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몇 들어갈 만한 솥으로 튀김을... 숨 쉬기 어려울 정도
[30대 조리실무사]
| 기자말 |
|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부 100일을 맞아, 청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기고를 기획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말하는 '다시 만난 세계' 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과 희망을 담은 글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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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일하는 학교 급식실 내부 모습 |
| ⓒ 민주노총 |
부족한 인력과 생활의 무게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이 급식 노동자의 산재로 인정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튀김 요리를 할 때는 매번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산재를 생각하게 되고, 건강검진 때 촬영하는 폐 CT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게 되는 것은 여기서 일하고 생긴 변화다.
학교 급식실은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퇴근하면 언니들은 병원 다니는 게 일상이다. 아파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다. 대체인력을 구하는 예산이 없다는 소리는 수십 번도 더 들었다. 손발을 맞춰왔는데 장기간 병가에 들어가려면 아무리 대체인력을 구해도 눈치가 보인다. 3월에 짝이 된 언니도 방학 중에 허리를 수술했는데 개학 시기에 안 나오면 민폐가 될 것 같다며 출근을 했다. 병원에서 권장한 휴직 기간은 당연히 더 길었고, 언니는 회복되지 않은 허리에 보조기를 차고 일을 했다.
7월, 8월은 방학이 낀 달이라 월급이 너무 적었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임금이 적을 거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내가 어떻게 일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여름은 더워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몸도 축축 처지는데 급여명세서를 보면 두 달을 버텨낼 생각에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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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김 작업 중인 학교 급식실 현장 |
| ⓒ 민주노총 |
내가 일하는 학교는 오전 11시 50분부터 배식을 시작한다. 처음에 배식할 때는 학생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해 주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어 학생들이 보내는 인사를 받아주지도 못하고 보낼 때도 많았다. 혹시나 음식이 모자랄까 봐 한 명 한 명 마음속으로 인원수를 세다가, 인사를 받아주는 순간 몇 명까지 세었는지 까먹어버리기 때문이다(지금은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도 해 줄 수 있다!)/ 맡은 메뉴가 맛있게 잘 된 것 같다는 언니들의 칭찬에 집에 돌아와서도 뿌듯함에 붕붕 뜨는 날도 있고, 실수하고 부족한 날에는 의기소침할 때도 있다.
매일 대량으로 조리하면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의 힘을 느낀다. 몇 백 명 분량의 식판을 매일 빼고 세척해서 넣는 일도, 메뉴가 많고 복잡해 '이걸 어떻게 다 해내지' 싶다가도 여럿이 함께 붙어서 결국 해내고야 만다. 그런 것처럼 노동조합으로 뭉친 힘으로 우리가 일하는 조리실 노동환경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학교급식법 개정과 하반기 총파업을 앞두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하고 배치기준을 완하하는 것,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 방중 무임금 해결로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위해 학교급식법에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보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는 30대 청년 조합원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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