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의 사투로 마음까지 쩍쩍 갈라진 강릉... 그간의 기록
[진재중 기자]
[관련기사] 강릉 가뭄 기사 모아 보기 https://omn.kr/1zc8s
극심한 가뭄 속 강릉 시민들의 일상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무더위가 이어지던 7월 중순,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 시기에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제한급수 속에서 일부 가정은 1인당 하루 2ℓ 남짓한 물로 세면, 설거지, 청소, 화장실 사용까지 해결해야 했다. 주부들은 물 한 그릇을 두고도 두 번, 세 번 생각하며 써야 했고, 가족의 식사 준비조차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다. 한 주부는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물을 아끼느라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신경을 써야 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7월 16일, 오마이뉴스는 강릉 오봉저수지의 극심한 물 부족 문제를 보도했고 이후 31건의 관련 기사를 내놓았다. 보도 과정에서 독자 댓글과 지역 주민들의 제보는 취재의 동력이 되었고, 그 속에서 지역 정치인의 무능과 단기적 물 정책의 한계가 핵심 논점으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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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에 내걸린 프래카드 강릉 시내 곳곳에 내걸린 ‘물 부족 캠페인’ 현수막이 시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폭염과 극심한 가뭄 속에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위기 상황을 알리며, 시민들에게 물 절약과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경각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곳곳에서 시민들은 캠페인 문구를 읽으며 물 사용을 자제하고, 제한 급수에 대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 ⓒ 진재중 |
한 배추밭 농민은 갈라진 흙바닥을 내려다보며 "관수가 제대로 안 돼 하루가 다르게 배추가 타들어간다. 이제는 남은 걸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파를 재배하는 또 다른 농민은 올해 농사를 사실상 포기했다. 그는 "수확은커녕 김장배추를 심을 준비조차 못 하고 있다"며 농어촌공사와 강릉시를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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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들 한숨 강릉 들판에서 농민들이 바싹 타들어가는 논과 밭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으로 농작물이 말라가는 현실 속에서, 농민들은 하늘과 정치권을 원망하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다.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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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으로 휴장한다는 강릉한옥마을 프래카드 |
| ⓒ 진재중 |
한 주민은 목이 탄 듯한 얼굴로 "시민들은 하루 2ℓ로 버티는데, 관광객들은 샤워도 하고 세차도 한다. 우리 삶보다 관광 정책이 우선인가 싶다"며 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8월 19일, 주민들이 빨래조차 줄이며 버티는 동안 관광객들은 해변 인근 숙소에서 물을 아낌없이 쓰고 있었다. 7월 31일에는 동해안에 몰린 관광객들로 여름 해변이 활기를 띠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마냥 반가울 수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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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시 공공수영장이 극심한 물 부족으로 휴장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 공간이 제한되면서 물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하게 한다 |
| ⓒ 진재중 |
극심한 가뭄 속에서 강릉 시민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싸움 그 자체였다. 불안과 긴장으로 신경안정제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매일 물 사용량을 계산하며 생활하는 등 기이한 풍경도 이어졌다. 화장실 수도 손잡이까지 떼어내야 했던 집도 있었다. 시민들은 언제 단수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일상의 모든 행동이 불안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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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을 확인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긴장이 역력하다. 저수지 주변의 메마른 풍경과 갈라진 땅이 함께 담겨, 물 부족 위기가 일상 속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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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저수지 물공급하는 군인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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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심한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강릉 오봉저수지 바닥이 마치 폐광산을 연상케 한다. |
| ⓒ 진재중 |
현장을 둘러보면,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 재이용수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된 모습이었다. 결국,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모두 오봉댐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전체가 동시에 위기에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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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저수지 강릉을 굽어보듯 자리한 오봉저수지에 제한적으로나마 물이 저장되어 있다. 평소 시민들의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의 모습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지역 수자원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
| ⓒ 진재중 |
강릉 가뭄 현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도암댐 활용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영월과 정선, 강릉 시민 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고, 단순히 댐을 풀어도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 없이는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강릉시 행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 한 달 전부터 이어진 제한급수와 시민들의 불안 속에서도, 도암댐 비상 방류수 한시 수용이라는 조치는 임시방편에 그쳤다. 9월 10일, 강릉시 발표 이후에도 시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번 가뭄은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행정과 정치적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댐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불안을 견뎌야 했고, 전문가들은 "정책과 지역 간 합의 없는 단기적 방류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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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산폐수와 리조트, 골프장에서 유입된 오염수로 발전이 중단된 도암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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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가뭄을 겪었지만, 시민들이 체감한 대응은 늘 임시방편에 그쳤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우선순위 설정, 시민 대상 교육, 재난 대응 훈련 등 체계적 준비는 부족했다.
전문가들은 "가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재난이지만, 대응 체계가 미비하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경험은 단기적 방편에 의존하는 수자원 관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생생하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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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홍제정수장에서 소방차가 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
| ⓒ 진재중 |
강릉의 가뭄 현장에서는 정책과 시민 생활 사이의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적용되는 제한급수 방식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하루 3시간만 급수를 받는 반면, 다른 지역은 단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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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제한 급수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항의와 불만을 표출도었다. 일부 아파트는 단수 조치가 시행되는 반면, 다른 단지는 상대적으로 물 공급을 받으며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
| ⓒ 진재중 |
강릉의 극심한 가뭄 현장은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대응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 오봉댐 물 공급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하루하루 물을 절약하며 버티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시민 모두 위기 상황을 대비한 훈련과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한급수, 비상 급수, 배수망 정비 등 매뉴얼을 실제 상황에 맞게 보완하고, 정기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질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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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장현저수지에서 군 헬기가 생활용수 수송을 위해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가 낮아진 상황 속에서, 군 헬기는 신속하게 물을 싣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긴급 구호 활동을 수행한다. |
| ⓒ 진재중 |
강릉의 여름은 시민들에게 단순한 불편 이상의 충격을 남겼다.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이번 가뭄이 시민·지자체·정부 모두에게 책임과 역할을 상기시키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단일 저수지 의존에서 벗어나 11개 저수지와 하천 등 다양한 수자원을 활용하는 분산형 관리, 장기적 정책 수립, 시민 참여형 교육과 훈련, 공정한 자원 배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물 절약과 재사용, 생활 속 실천으로 위기에 대응했고, 지자체는 비상 급수와 제한급수 운영 등 임시 방편으로 버텼다. 그러나 이번 경험은 단기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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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시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봉댐을 바라보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율이 낮아진 댐을 바라보며,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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