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광우의 혁신창업의 길] ‘원스톱 플랫폼’으로 AI반도체 스타트업 돕는다

강광우 2025. 9. 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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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89〉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강광우 IT산업부 기자
빅테크·대기업 판이었던 반도체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와 함께 반도체 수요가 다변화하면서다. 창의적 설계를 통해 범용 반도체는 구현할 수 없는 성능의 AI 특화 반도체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이 같은 흐름에서 기회를 발견했고, 2019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나와 회사를 창업했다. 세미파이브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핵심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그 외 나머지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플랫폼을 지원하는 회사다. NPU 설계 외 전체적인 칩 구조와 서브 시스템 설계, 검증과 제조 지원까지 처리한다. AI 반도체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인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주요 고객.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설립 5년 만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2400억원이다. 지난 16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반도체 설계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조 대표는 BCG에서 반도체 섹터 리드로 일했다. 세미파이브는 지난 10일 대전에서 열린 ‘2025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상을 수상했다.

「 팹리스 시간·비용·인력 줄여줘
맞춤형 반도체 제작 과정 지원
매출 1000억, 투자 유치 2400억
AI 유니콘 성장하면 동반 성장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가 16일 경기도 성남시 세미파이브 서버실에서 자사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된 인공지능(AI)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도체 유니콘 기업 성장의 조력자

Q :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하나.
A : “맞춤형 반도체(ASIC)를 만드는 전 과정을 돕는다. 팹리스 기업(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들이 직접 모든 과정을 수행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비용과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객사들은 평균적으로 68%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은 48%가량 단축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Q : ASIC은 요즘 왜 주목받나.
A : “최근 기업들은 자신들의 AI 모델과 서비스에 딱 맞는 반도체를 원한다. 구글이 브로드컴과 직접 맞춤형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생각해보자. 자율주행 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든다고 하면 원하는 카메라 기능 등 필요한 기능만 탑재되면 된다. 굳이 비싸고 기능이 많은 범용 반도체를 쓸 필요가 없다. 범용 반도체가 기성복이라면 ASIC는 맞춤복인 셈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몸에 딱 맞는 맞춤복을 살 것인지, 비싸더라도 당장 쓸 수 있는 기성복을 살지는 고객의 필요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차준홍 기자

Q : 얼핏 TSMC와 역할이 비슷해 보인다.
A : “TSMC는 반도체 설계 도면을 받아 전문적으로 생산 분야를 책임지는 반도체 제조 플랫폼(파운드리)이다.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설계 분야의 TSMC’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진 않는다. 직접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반도체 제조를 맡기는 지원 역할을 하지만, 직접 생산하는 건 아니다.”
천문학적 가치의 핵심 질문

Q : 왜 창업을 생각했나.
A : “BCG에서 반도체 리드로 일하면서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게 계기가 됐다. 그들은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할 때 리스크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는 점차 다변화되는데, 세계 최고 기업도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많은 비효율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문제를 푼다면 엄청난 가치(밸류)가 창출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명백한 ‘트릴리언 달러 퀘스천(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핵심 질문)’이었다. 컨설팅하듯 창업 여부를 고민해보니 창업을 안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Q : 시드(초기) 투자를 90억원 넘게 받았다.
A :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똑같은 반도체만 만드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엔지니어들이 회사 설립 때 합류했다. 투자자들도 공감했다. 시드 투자를 받기 위해 피칭(사업설명)할 때 ‘TSMC가 반도체 산업을 바꾼 것처럼 우리도 반도체 설계 분야를 혁신해 밸류 체인을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투자해준 벤처캐피털 대표가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가 아닌 산업 구조를 바꾸려고 도전하는 이런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걸 아직도 기억하며 일한다.”

Q : 첫 고객은 어디였나.
A : “퓨리오사AI였다. 천생연분이었다. 과거 실리콘(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테스트 칩을 만들어도 그 칩의 성능을 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스타트업들이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퓨리오사AI와의 협업 성과가 알려지면서 리벨리온 등 다른 AI 반도체 기업들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우리가 없었더라도 AI 반도체 스타트업은 나왔겠지만, 그 성과는 지금과 달랐을 거다. 불과 5년 만에 양산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레고처럼 조립하는 반도체

Q :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달라질까.
A : “AI 시대에는 범용 반도체만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장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다. 10차로의 넓은 고속도로를 까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 국도도 원한다. 실제로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반도체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객층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에도 데이터 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ASIC을 원하고 있다.”

Q : 이 분야 유망 기술은.
A : “‘칩렛’과 ‘3D 집적회로(IC) 메모리’ 기술이 차세대 ASIC 시장의 핵심 기술이 될 거다. 칩렛은 하나의 반도체에 모든 기능을 통합하지 않고 기능 별로 쪼개진 칩들을 만들어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기능만 연결하는 방식이다. 비용과 설계 유연성, 성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고성능 칩렛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D IC 메모리 기술은 여러 개 반도체 칩을 수평으로 배열하지 않고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기술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올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이 기술 기반의 AI 칩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Q : 앞으로는.
A :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내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관련 매출도 본격화된다. 개발에서 양산까지 이뤄지는 사이클이 완성되면 흑자 전환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과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글로벌 고객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중국·인도 AI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정은승 삼성전자 고문

세미파이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함께 반도체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다. 독창적인 ASIC 설계 플랫폼과 포괄적인 AI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미 미국·중국·일본·인도 등 글로벌 고객사와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

세미파이브는 AI 시대를 선도할 맞춤형 반도체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질서를 새롭게 쓰고 있다. ASIC 플랫폼 기술과 칩렛 기술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적인 설계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이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강광우 IT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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