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죽음에 분열된 할리우드... "추모인가, 미화인가"

윤현 2025. 9. 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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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죽음 놓고 '좌우 갈등' 격화... '표현의 자유 논란' 전방위 확산

[윤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청년 우파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가 암살당하자 미국 사회가 격렬한 이념 갈등에 휩싸였다.

커크의 죽음이 '표현의 자유'로 논쟁이 번져 정치권을 넘어 연예계, 일반 직장까지 파고들면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찰리 커크' 언급한 콜드플레이
 최근 피살된 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애도를 둘러싼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지난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찰리 커크의 가족에게 사랑을 보내자"라고 말했다.

마틴은 "이렇게 손을 들어 세상 어디든 여러분이 보내고 싶은 곳에 사랑을 전하자. 사랑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여러분의 형제자매에게,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사랑을 보낼 수 있다"라고 관객들을 독려했다.

이어 "찰리 커크의 가족에게, 누구의 가족에게든 보낼 수 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보낼 수 있다"라면서 "중동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수단, 런던 등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어느 곳에든 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커크는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에서 콜드플레이 콘서트 중 '키스캠' 영상에 찍힌 불륜 남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콜드플레이도 깎아내린 바 있다.

그는 "콜드플레이 음악은 정말 듣기 힘들다. 그들의 콘서트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보다 지루하고 진부하며 시간 낭비인 것이 없다"라면서 "하지만 자유 사회니까 여러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다.

커크 추모한 콜드플레이... 팬들 "왜 정치 끌어들이냐"

마틴의 발언을 놓고 팬들도 갈라졌다. 여러 팬이 "콜드플레이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커크에게 내던지고 있다", "차라리 스스로 어리석다고 인정하라", "왜 공연에 정치를 끌어들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에 "마틴은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남자 같다"라는 글을 올려 수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반면에 한 우파 누리꾼은 "콜드플레이가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커크와 그의 가족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며 "그들이 좌파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악랄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썼다.

영화 <쥬라기 월드> 시리즈와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프랫은 "찰리 커크와 그의 아내, 자녀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라며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당신이 마블에서 해고되기를 기도하겠다", "당신의 영화는 더 이상 보지 않겠다"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고, 우파 진영에서는 "좌파가 프랫을 해고하라고 디즈니를 압박하고 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던 배우 크리스틴 체노웨스는 커크의 죽음을 두고 "슬프다. 그에게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인정할 부분은 있었다"라고 말했다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국의 펑키 랩 그룹 밥 바일런도 지난 주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에서 커크를 조롱하며 "그가 편히 쉬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남은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밥 바일런은 지난 7월에도 한 음악축제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에 죽음을"이라며 욕설을 섞어 비난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하면서 오는 10월 예정이었던 미국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됐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배우 진서연과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커크를 추모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후 극우 진영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최시원은 이를 삭제했다.

83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 '해쭈'도 커크 추모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그가 생전 어떤 정치 스탠스를 가졌는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몇 가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라며 사과했다.

"매카시즘 보는 것 같아"
 배우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올린 글.
ⓒ 엑스 캡처
이처럼 커크의 끔찍한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유명인이 비판받고, 우파 진영에서는 이를 좌파의 공격이라고 반발하는 등 이념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커크의 사망에 관해 언급했다가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MSNBC 정치평론가 매슈 다우드는 방송에서 "커크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퇴출당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에어라인 조종사들이 커크의 암살을 반기는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비행에서 제외당했다고 밝히며 "그들의 행동은 역겹고, 반드시 해고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들이 커크 사망을 찬양하는 미국 내 외국인들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냐고 묻자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들의 이름을 찾고 있다. 역겨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커크 암살을 축하하는 외국인의 비자를 거부하거나 취소하겠다면서 "미국에 와서 정치적 인물의 살해, 처형, 암살을 축하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비자를 줘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커크와 깊은 유대가 있던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커크가 생전 운영했던 팟캐스트를 대신 진행하면서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사람들과는 국가적 단결이 불가능하다"라며 "내 친구(커크)의 죽음을 규탄하는데 이 나라가 단결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유명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 등 '마가'(MAGA) 진영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 재단의 애덤 골드스타인은 "정부의 개입이 매카시즘(1950년대 미국의 극단적 반공주의 열풍)처럼 보인다"라며 "모든 사람을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매튜 달렉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양측이 상대를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면, 또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내부의 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균형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적 행동을 취할 근거가 된다"라고 짚었다.

<가디언> "커크 죽음 안타깝지만... 미화해서도 안 돼"

좌파 진영에서도 이념을 떠나 커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정치 폭력을 규탄하고, 그의 생전 활동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논객 에즈라 클라인은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커크의 사상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가 매우 올바른 방식으로 정치를 실현했다는 명제는 유효하다"라며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모든 사람과 대화했고, 가장 실력 좋은 설득의 달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좌파가 캠퍼스 민심을 장악했다고 여겼을 때도 커크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노력 덕분에 지난 대선 때 대학생 유권자들이 급격히 우파로 돌아섰다"라며 "민주주의는 의견 차를 즐기는 것이 미덕이고, 자유주의는 커크의 용기와 대담함을 더 필요로 한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영국의 좌파 매체 <가디언>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 매체는 14일 칼럼에서 "정치 폭력을 규탄하고, 정치적 견해 차를 살인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넘어서 모든 기능 사회의 기본 전제"라면서도 "커크의 암살에 대한 공포와 충격이 그의 삶을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도록 미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커크의 토론은 공격적이고 불공정하고, 갈등을 조장했다"라며 "그는 성소수자와 여성, 흑인, 이민자, 무슬림에 대한 증오적인 수사를 퍼뜨리고 그 영상을 선택적으로 편집해 좌파를 모욕하는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라고 썼다. 아울러 "그것은 토론이 아니고, 이성적인 담론도 아닌 조롱이었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커크가 자신의 팟캐스트에 노예제도 지지자, 여성 투표권에 반대하는 인사를 초청한 것과 그가 흑인 여성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것 등을 거론했다.

<가디언>은 클라인의 칼럼에 대해 "커크의 경력과 인품에 대해 억지스럽고 기괴하며, 완전히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고 있다"라면서 "그의 업적에 대한 터무니없이 부정확한 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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