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학살 외면한 한국 정부... 침묵은 공모다

이영아 2025. 9. 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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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집단학살' 규정에도 이스라엘 무기수출 지속... "즉각적 행동 필요하다"

[이영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 지구 - 2025년 9월 15일: 가자시 서쪽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 연합뉴스/Hasan Alzaanin/TAS
"죽음에서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 같아 떠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기어이 가자시티 점령 지상 작전을 개시하던 날, 가자시티 주민 움 모하메드는 가자시티를 떠나지 못했다.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 시티 거리에 진입하고, 아파치 헬기가 상공을 맴돌며 사격을 가하는데도 가자시티에 남았다. 가자지구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 총격이나 죽음이 없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없다. 피난을 떠나는 길에 죽거나, 남아서 죽거나, 굶어서 죽거나. 죽음의 순서를 기다릴 뿐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2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통제하는 데 완벽히 실패했다. 6만 4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당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에 면책권을 부여하며,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공모해 왔다.

이들의 지지 아래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는 더 노골적이고, 잔혹하게, 가속화되었다. 가자지구가 불타고,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병원이 폭격당하고, 언론인, 구호대원, 의료인들이 표적 살해당하는 상황에서도,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주민들을 타겟으로 한 총성에 1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해당해도 '하마스 궤멸'이라는 명분 앞에 모든 것이 용인되었다. 지난 700여 일 동안 우리는 인간성이 완전히 말살된 세계를 목도했다.

무대응과 침묵으로 일관한 한국 정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국빈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솔직히 말해 우리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는 인터뷰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6만 465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학살당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놀랍도록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침묵하며 이스라엘과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2023년 10월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지속해 왔다.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독립 조사위원회는 지난 16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회원국에는 집단학살 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 이전 중단, 자국 영토에 있는 개인과 기업이 집단학살을 실행·선동·지원에 관여하지 않도록 보장, 집단학살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조사해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총회를 통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포괄적 무기금수조치 등 해당국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 회원국 자격 정지, 제명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은 오는 23일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침묵은 공모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2년 동안 전폭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던 서방국들조차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며, 무기금수조치, 무역 특혜 중단, 무역 협정 일부 조항 중단, 이스라엘 국민의 연수 및 유학 불허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어떻게 책임을 묻고 어떻게 제동을 걸 것인가.

집단학살, 기아학살 앞에 머뭇거리며 여유 부릴 '사치' 따위는 없다. 한국 정부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조건없이 주권 국가로서 가지는 모든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 이스라엘과의 모든 외교·경제 관계를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포괄적인 무기금수조치와 대이스라엘 독자 제재,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하루 평균 28명의 어린이가 살해당하고 있다. 거의 2년 동안 매일 한 교실 가득한 아이들이 살해당했다. 이 아이들은 전투원이 아니다. 생명을 구하는 식량과 의약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중 살해당하고 불구가 되었다".

침묵은 전쟁범죄 공모이다. 지금, 바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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