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더피와 서씨의 진짜 관계, 초3 설명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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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아이가 신재현의 <호작도>를 감상하고 있다. 조선, 1874년 추정. |
| ⓒ 전사랑 |
"호랑이는 나쁜 관료고 까치는 백성이래."
아이가 말한다. 나도 오랜만에 한국 미술사 책을 꺼내 확인한 바를 어떻게 알았냐 물으니,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가 학교 수묵화 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한류 애니메이션이 한국의 전통 민화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간 것이 놀랍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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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움미술관 <호랑이와 까치> 전시전경 |
| ⓒ 전사랑 |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전령, 즉 메신저로 활약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흔한 예다. 해리포터에서 인물들의 메신저로 야행성, 지혜, 마법의 의미를 지닌 부엉이가 사용 됐듯, 보통 까치나 비둘기 같은 이동성이 뛰어난 동물들이 이를 수행한다. 여기에 '케데헌'은 우리나라 민화 속 호랑이와 (그것도 갓을 쓴) 까치를 등장 시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둘은 극 중에서는 이름이 없었지만 후에 제작자들을 통해 호랑이는 '더피'(Derpy), 까치는 '서씨'(Sussie)로 이름을 부여 받으며 더할 나위 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로 제작된 배지는 모두 매진되었고, 입고 되는 날짜에 맞춰 박물관으로 '오픈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8월 평균 관람객이 3만 명에 육박하는 등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는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박물관 마당에서 진행되는 '국중박 분장 놀이'에서는 '사자 보이스'로 분장한 인플루언서의 공연, 호작도를 재해석한 포토존이 꾸며진다고 한다. 그야말로 K-팝의 인기가 국립 박물관에까지 들어온 셈이다.
여기에 더해 리움미술관은 수장고에서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민화 <호작도>를 꺼내, <까치 호랑이> 전을 진행 중이다.
비교적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리움 미술관 상설전에서 <까치 호랑이> 전시실로 들어가자 외국인들과 아이들,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대여해 주는 이어폰을 끼고 주의 깊게 호작도를 감상 중이었다. 전시된 호작도는 모두 7점으로, 전해지는 최초의 호작도인 1592년작 <호작도>, 그리고 김홍도의 호작도도 공개되었다.
본래 호랑이는 삼재를 막는 동물, 까치는 '희조'로 기쁨의 상징인 새이다. 특히 까치는 작고 날렵하고, 호랑이와 대비된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옛말도 있듯이 까치는 기쁜 소식,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상징했다. 호랑이와 까치는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는 동물들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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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작도>, 작자미상, 조선, 19세기 후반. |
| ⓒ 전사랑 |
추상적인 표현으로 그려진 이 호작도는 피카소의 화풍 같기도 해서 '피카소 호랑이'라고 불린다. 88 올림픽 '호돌이'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호랑이는 얌전히 앉아 까치의 '전령'을 듣고 있다. 호랑이의 용맹함이나 권위보다는 순종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위의 호작도가 아마 '케데헌'의 더피와 서씨의 도상과 가장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더피'(Derpy)는 '바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서씨'(Sussie)는 '항상 의심스러운 눈'(sus eye)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갓 쓴 까치'가 말하는 것
제작자 매기 강은 미국 온라인 매체인 '살롱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진우가 400살이니, 루미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보다는 비둘기 같은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였다고 밝혔다. 진우의 전령을 찾는 과정에서 호랑이와 까치가 채택되었다는 것.
또한 '케데헌'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레드포드 세크리스트는 까치가 각각 양쪽에 눈이 세 개씩, 총 6개를 가지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는데, 왜 6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까치가 백성을 대변한다면 그 해답을 찾기는 쉬워진다. 두 개의 눈으로는 부족한 감시자, '항상 의심스럽게' 권력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갓을 뺏어가듯, 권력을 앗아갈 수 있는 '권력자 위의 권력자'인 일반 국민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I made (the hat) for the tiger, but the bird keeps stealing it."
"호랑이를 주려고 (갓)을 만들었는데 새가 계속 뺏어가네."
'케데헌'에 나오는 말이다. 호랑이는 본래 권위의 상징이었다. 양반만 쓸 수 있었던 '갓'은 진우가 호랑이에게 주려고 만든 것인데, 까치가 뺏어 쓴다. 호랑이가 아닌 까치가, 자신의 우위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극 중에서 쓰러트린 물건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호랑이보다는 까치에게 갓이 더욱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갓을 쓴 까치'는 민화 속 권력 역전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장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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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작도>, 작자미상, 조선, 19세기 |
| ⓒ 전사랑 |
민화의 이야기는 현실과 꿈의 세계를 간단 없이 오고 갔다. 민화에는 삶의 연계되어 있는 판타지가 장치되어 있다. 민화의 세계는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꿈의 세계까지 뻗어나간다... 판타지는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고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서 둘 사이의 평형을 유지 시켜 주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민중들의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화를 통해 삶과 판타지를 오고 갔던 우리 조상의 그림과 염원이 전 세계로 확장되어 사랑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케데헌'의 인기가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앞선 기사(풍경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 외국인들도 찾는 이곳)에서도 다뤘듯, 요즘은 서울 유수의 미술관 어디를 가나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지만, 그 관심이 민화 '호작도'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열기에 비해 리움 미술관 전시는 한산했다. '케데헌'에 빠진 외국인 지인들도 더피와 서씨가 한국화에서 가져온 캐릭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인기가 아닌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중문화와 전통문화로 이어지는 맥락을 강화하고, 한국 문화의 깊이 또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리움 미술관 '까치호랑이 호작'은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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