산업안전협회가 만든 '여름철 폭염 온열질환 예방' 문구가 들어간 부채로, 손잡이 부분에 여성을 형상화 해놓았다.
ⓒ 윤성효
이에 대해 대한산업안전협회(중앙) 관계자는 "협회(중앙)에서 만든 부채가 아니다"라며 "진위를 파악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창원지회 관계자는 "부산지역본부에서 지회별로 수요 조사를 해서 업체에 의뢰해 만들었고, 2000개를 제작했으며 지금은 거의 소진이 다 되었다"라고 말했다.

부채 손잡이 부분이 여성 나체 모형이라는 지적해 그는 "드레스 입은 여성으로 보인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성 상품화의 의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회 창원지회 다른 관계자는 "의뢰했던 업체에 확인해 보니 그리스 여성 조각상을 따왔다고 한다"라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전량 수거해서 폐기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1964년에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1981년 정부로부터 공공기관 성격의 역할을 위임 받아 전국에 걸쳐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기·위탁교육 등 업무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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