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너는 참 좋겠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드라마 중 가장 좋았다. 지난주 넷플릭스에 슬며시 올라온 ‘은중과 상연’(사진)이다. 30여년에 걸친 두 여성의 우정과 질투 이야기라니, 드라마로까지 봐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15편을 내리 보니 주말이 끝나있었다.
“너는 참 좋겠다.” 살면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해 왔던가. 초등학교 때 만난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은 10대에 생겨난 이 마음을 40대까지 품고 산다.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상대가 좋아서 부럽고, 부럽다 미워져 떠나고 싶어진다. 10대엔 가정 형편과 친구 관계로, 20대엔 그놈의 사랑 때문에, 30대가 되어선 일하는 방식과 능력 문제로 서로를 동경하다 상처 입히고 멀어진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난다. 병에 걸린 42세의 상연이 “죽기 위해 스위스로 떠나는 길에 동행해 달라”며 은중을 찾아오면서다.
‘조력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왔지만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작은 표정과 몸짓, 말과 말 사이의 침묵으로 두 사람의 마음을 세밀히 들여다보는 연출 덕분에 시청자들은 때론 은중에게, 때론 상연에게 감정 이입하다 나중엔 둘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그들과, 그 시절의 나를 찾아가 등을 쓸어주고 싶어진다. “아무리 힘든 일도, 언젠가는 끝난다”고.
스위스로 함께 떠난 두 사람은 일출을 바라보며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해서 미워했던 상대가 실은 자신의 거울이었음을. 상대가 망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남는 건 ‘진짜 나’를 보여줬던 몇 사람밖에 없다는 걸, 그러니 더 많이 용서하고 절실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영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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