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목마른 강릉... 전문가들이 제시한 '네 가지' 해결책
[진재중 기자]
올해 강릉은 최악의 물 위기를 겪고 있다. 주말 사이 내린 비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다소 상승했지만, 16일 현재 저수율은 여전히 16.5%에 불과하며, 언제 10% 이하로 떨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17일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지만, 예상 강수량은 10-40mm 내외에 불과하다. 13일 100mm 내외의 강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날(12일) 저수율에서 단 4%p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강릉 지역 저수지 상황(농어촌공사 실시간계측정보)을 보면, 전체적으로 붉은 점(9월12일)으로 표시되던 저수지(9월 16일)는 반 정도인 6개로 줄어들며 다른 저수지는 50% 이상의 저수율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봉저수지는 여전히 붉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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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의 저수지분포 9월16일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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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시 저수지 현황지도 9월12일 |
| ⓒ 농어촌공사 실시간계측정보 |
강릉시는 소방차, 군부대 지원, 해군 함정과 군 헬기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생활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다. 주변 저수지 물을 연결하고, 소방차와 급수 차량을 총동원하며, 군·지자체 합동으로 긴급 급수 계획을 수립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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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제정수장 물공급하는 소방차량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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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제정수장 물공급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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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16일, 오봉저수지 저수율 현황 |
| ⓒ 농어촌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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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12일, 오봉저수지 저수율 현황 |
| ⓒ 농어촌공사 |
강릉은 태백산맥 동쪽, 바다와 가까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강수가 집중되더라도 쉽게 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지형적 한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물관리 시스템 구축은 준비되지 않았다.
강원 강릉 시민들에게 '푄(foehn) 현상'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시민들은 "수없이 들어온 단어"라고 말한다. 요약하면 태백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은 여름철 극심한 폭염을, 겨울철에는 산불 위험을 높이며 지역의 일상을 위협해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쪽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이 산맥을 오르며 비를 뿌리고, 수분을 모두 잃은 채 동쪽으로 내려오면서 뜨겁고 메마른 바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가뭄과 물 부족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푄 현상은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널리 알려진 지역적 기후 특성이자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피부로 체감해온 현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뻔히 예견되는 자연 현상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발생한 동해안 지역의 가뭄과 급수 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푄 현상의 영향을 수십 년간 방치한 채, 지역 기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물 관리 전략을 세우지 못한 '예측 가능한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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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관령 지역에는 구름이 층층으로 쌓여 있지만, 정작 강릉에는 비를 뿌리지 않아 저수지 유입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2025/9/16)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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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산과 백두대간 강릉으로 유입되는 물을 공급하는 오대산과 백두대간 허리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항상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릉의 주요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이 부족해 물 위기 상황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2025/9/16) |
| ⓒ 진재중 |
앞서 언급했듯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단순히 '비가 오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폭염은 점점 더 강해지고 가뭄의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행정이 자연 현상에 책임을 돌리며 '예외적 상황'으로 치부할 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과학 기반의 조기경보 시스템 ▲분산형 물저장 인프라 ▲지역 맞춤형 물 관리 체계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시대, 물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푄 현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번 가뭄은 허술한 대응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예측과 준비의 부족이 빚은 복합적 사회재난인 동시에, 동해안이 기후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대형 물난리, 산불, 폭설 등 예기치 못한 기상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는 지형적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복합재난 대비가 절실하다. 언제든 태풍 루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그린에너지 공학과 김인호 교수는 "가뭄, 산불, 폭설 등은 이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복합재난"이라며 "항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물 자원의 보편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강릉은 환경 불안정성이 현실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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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저수지 물이 삽당령과 닭목령 계곡에서 유입되고 있다(2025/9/15)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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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8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에는 대형 호텔과 리조트가 건설되었다 |
| ⓒ 진재중 |
자연의 조건은 바꿀 수 없지만, 재난은 대비할 수 있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와 복합재난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경고음이다. 국가는 이 질문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가뭄 대응은 행정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강릉 지역 사회망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 절약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강릉맘카페에는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하기", "세탁은 모아서 한 번에 돌리기", "아이들 목욕 시간 줄이기"와 같은 생활 속 절수 실천 사례가 올라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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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물을 담은 욕조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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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시인구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물 부족은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차례다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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