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HMM 품고 싶다…포스코의 야심
포스코그룹이 국내 1위 해운사 HMM 인수를 전격 추진하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 2차전지 실적 부진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해운업 진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초대형 화주의 해운사 인수를 두고 해운 업계 반발이 거센 점은 변수다.

철강·2차전지 부진에 성장동력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MM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주요 회계법인과 로펌,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HMM 사업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인수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HMM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포스코는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분 매각 의사가 크지 않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가 지금 시점에서 HMM 인수에 뛰어든 배경은 뭘까.
포스코는 그동안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는 진단이다.
포스코는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 폭탄 여파로 본업인 철강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2차전지 사업 역시 전기차 ‘캐즘’ 여파로 불안하다. 실적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해운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장인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철강, 2차전지 소재와 시너지를 이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미래 신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뛰어드는 것은 포항제철 시절인 1995년 거양해운을 한진해운에 매각한 지 30여년 만이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면 그룹의 오랜 고민거리인 물류 불확실성,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포스코는 유연탄, 철강재, 배터리 소재 원료 등을 수입하는데, 그룹 전체가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지출해왔다. 그나마 계열사 포스코플로우(옛 포스코터미날)로 그룹 물류 업무를 모았지만 효율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HMM을 품에 안으면 물류 공급망이 안정화돼 글로벌 물류 대란이 벌어지더라도 각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용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큰 HMM이 최근 벌크선 사업 확장에 나선 점도 호재다. HMM은 현재 36척, 630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최대 중량) 수준인 벌크선 사업 규모를 2030년 110척, 1256만DWT로 늘리기 위해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벌크선 매출을 2023년 1조2430억원에서 2030년 3조320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벌크선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 전용선이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를 주로 실어 나르는데, 포스코 사업과 잘 들어맞는다. 벌크선은 또 화주와 장기 계약을 맺는 특성상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HMM이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성장해온 해운사지만 최근 벌크선 비중 확대에 힘쓰는 만큼 포스코 사업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HMM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해운 업계 반발, 재무 부담 우려
물론 포스코가 HMM을 품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변수는 해운 업계 반발이다.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고객이다. 초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자체 물류망을 확보하면 기존에 포스코 물량을 맡아온 해운사 수익이 꺾이고, 시장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해운 업계 주장이다. 한국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은 해운업 진출 이후 철광석 등 대량 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 제품 수송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기존 국내 선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 산업 근간이 무너지는 동시에 수출입 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포스코가 물류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해운 업계 반발이 거셌다. 포스코는 2009년 당시 물류 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해운 업계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물류 자회사 설립에 나섰는데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선주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의 대량 화주가 해상화물운송사업을 등록할 때도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에 따라야 한다. 다만 한편에서는 해운 업계 반발로 HMM 매각이 한없이 지연되면 국가 해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해운 업계가 대승적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잖다.
HMM 인수로 가뜩이나 주력 사업 실적이 부진한 포스코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HMM 채권단 주식 중 매물 대상인 산업은행 보유 지분(36.02%) 가치가 7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2023년 말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제시한 인수 금액은 6조4000억원이었다. 그 사이 HMM은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면서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HMM은 2조2000억원 규모(지분율 기준 7.98%)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말 기준 16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올해 설비 투자 금액이 8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철강, 2차전지 실적 부진,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현장 사고 이후 급증한 안전 비용 등을 감안하면 HMM 인수가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수 대상인 HMM이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점도 변수다. HMM은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해상 운임이 급락하면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332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63.8% 감소한 ‘어닝쇼크’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포스코의 HMM 인수를 두고 걱정 어린 시선이 나온다. 최용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HMM 인수는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은 데다 재무 리스크,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하는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두고 HMM 노조가 반발하는 상황이라 포스코가 노사 갈등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HMM 노조는 “기업의 지방 이전은 경영 효율성,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며 “대주주가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로 민간 기업을 강제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에 삶의 터전을 잡은 임직원과 그 가족 공동체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기업 경영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가 HMM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인수전 ‘다크호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 외에 HD현대, 한진그룹 등도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협상이 결렬된 하림그룹도 여전히 HMM 인수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과 인수 경쟁을 벌여온 동원그룹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손꼽힌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7호 (2025.09.17~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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