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핵심 증거 누락"...검찰의 쿠팡 불기소 전말을 공개합니다
[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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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리 휘날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A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감찰 및 수사의뢰서)를 확보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2024~2025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선 수사 뭉개기와 검사-김앤장 변호사의 수사 정보 공유 등이 있었다.
당시 부천지청의 지휘 체계는 ①엄희준 부천지청장(사법연수원 32기) → ②'부천지청 2인자' 김동희 차장검사(34기) → ③A 부장검사(36기)다. '친윤 검사', '윤석열 사단' 평가를 받는 엄희준 검사는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장검사를 맡아 이재명 대통령 대장동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8월 인사에서 일선 수사업무를 하지 않는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엄희준 검사는 진정서 내용을 두고 "거짓"이라면서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동희 검사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입수한 진정서를 바탕으로 부천지청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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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
| ⓒ 연합뉴스 |
다른 노동청은 같은 내용의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부천 노동청은 지난 1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대법원 판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일용직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9월에는 쿠팡 CFS 사무실과 엄성환 대표이사 집무실 압수수색에서 쿠팡 내부 문건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쿠팡이 퇴직금 지급 대상자를 줄이려는 의도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변경된 취업규칙이 무효라면, 쿠팡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계획이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구체적인 일시는 압수수색을 직접 진행하는 노동청 관계자 극소수만 알고 있었고, A 부장검사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2시간여 전 김동희 차장검사는 A 부장검사에게 전화해 "노동청에서 쿠팡을 압수수색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부장님이 청구했냐"고 물어왔다.
김동희 차장검사는 압수수색 계획을 어떻게 알았을까.
[검사와 변호인의 관계] 차장검사 "무혐의 명백한 사건, 힘 뺄 필요 없다"
A 부장검사는 쿠팡 사건 불기소결정에 쿠팡의 로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A 부장검사는 처음 쿠팡 사건을 검토해 김동희 차장검사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노동 사건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김동희 차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건은 다른 청에서도 모두 무혐의하는 사건이다.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 힘 뺄 필요가 없다. 나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할 때 무혐의했던 사건이다."
A 부장검사는 얼마 뒤 쿠팡 쪽 변호인 B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면담했다. 검사 출신인 B 변호사는 이런 말을 전했다.
"김동희 차장검사와 검사 시절 친한 동기 언니 동생일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녀 학부모로서 가족 모임도 하는 등 매우 친밀한 사적 관계에 있다."
이와 같은 두 사람의 관계와 관련 정황은 김동희 차장검사와 B변호사가 압수수색 계획 등 수사 정보를 유출하거나 공유하고 쿠팡에 유리한 쪽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게 아닌지 짙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사건의 결론] '기소 의견'으로 넘어왔는데... 검찰, 끝내 불기소
진정서에 따르면, 노동청의 '기소 의견' 사건 송치 이후 엄희준 지청장은 2월 김 차장검사와 A 부장검사에게 "단일한 결론을 내려 결과를 보고해달라"라고 했다. 그날 엄 지청장은 A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신아무개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혐의 없음'으로 정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에는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노동청의 압수수색 결과를 포함하지 말라고도 했다.
결국 3월과 4월 주임검사는 1, 2차 대검찰청 보고용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노동청 압수수색 결과와 쿠팡 사건 핵심 쟁점인 취업규칙 효력 유무 판단이 누락됐다. A 부장검사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고 문제를 제기를 했고, 부천지청 지휘부는 따로 관련 내용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공식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터라,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A 부장검사는 근로관계의 실질보다는 형식을 강조해 일용직 노동자들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고 있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쿠팡이 변경 전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근로기준법 109조 1항 위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 퇴직 시 14일 내 임금, 보상금, 그밖의 모든 금품 미지급'에 대한 처벌 규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 또한 묵살됐다.
결국 4월 28일 이 사건의 결론이 나왔다. 혐의없음·불기소 처분이었다. 여기에 불복한 노동자들이 항고해, 현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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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0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대책위, 민주노동당 비상구가 주최한 ‘검찰의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퇴직금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쿠팡대책위 공동대표이기도 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검찰(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쿠팡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안달인가?”라면서 “결론을 조작한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라고 일갈했다. |
| ⓒ 민주노동당 |
A 부장검사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모를 당했다. 쿠팡 압수수색 청구를 전결 결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공공수사 전결권을 박탈당했다. 3월에는 노동청 압수수색 결과 누락을 대검찰청 관계자와 소통한 것을 두고, 엄희준 지청장이 A 부장검사에게 9분 동안 전화로 고함을 지르며 "대검 감찰"을 언급했다. 그 뒤 실제로 감찰이 진행됐다. 5월 A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검찰3과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같은 달 A 부장검사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엄희준 지청장·김동희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그 내용은 두 사람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허위공문사작성·행사죄로 형사처벌 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엄희준 지청장에게는 상습 폭언 행위, 김동희 차장검사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죄, 사건관계인이나 변호사와의 사적 접촉을 금지한 검찰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의7 위반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A 부장검사는 <오마이뉴스>에 "진정서 내용은 사실 그대로를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진정서 제출 4개월이 지났지만 엄희준 검사 감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감찰과 관련해서는 일절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엄희준 검사는 <오마이뉴스>에 진정서 내용을 두고 "객관적인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에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럴(봐주기할) 이유도 없다. (A 부장검사가) 불합리한 의견을 우기는 바람에 (사건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3월 5일쯤 A 부장검사, 김동희 차장검사 이렇게 3명이 지청장실에서 모여서 사건 처리에 관해 논의했다. 명백히 무혐의를 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에 대해 A 부장검사도 동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엄 지청장이 A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주임검사에게 직접 무혐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청장이 검사한테 직접 지시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부장검사를 통해 지시하든 (주임) 검사에게 (직접) 지시하든 지청장이 할 수 있다. 부장검사를 통하지 않았다고 부당한 결론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결 위임 규정에 따라 노동청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진정서 내용을 두고 "명백한 허위다. 공안 사건의 경우 모든 세세한 사항을 다 보고해야 한다"라고 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 보고 누락 몇 건을 합쳐서 감찰 사안이라고 했지만, 제가 실제로 (A 부장검사) 감찰을 의뢰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엄 검사는 진정서 내용을 "무고"라고 규정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동희 검사 역시 부당한 사건 처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B 변호사가 우연히 자녀를 서울 강남의 같은 고등학교에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족 모임을 한다는 것은 허위이고, 수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9월 26일 노동청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전 A 부장검사에게 전화했는지 묻자 "아닐 것이다. 진짜 무고"라고 말했다.
김 검사와 수사정보 공유 의혹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김앤장 B변호사에게 전화와 문자를 통해 3일 넘게 문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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