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인구 천만 시대 ‘런심’의 경제학 [스페셜리포트]
역대급 폭염도 ‘러닝 열풍’을 꺾지 못했다. 2025년에도 한국인 달리기 사랑이 계속되는 중이다. 러닝 인구가 천만 시대에 돌입하며 기업들은 업종 불문 러닝 특화 제품·서비스에 힘을 싣는 중이다.
출근길 한강변, 퇴근 후 도심 한복판, 주말이면 지방 곳곳 산책로에서 형형색색 러닝복을 입은 러너가 줄지어 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러닝이 단순 운동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민들이 시간 날 때마다 동네를 달리고 있는 풍경이 이제 한국인 일상으로도 들어왔다. 러닝 인구뿐 아니다. 요약하면 이른바 ‘각 잡고 뛰는’ 러너 비중이 급증했다. 러닝화와 러닝복, 러닝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뛰는 이가 크게 늘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달리는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러너도 많다.
러닝 열풍을 감지한 산업계도 발맞추고 나섰다. 패션 업계는 러닝 관련 아이템 비중을 크게 늘리는 중이고 각종 플랫폼에서는 러닝 커뮤니티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며 ‘런심’ 잡기에 한창이다.

4050세대도 ‘런스타그램’에 푹
국내 러닝 붐 촉매는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실내 체육시설 이용이 제한된 데다 팀 단위 스포츠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반면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갔다.
이때 급부상한 스포츠가 러닝이다. 혼자 또는 소규모로도 가능해 ‘방역 친화적 운동’으로 주목받았다. 가성비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팬데믹 때 인기를 얻었던 골프가 장비를 갖추는 데에만 수백만원이 필요했고, 골프 다음 뜬 테니스는 테니스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면, 러닝은 그야말로 ‘몸뚱이’만 있으면 시작이 가능한 운동이다. 시간이나 장소 제약도 없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SNS)는 러닝 인기를 폭발적으로 퍼뜨린 2차 촉매였다. 인스타그램에 ‘러닝’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올해 9월 기준 어느덧 400만건을 훌쩍 넘었다. 2023년 말만 해도 200만건 정도였다. 달린 후 자기 기록이나 풍경을 인증하는가 하면, 지도를 캔버스 삼아 본인이 달린 경로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GPS 아트’가 인기를 얻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런스타그램’ 문화가 빠르게 번지며 ‘러닝은 힙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러닝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표한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복수응답 기준) 중 ‘달리기’가 0.5%에서 6.8%까지 늘었다. 상위 8개 운동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걷기(43%→41.2%), 등산(17.4%→15%), 수영(7.2%→5.6%) 같은 운동은 모두 감소했다.
비단 특정 세대 전유물만은 아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러닝 관련 소비 금액 증가율은 30대가 232%, 40대가 225%로 20대(177%)보다 높았다. 20대가 주도했던 러닝 열풍이 이제 30대 직장인과 40대 중년 세대까지 확산된 모습이다.
마라톤 대회 참가 열기도 뜨겁다. 해마다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만 400개에 이른다. 2022년 346개에서 급증했다.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은 인기 콘서트 ‘티켓팅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서울국제마라톤에는 역대 최대인 4만명이 몰렸고, 오는 11월 예정된 여러 마라톤 대회 접수가 10분 남짓이면 조기 마감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
함께 러닝을 즐기는 커뮤니티, 이른바 ‘러닝 크루’ 활동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네이버 밴드에서 ‘러닝과 걷기’를 주제로 한 모임은 최근 2년 새 46% 증가했고, 당근 내 러닝 모임은 올해 8월 기준 2024년 1월 대비 4배 넘게 늘었다. 전체 러닝 모임 40% 정도가 ‘연령 제한 없음’으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전 세대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직장인 박다혜 씨(40)는 “나날이 향상되는 기록을 러닝 커뮤니티나 친구들 단톡방, 또 SNS에 공유하는 것이 습관화되면서 큰 동기 부여가 됐다”며 “매일 기록 자랑을 하다 보니 ‘같이 달려보고 싶다’며 합류한 주변 친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6호 (2025.09.10~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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