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교육개혁, 이렇게 또 5년을 허송할 것인가

지난 대선 때부터 이재명 캠프의 교육 분야 공약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교육 정책으로서 그나마 눈길을 끈 것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도인데, 이 공약도 국토균형발전 부분에 들어가 있어서 교육 문제보다는 지역발전을 주목표로 한 것으로 보였다. 부실한 교육 공약을 국정기획위원회가 보완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망으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할 교육 정책의 큰 그림은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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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의 교육철학 불분명
논쟁 위험성 있는 교육문제 회피
대입은 국민들의 현실적인 고통
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돼
」

게다가 지난주에는 교육계에 소란이 있었다.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에 사교육업계 출신 인사가 내정되었다는 언론 보도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교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친여 성향의 교육 단체 42개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 내정자가 ‘수능 정시 강화, 학생부 종합전형 반대, 내신 상대 평가’를 주장하며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입시 소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공공연히 펼쳐왔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을 이끌어갈 핵심 두 사람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졌다는 것은 앞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 명약관화해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교육비서관 내정 사실을 부인하고 인사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 사건은 이 정부가 교육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없음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논란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는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입시제도의 방향성에 대해 기자가 질문했을 때, 이 대통령은 “입시제도를 어떻게 개편하느냐는 별로 큰 비중은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 과잉 상태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말 자체는 맞다. 우리나라의 입시 과열 등 교육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한국 사회가 과도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이고, 출신 대학이 향후 사회적 지위 획득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 문제는 전국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현재 겪는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당면한 현안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가?
교육 문제에 대해서 이재명 정부가 전체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원인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전면에 얘기하지 않는 면이 있다. 문제가 해결은 안 되면서 논쟁만 촉발하기 쉽고, 자칫하면 이념 투쟁의 장으로 변질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도 100% 맞다. 그리고 이 말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5·31 교육개혁 이후 30여년 동안 교육의 틀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던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역대 정부 모두 교육개혁이 중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 진지하게 추진한 정부는 없었다. 보통 교육 정책의 효과는 대통령 임기 5년을 훨씬 넘은 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임기 중 논란만 일으키고 과실을 챙기기 힘든 정책을 밀어붙일 인센티브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역대 정부가 교육개혁에 소극적인 동안, 한국의 교육 문제는 점점 악화하여 갔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교육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급박한 이슈이다. 만약 앞으로 5년을 또 허송한다면 학생들과 한국의 미래에 치명적인 결과를 줄 것이다. 우선 과중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 한국은 OECD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며, 매년 800여 명의 청소년이 자살로 숨지고 있다. 게다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느끼는 중고교생이 전체의 40%를 넘는다(여성가족부 ‘2025 청소년 통계’). 이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과도한 대입 경쟁이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산업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중요한데, 과도한 경쟁을 못 이겨 자살하는 학생은 중요하지 않은가?

게다가 현재 대입 수능은 암기형 시험이라 앞으로 AI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과거 틀에 갇혀 모방형 인재만 기르는 교육제도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저하의 큰 원인이라고 한다. 더구나 과도한 사교육비는 출산마저 주저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성장과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교육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직무 유기 아닐까.
이 대통령은 본인이 교육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국가교육위원회 등에서 전문가들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물론 지난 정부처럼 대통령의 설익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그러나 이 대통령 지적대로 한국 교육의 문제는 과도한 경쟁과 사회 양극화가 근본 원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전문가들만의 논의로는 부족하고, 정치적인 결단과 범부처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정부가 교육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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