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타고 9시까지 출근하려면 새벽 5시에 출발하세요

정초하 2025. 9.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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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탑승기] 잠실~마곡 3시간 43분 소요… 시민들 "정차 지연·선착장 접근성 모두 문제, 세금 아까워"

[정초하 기자]

 한강버스 마곡선착장
ⓒ 정초하
"배편이 많지도 않고, (선착장까지) 가기도 불편하고, 빠른 것도 아니고. 이건 실패작이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직장 동료들) 주변에서도 다 얘기해요. 지하철 타고 가지 느린 거 저거 누가 타고 가냐고. 오세훈이 뻘짓한 거라고 다 그러지." - 조아무개(43·남성·마곡 일반산업단지 직장인)

3시간 43분. 한강버스를 타고 서울 잠실에서 마곡까지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선착장이 도심에서 멀고 배의 운항 속도도 느린 탓에 같은 구간을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보다 약 3배나 더 걸렸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함께 한강버스를 탑승한 승객들은 물론, 선착장 인근 주거·업무지구를 오가는 직장인들 역시 입을 모아 "한강버스는 교통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버스가 양 기점인 잠실과 마곡 선착장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7분(2시간 7분)이다. 내달부터 추가될 급행 노선으로도 82분(1시간 22분)이 걸린다. 이를 두고 출퇴근 시간 교통혼잡도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치고는 느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마저도 순수 승선 시간만 계산한 것으로, 도심에서 한강변 선착장을 오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잇따랐다.

한강버스의 정식 출항이 시작된 18일, <오마이뉴스>는 '도어 투 도어'로 출근한다고 가정하고 직접 잠실~마곡 구간의 한강버스를 타고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계산해 봤다. 출발점은 대형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잠실2동 주민센터, 도착점은 마곡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업무단지인 마곡 일반산업단지를 기준으로 잡았다. 아래는 실제 탑승한 노선이다.

잠실2동 주민센터(출발) → 3317번 시내버스 →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 한강버스 마곡선착장 → 6611번 시내버스 → 마곡일반산업단지(도착)

223분 vs. 73분, 지하철보다 3배 느려..."정차도 길고, 탑승 인원도 적어 불편"
출발점인 잠실2동 주민센터에서 잠실선착장에 도착하는 데만 12분이 걸렸다. 도보로는 17분 걸리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 탓에 5분 단축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선착장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잠실·압구정·마곡 선착장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배차 간격이 15분~30분으로 길고 운영 시간대가 한정돼 있다.
 한강버스 마곡선착장 인근에 지하철역과 선착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마련돼 있다.
ⓒ 정초하
오전 10시 22분경 도착한 잠실선착장은 첫 운항을 앞두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내부는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시민들과 유튜버들로 북적였고, 승객이 몰린 탓에 선착장 관계자가 번호표를 배부하고 승객들의 줄을 정리하기도 했다. 승선은 10시 40분에 시작해, 예정보다 2분가량 늦은 11시 2분에 첫 배가 출항했다. 승선 정원인 190명(장애인 4석 제외)을 꽉 채웠다.

시간표상 마곡까지의 소요 시간은 127분이다. 출항 시각이 오전 11시니 오후 1시 7분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도착 시간은 오후 1시 23분이었다. 시간표보다 16분이나 늦어진 것이다. 폭우로 시승식이 아예 취소된 전날(17일)과 달리 날씨가 맑았는데도 운항이 지연됐다.

승객들이 승선과 하선을 반복하는 데 따라 시간이 지체된 까닭이다. 6개의 선착장을 지나면서 선착장마다 정박(도킹), 하선, 승선을 반복하는 데 적게는 5분, 많게는 10분 이상이 걸렸다. 탑승객 강아무개(40대, 여성)씨는 "타보니까 정차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선박 특성상 선착장에 접합하고 도선하는 승객 안전을 신경 쓰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강 버스 객실 내부. 서울시는 18일부터 마곡~잠실 구간을 한강으로 횡단하는 해상교통수단 한강 버스를 공식 운영한다.
ⓒ 정초하
몇몇 선착장에서는 정원 초과로 탑승이 제한되기도 했다. 두 번째 선착장인 뚝섬에서 대기하던 승객은 100명가량이었으나 해당 선착장에서 10여 명만 하선한 탓에 다수가 배를 타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지도 앱을 통해 남은 좌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지정좌석제가 아니다 보니 역마다 승객이 얼마나 내릴지는 모르는 구조다.
탑승객 김아무개(50대 후반, 남성)씨는 "서울 위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 광역버스를 탈 때 서너 번 (버스를) 보내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기점이 아닌 중간 선착장에 사는 사람일수록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출퇴근에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200명이 못 타는 배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수요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가 추산한 한강버스의 하루 수요는 6000명 정도로 서울시 전체 대중교통 하루 이용객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강 버스 정식 출항이 시작된 18일 오전 잠실선착장에서 시민들이 승선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정초하
오후 1시 23분에 마곡선착장에 도착했으나 실제 배에서 하선해 마곡 일반산업단지까지 가는 데는 30분이 더 소요됐다. 배가 완전히 정박하고 승객들이 하선하는 데에 5분 정도 더 걸린 데다, 환승을 위해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가고, 버스를 기다렸다 탑승하고, 내린 뒤 마곡 일반산업단지까지 가는 시간이 추가로 소요됐기 때문이다.

결국 잠실2동 주민센터에서 마곡 일반산업단지까지 실제로 걸린 시간은 총 3시간 43분(오전 10시 10분 ~ 오후 1시 53분)이었다. 잠실선착장에서 바로 승선한다고 가정해 대기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3시간 10분가량 걸린다.

반면 같은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할 경우 1시간 13분, 9호선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1시간이 소요된다.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려 3배 느리게 도착한 것이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하는 직장인이라 가정했을 때 새벽 5시에는 출발해야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는 셈이다.

탑승객·직장인 "교통수단 아닌 관광용...실패작·세금낭비"

이날 탑승한 승객들도 하나같이 "교통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라고 지적했다. 잠실에서부터 탑승한 김보성(22, 남성)씨는 "한강버스는 출퇴근용보다는 관광용으로 해야한다"라며 "기착지에서 종착지까지 2시간 걸린다고 내놨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보다 특별히 이점이 없어서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운항시간표와 실제 운항시간을 개인적으로 측정해 보고 있는데 비교해 봤을 때 더욱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서울시는 10월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마곡~여의도~잠실 구간만 운행하는 급행노선을 추가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느리다는 평가다. 장덕수(65, 남성)씨는 "82분짜리 급행노선을 신설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급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렵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탈 수 있다"라며 "선착장을 오가는 시간만 82분이지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직장까지 접근성도 따져봐야 한다. 도심 바로 앞에서 내려줄 수 있는 지하철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강버스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는 길목 바닥에 안내문구가 그려져있다.
ⓒ 정초하
김아무개(64, 여성)씨 역시 "오늘은 첫날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출퇴근 하는 데 2시간이나 걸리는 건 (출퇴근 때 이용하기엔)무리"라며 "한강버스 사업 예산만 1500억 원을 썼다고 하는데 운행 요금은 3천 원씩이니 결국 적자로 이어질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관광용으로는 싸니까 어르신이나 외국인이나 탈 것 같다"라며 "정작 내국인들을 위한 제도는 아니고 세금 낭비라는 생각에 씁쓸하다"라고 했다.

탑승객뿐 아니라 잠실과 마곡 주거·업무단지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잠실2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안아무개(42, 남성)씨는 "새로 생겼다고 해서 잠실선착장까지 둘러보고 왔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멀다"라며 "여의도에서 롯데월드로 출근한다고 가정하면 롯데월드까지 언제 걸어가지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하철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오갈지 회의적이다"라고 전했다.

같은 잠실 거주민 김아무개(61, 여성)씨 역시 "남편, 아들과 얘기해 봤는데 속도가 시속 23km밖에 안돼서 오래 걸리고, 한강까지 가는 데도 연계편이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고 그러더라"라면서 "이 동네는 지하철 접근성도 좋고 지하철이 더 빠른데 굳이 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유용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7월 초 한강버스 시민체험단에 참여했다는 마곡 산업단지 직장인 이아무개(39, 여성)씨는 "(체험 당시) 한강선착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멀게 느껴졌다"라며 "선착장이 회사나 도심이랑 떨어져 있고 다른 교통수단과 환승거리도 멀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사람은 탈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9시~6시 직장인한테는 촉박하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마곡 산업단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아무개(43, 남성)씨도 "배가 많지도 않고, 선착장까지 가기도 불편하고, 배가 빠른 것도 아니라 실패작"이라며 "주변에서도 다 지하철 타고 가지 느린 거 저거 누가 타고 가냐고 얘기한다"라고 꼬집었다.
 기본소득당·노동당·정의당과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한강버스’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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