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원정팀 감독에게 사퇴 요구' 촌극이 복선…안산, 팬들 지지에도 '8연패' 이관우 감독 경질

김희준 기자 2025. 9. 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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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안산그리너스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결국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사퇴 질문이 복선이 됐다. 이관우 감독이 안산그리너스를 떠나게 됐다.


18일 안산은 "이관우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이관우 감독이 보여준 열정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또한 "21일 충북청주FC와 경기부터는 홍성요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체젤 팀을 이끌 예정"이라며 "구단은 빠른 안정화와 반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경질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안산 제7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지난 시즌 11위로 마무리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시즌에도 초반부 부진을 만회하는 '실리축구'로 성과를 내는 듯했으나 최근 리그 14경기 무승, 8연패로 끝모를 부진에 빠졌다. 순위가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성적에 대한 면피가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이 감독이 안산을 떠나는 걸로 마무리됐다.


이 감독은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과 부산아이파크 경기에서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여기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 기자가 원정팀 부산의 조성환 감독에게 사퇴 의사를 물어본 것. 기자회견 진행자가 '이 분은 부산 감독님'이라고 말하며 사안은 빠르게 넘어갔지만, 이미 원정팀 감독 기자회견에서부터 이 감독에 대한 압박은 시작됐다.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 감독에게도 당연한 수순인 듯 성적부진과 사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우선 8연패 부진에 대한 질문에는 "책임을 진다는 건 조심스러운 얘기다. 구단이 나를 선임한 이유는 아마추어에서 어려운 팀을 지도하며 간간이 성적도 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 물러나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연봉과 비례하면 안 되지만 팀이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고, 클린한 팀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핑계는 아니다. 지금 이런 결과는 분명히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걸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타 구단의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자진 사임 사례들을 거론하며 팬들의 비판 여론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것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마지막 후반전에 보여줬던 모습이 시즌 남은 10경기에서 보여지도록 이끄는 게 내 역할"이라며 "우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할 것 같고, 그 외적인 것은 시민들과 단장님이 강력히 원한다면 미팅을 통해서 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관우 안산그리너스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만 팬들의 비판 자체는 있었을지언정 이 감독에 대한 자진 사퇴 여론이 들끓었던 건 사실이 아니다. 안산 서포터즈 모임 '베르도르'는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경기 후 일부 언론 보도에 반박문을 게재했다. "책임은 사퇴가 아니라 현 선수단으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번 성적 부진은 대표이사 공석, 구단 운영 구조, 안산시의 변화 없는 행정 등 구조적 요인이 크며, 감독과 코치진만의 책임으로 환원할 수 없다"라며 "경남FC와 천안시티FC 사례처럼 감독 교체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팬들의 분노는 결국 구단과 운영 주체를 향했다. 베르도르는 이관우 감독을 지지하며, 구단과 지자체가 구조 개선에 즉시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 관계자 또한 안산과 부산 경기 이후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감독의 교체나 사임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없었다"라며 사퇴 여론이 적어도 현장에서 표출된 바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던 질문이 팬들의 목소리보다 무게감이 있던 모양이다. 안산은 부산과 경기가 끝난 지 4일 만에 이 감독과 결별을 결정했다. 베르도르는 이 감독의 계약 해지가 발표된 직후 SNS를 통해 이 감독에 대한 지지를 다시금 선언했고, 안산이 올린 이 감독 계약 해지 게시글에도 구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안산그리너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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