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란의 쇼미더컬처] ‘K뮤지컬 창작 60년’ 해피엔딩 가려면

강혜란 2025. 9. 1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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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우리 문화의 DNA가 얼마나 한결같나 느낄 때가 있다. 이달 초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한 ‘한국뮤지컬포럼 2025’에서 최승연 뮤지컬평론가가 1966년 4월 13일자 신문 기사 ‘재기하는 예그린악단’을 소개할 때 그랬다. 훗날 창작뮤지컬 1호 ‘살짜기 옵서예’(66년 10월 26일 초연)를 제작하는 악단의 단계별 발전 전략이 새삼스러웠다. ▶육성과 정초 ▶방향 확립과 실험 ▶본격 공연 실시 ▶관객 확보와 대중화 ▶국제화 양식의 도입. 이후 최종 단계가 ‘해외 진출과 자립체제의 확립’이란다. 1인당 GNP가 100달러 남짓이던 최빈국에서 ‘뮤지컬’이란 걸 만들겠다면서 포부가 ‘국제화’다. 당시 비전에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호응했는지 몰라도 약 60년 뒤 결과를 우리는 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6월 토니상 6관왕에 올랐으니 말이다.

토니상 6관왕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헬렌 J 셴(왼쪽)과 대런 크리스의 공연 장면. [사진 NHN링크]

토니상 수상을 계기로 중앙일보 디지털 프리미엄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K뮤지컬 창작 60년’을 9회차로 정리했다. 김종필 공화당 총재(초대 중앙정보부장)의 후원에 힘입어 예그린악단이 ‘북한 피바다극단에 맞설’(이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린다) 체급으로 성장하기까지가 1화였다. 오늘(19일) 최종회엔 한국문화 르네상스에 성장기를 보내고 뉴욕에서 글을 쓰며 SF 미래 속 인간성의 본질에 천착한 박천휴(42) 작가의 인터뷰가 담겼다. 뉴욕 이주 전까진 국내에서 뮤지컬을 거의 본 적 없다는 박 작가에게서 예그린악단의 DNA를 찾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당시 악단이 목표한 ‘한국적 뮤지컬의 확립과 국제화’를 ‘어쩌면 해피엔딩’에 들이대면 작가는 물론, 관객도 의아해할 것 같다. 그만큼 변화는 빨랐고, 한국의 이미지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 속에 우뚝 서길 갈망하는 것조차 ‘전통’이란 게 새삼스럽다. 두 세대 전엔 최빈국의 콤플렉스, 국가와 나의 성취를 동일시하는 전근대성 때문이었을 수 있다.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이 된 지금도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성과나 심지어 소재만 한국문화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으쓱하는 걸 보면, 우리 DNA엔 세계와의 교감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이걸 가장 세련되고 보편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한국 뮤지컬은 60년째 연구해 왔다. 그 산업·문화 토양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가능해졌다. K뮤지컬의 전통을 체화해서가 아니라 전통을 계속 혁신하는 게 K뮤지컬의 본질이라서다.

‘뮤지컬포럼 2025’에선 이 같은 산업·문화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을 촉구했다. 최근 국회에선 문체위 소속 조은희 의원 주최로 ‘IP(지식재산권) 주권 전략과 과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60년 전과 확 달라진 콘텐트 제작·유통·수용 환경에서 정부 지원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혁신의 DNA를 북돋울 마중물 역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K뮤지컬 창작 60년

「 ⓵ 北 ‘피바다 가극단’ 맞서라? 3공 ‘뮤지컬 기동대’ 전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2244

⓶ 윤복희 뮤지컬 본 영국인 “한국인 다 도둑놈입니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3991

⓷ 극단 관두고 롯데월드 갔다… ‘건달’로 출세한 남경주 비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5888

⓸ 극장 벽까지 뜯은 100억 ‘유령’… “사치” 쏟아진 욕, 노림수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455

⓹ 홍석천 커밍아웃보다 빨랐다… 한국 첫 ‘동성애 뮤지컬’ 전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687

⓺ “이게 뭐야?” 뉴욕 술렁였다… 히로시마 원폭 띄운 K뮤지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2441

⓻ 17전18기, 브로드웨이도 반했다… 신춘수 남다른 제작 비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4366

⓼ ‘어쩌면 해피엔딩’ 알아본 CJ, 다음 야심은 엄정화 ‘댄싱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6177

⓽ “한국 배경은 못 바꿉니다” 토니상 박천휴, 양보 못한 1가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7947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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